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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생ㆍ통일 다음은 격차해소…‘대권의 정석’ ABC 밟는 김무성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대권의 정석’에서 한치도 벗어남이 없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의 최근 행보 얘기다. 이상고온이 한반도를 덮친 8월 한 달을 ‘겸허한 경청’이라는 이름의 현장탐방으로 채우더니, 마지막 발자국은 중국 연길 백두산에 찍었다. 일정 내내 자르지 않은 수염은 얼굴을 덥수룩하게 뒤덮었고, 몇 장 되지 않는 셔츠를 직접 빨아 입는 ‘이벤트’도 연출했다. 중간 중간 “탁상과 현장은 많이 달랐다(청주 육거리종합시장)”, “북한의 산하를 보며 통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했다(백두산)”는 촌평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민생과 통일, 대권주자의 양대 ‘필수교양’ 과목을 모두 이수한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자신만의 ‘전공경력’을 쌓는 일이다. 가닥은 이미 잡혔다. 새누리당 대표 시절부터 ‘격차해소’를 시대정신으로 강조해온 터다. ‘강경보수’로 고착화한 외연을 확장하고 경제 이슈를 선점하기에는 이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김 전 대표는 귀환 직후인 30일 오전 국회에서 ‘격차해소 경제교실’이라는 공부 모임을 출범시켰다. 자신이 여의도연구원장에 임명한 ‘경제대가’ 김종석 의원이 책임연구위원을 맡는 등 인적 기반도 탄탄하다. 김 전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격차해소를 위해서는 한국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정권 재창출은 속수무책”이라며 우리 사회의 실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격차해소 경제교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김현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가 ‘저성장 시대의 일본과 한국의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한 이날 강연에는 강석호ㆍ김용태ㆍ김학용ㆍ이은재ㆍ이종구ㆍ정병국 의원 등 비박(非박근혜계)계가 대거 참석해 여전한 세(勢)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정현 당 대표 등 친박(親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한 가운데, 김 전 대표가 소외된 비주류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실제 비박계 사이에서는 최근 이 대표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성태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새누리당의 진정한 혁신과 쇄신을 바라는 국민의 뜻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을 대선 후보로 추대하려는 친박계의 움직임이다. 수적으로도, 권력구도에서도 우위에 선 친박계의 의중을 물리치기에는 비박계의 힘이 일천하다. 최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출되면서 ‘제3지대론’이 탄력을 받고 있지만, 김 전 대표가 앞장서 당을 이탈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 결국, 지금처럼 정석을 따르며 당 지도부가 ‘헛발질’로 명분을 제공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김성태 의원은 이에 대해 “정치사를 돌아보면 대선을 앞두고 일부 집단이 헤쳐 모이려는 시도가 많았다”며 “그러나 당시 이인제ㆍ손학규 후보는 실패했다. 새 판 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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