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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의 작가들 ‘오늘’을 꼬집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6’ 전시회

-김을, 백승우, 함경아, 믹스라이스(조지은, 양철모)

-8월 31일부터 2017년 1월 15일까지 서울관 개최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오늘날 그림이 너무 떠받들어지고 있어요. 모든 가치 위에 섰죠. 그런데 도대체 그림이 뭐가 중요합니까. 작가에게 중요한 건 그림이 아니라 생각입니다.” (김을 작가)

‘생각은 깊게 그림은 대충’, ‘그림이 필요없는 아름다운 세상’, ‘그림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그대는 그림을 속이지 말라’…. 미술관 27.5m 벽면을 가로로 빼곡하게 채워놓은 1450여개의 드로잉들. 그 가운데 그림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잠언처럼 새겨져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6’에 선정된 김을(62) 작가는 자신의 설치 작품에 ‘갤럭시’라는 이름을 붙였다. 낙서같기도, 암호같기도 한 드로잉 군집은 작가의 수많은 생각들을 담은 하나의 ‘소우주’다. 

김을, 갤럭시, 2016, 설치전경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전이 31일 개막한다. 1995년부터 2010년까지 ‘올해의 작가’라는 타이틀로 열렸던 정례 전시가 2012년부터 한국 현대미술의 독창성을 보여줄 역량있는 작가들을 후원하는 수상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에는 김을 작가를 포함, 백승우(43), 함경아(50), 믹스라이스(조지은ㆍ41, 양철모ㆍ39)가 선정됐다. 서울관 1,2 전시실을 통째로 할애해 작가들의 신작을 선보였다.

김을 작가는 드로잉 작품들과 함께 작가의 작업실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을 실제 크기에 가까운 2층 건물로 만들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치열하게 창작 활동에 몰두하는 예술가의 작업실이다. 

믹스라이스, 아주 평평믹스라이스, 아주 평평한 공터 2, 2016, 전시전경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백승우 작가는 제2 전시실 개방공간에 사진 작업들을 선보였다. 인물 사진을 찍은 사진들인데, 초점이 흔들린 게 대부분이다. 직접 찍거나 혹은 각기 다른 장소에서 수집한 사진들의 일부분을 확대하는가 하면, 밝기나 컬러 등 다양한 조작을 통해 재가공한 사진들을 통해 사진 매체의 형식적 한계와 경직된 해석의 틀을 깨뜨리는 다양한 시도를 보여준다.

북한 자수 공예가의 손을 빌어 ‘자수 작품’을 선보여 온 함경아 작가는 탈북과 정착을 주제로 제작한 조각, 퍼포먼스 설치작업을 선보였다. 오늘의 분단 현실을 꼬집는 기존 작업을 액션 페인팅 등 새로운 형식으로 이어갔다.

이주노동자들과 협업을 지속해 온 믹스라이스는 정착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이주하는 현실을 주목했다. 이번에는 인간 그 자체보다는 나무를 통해 이러한 메시지를 전했다.

전시장 한 가운데 놓인 설치작업을 주목해 보자. 흙무덤 위에 거실, 방, 테라스 등 푯말을 꽂아놓은 건데,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1970년대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아파트를 사고 팔며 끊임없이 이주하는 오늘날 한국의 공동체 붕괴를 상징”(믹스라이스 조지은)한다. “어쩌면 흙 위에 지어진 허공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그 안에 들어 있다.

개포동, 고덕동 재개발 구역에서 곧 버려질 운명에 처한 나무들을 담은 사진이나 영상, 곧 사라질 마을에서 버려질 나무들을 채집해 벽면 그라피티로 새겨놓은 작업의 뒷이야기들이 묵직함을 전한다. 전시는 내년 1월 15일까지.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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