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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장치 없는 월세폭주…“청약 과열은 딴세상 얘기”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에서 전세로 사는 박 모(43) 씨는 최근 신축빌라 구매를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집주인이 전셋값 상승분을 월세로 돌리는 보증부월세(반전세)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매달 월세로 돈을 버리느니 대출을 받는 것이 돈을 모으는 길 아니겠냐”며 “주변에서 지금이 아니면 집을 못 산다는 말에 많이 흔들린다”고 털어놨다.

소득수준이 낮은 주거취약계층에게 월세는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이다. 초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집주인의 월세 선호현상으로 전세난은 월세난으로 모습을 달리했다. 박 씨는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으로 과열된 청약시장은 딴 세상 이야기”라고 말했다.

 
집주인의 월세 선호현상으로 주거취약계층의 어깨는 무겁다.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전월세전환율은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송파구 아파트 시장은 준전세가 늘면서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가장 낮은 3%대를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시 송파구 전경.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세입자는 불안하다. 매달 나가는 부담이 큰 데다, 가까운 시일에 다른 곳으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해서다. 떠나자니 이사비용과 추가 지출요소가 부담이다. 일부 집주인의 갑(甲)질에도 익숙한 주거환경의 미련 때문에 월세를 올리면서도 머무르기를 택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ㆍ월세 거래량 중 월세(확정일자를 신고하지 않은 순수월세 제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46%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43.4%)보다 2.6%포인트 증가했다. 지난 6월 거래량만 따지면 월세 비중은 46.1%로 지난해(45.2%)보다 0.9%포인트, 전월(45.2%)보다 0.9%포인트 증가했다.

집주인들은 전셋값 인상분을 월세로 돌렸다.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전월세전환율은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한국감정원이 최근 발표한 주택종합 전월세전환율은 6월 기준 6.8%를 기록했다. 2011년 9.6%에서 2.8%포인트 내린 것은 월세가 갈수록 느는 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택유형별 전월세전환율과 금리 추이 [자료=한국감정원]

전월세전환율은 연간 임대료를 ‘전세금-월세 보증금’으로 나눈 뒤 100을 곱한 것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월세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집주인 입장에서 해석하면 6.8%라는 수치는 연 6.8%의 정기예금에 가입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증금 2억원인 전세를 보증금 1억원에 월세로 돌린다고 가정했을 때, 전월세전환율 6.8%를 적용하면 월 57만원(연간 684만원)의 임대료가 도출된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전월세전환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6%로 나타났다. 특히 송파구 아파트의 전월세전환율은 준전세가 늘어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1년 이래 처음으로 3%대(3.9%)를 기록했다. 송파ㆍ강동 등 서울 동남권 연립ㆍ다세대의 전월세전환율은 5%였다. 도심이나 동북권(6.3%)보다 월세가 늘면서 임대수익률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세입자를 위한 안전장치는 여전히 부족하다. 시행을 앞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실효성 논란도 진행형이다. 갈등을 겪는 당사자 동의가 필수적이어서다. 세입자와 집주인이 모두 조정절차에 동의하지 않으면 조정 신청 자체가 없던 일로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정 결과가 판결과 같은 효력이 없어 화해로 매듭을 짓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며 “조정이 끝나더라도 한쪽에서 재판 청구를 할 수 있으므로 갈등요인이 남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세입자를 위한 정책에 활용하려 추진하는 임대차 월세계약 조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은평구의 한 공인 관계자는 “투명한 시장을 만들려는 의도에는 공감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과세를 위한 과정이라고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며 “강제성도 없어 조사에 참여하는 임대인도 현실적으로 매우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장 투명화와 부담ㆍ혜택의 형성성 강화를 위한 절차”라며 “순수ㆍ소액보증부 월세시장의 정확한 실태를 확인하게 되면 세입자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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