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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우조선 비리 수사] 언론사주필 이례적 보직 해임사태…도대체 무슨 일이?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 편집인서도 물러나

-‘박수환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 나와

-혹자는 “청와대 실세 공격하다가 역풍 맞아”

-영화처럼 靑-言 파워게임 양상에 입방아들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국내 최대 신문사 주필이 보직해임과 함께 편집인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대우조선해양 돈으로 호화 외유를 다녀왔다는 의혹 때문이지만, 청와대 실세를 공격했다가 역풍을 맞은 데 따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청와대와 언론간의 ‘파워게임’을 보는 것 같다며 씁쓸해 하는 사람이 많다.

송희영(61) 조선일보 주필이 지난 29일 보직해임된 데 이어 30일 편집인에서도 물러났다. 대우조선해양 비리와 관련해 구속된 홍보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박수환(58) 대표와 함께 대우조선해양 돈으로 호화 여행을 다녀왔다는 의혹에 따른 것이다.

직접적인 발단은 검찰출신 김진태(52) 새누리당 의원의 폭로다. 김 의원은 같은날 2011년 대우조선 돈으로 호화 외유를 다녀온 사람은 송 주필이라고 실명을 공개하며 송 주필이 당시 여행했던 그리스와 이탈리아, 영국 등의 주요 관광 경로, 묵었던 고급 호텔, 제공받았던 초호와 요트, 1등석 항공권 등 세부 내역을 공개했다. 송 주필의 부인까지 대우조선이 건조한 배(노던 주빌리오)의 명명식에 참석해 밧줄을 자르는 이벤트에 참여했다는 폭로까지 나왔다. 송 주필은 결국 “의혹에 휘말리게끔 된 저의 처신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사임했다.



송 전 주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호화 여행 향응을 받았을 당시 남상태 대우조선 사장이 연임을 희망하고 있었기 때문에 청탁 또는 알선 명목으로 이런 혜택을 제공받았다면, 변호사법 위반이고, 형법상 배임수재 혐의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김 의원 측 주장이다. 실제 대우조선으로부터 함께 향응을 제공받았던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박 대표는 홍보대행사 대표를 하면서 고위 인맥을 동원, 다양한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언론 등에서 제기되는 의혹은 다 들여다 볼 것”이라고 했다.

다른 한편, 송 주필에 대한 이런 세부적인 폭로의 배후에 대한 의혹도 커진다. 친박계로 통하는 김 의원은 송 주필의 비위 의혹을 두 차례 폭로하면서 자료 출처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 자료엔 감사원 등 사정기관의 협조 없이는 나오기 힘든 내용까지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따라서 사정기관 정보까지 세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배후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청와대가 거론되는 배경이다.

마침 청와대는 지금 ‘살아있는 실세’로 평가받는 우병우(49) 민정수석에 대한 언론의 잇따른 비리 의혹 제기로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그런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하고 적극적으로 보도했던 언론사가 조선일보다. 이에 혹자들은 조선일보가 우병우 수석을 잘못 건드렸다가 역풍을 맞았다며 입방아를 찧고 있다. 우 수석이 자신의 비리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를 손본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송 주필이 사임한 29일 검찰은 우 수석 처가의 강남 땅 거래 의혹을 처음 보도한 조선일보 기자의 집으로 찾아가 휴대폰을 압수했다. 우 수석과 관련한 감찰 내용을 언론에 흘린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통화내역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참고인 신분인 기자의 휴대폰을 압수한 것은 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 수석을 수사의뢰한 이 특별감찰관도 이날 끝내 옷을 벗었다.

일각에선 “세간의 이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검찰의 수사를 받는 우 수석이 뒤에서는 검찰을 조종하는 이해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한 네티즌이 영화의 한장면 같다고 꼬집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우 수석과 조선일보와 관계에 대한 세간의 추측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청와대 민정수석 자리에 있으면서 수사를 받는다면 이런 의혹은 필연적으로 계속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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