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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나쁜 남편’에 빠진 여심…유지태, “매순간 베스트를 연기하고 싶었다”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정의’로 향하기 위해 ‘불의’의 길을 걸었다. ‘야망’이 뒤엉킨 목적지향적 인물, 성(性)스캔들에 휘말리며 전국민 앞에서 ‘불륜 검사’가 됐지만, 아내와 가족을 향한 사랑과 집착이 이 남자를 복합적으로 만들었다. 다분히 이중적이며 복잡다단한 내면을 가진 인물, 그래서 ‘쓰랑꾼’(쓰레기+사랑꾼)이라 불렸다. 신조어의 탄생, 그는 ‘나쁜 남편’이었다. 드라마 ‘굿와이프’(tvN)의 이태준이다.

‘쓰랑꾼’은 한순간에 쓰레기로 전락했다. 원작을 접하지 않은 시청자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한 편의 ‘버디무비’를 연상케했던 변호사 아내 김혜경(전도연)과 조사원 김단(나나)의 사이가 금이 갔다. 이들은 손발이 잘 맞는 ‘비지니스 파트너’였다. 남편 이태준의 내연녀가 김단이었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충격적 비밀이 탄로나자 드라마는 예상치 못한 짜릿한 순간을 맞았다. 유지태의 미묘한 대사 전달과 뉘앙스 하나까지 살린 표정연기로 인해 그간의 상황이 퍼즐처럼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TV 드라마에선 흔치 않은 디테일한 연기가 유지태라는 배우를 통해 나왔다. ‘굿와이프’의 마지막 촬영을 마친 그를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단과 이태준이 거래하던…아, 집 앞에서 ‘커피 마시고 가겠냐’는 대사요? 그 때 감독님께 물어봤어요. 혹시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썸씽’이 있는 거 아니냐고요. 웃으면서 말씀을 안 하시더라고요. 감독님이 조율을 굉장히 잘 하세요.”

이태준과 김단이 내연관계였다는 사실은 대본을 받을 당시 알게됐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전 등장한 집 앞 ‘커피’ 신은 유지태가 ‘철저하게 의도한’ 훗날의 상황을 염두해 담아낸 연기의 총체였다.

“정보 전달이 목적인 대사가 있어요. 그럴 때에도 뉘앙스에 따라 대사의 느낌과 해석이 달라지죠. 대사는 말이고, 말은 생각에서 비롯되고, 생각은 사고방식에서 비롯돼요. 사고방식은 그 사람의 성정에서 나오고요. 한 인물을 입체화시키기 위해선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어요. 대사 한 줄도 뉘앙스에 따라 완벽하게 달라지니까요. 그게 제 연기관이기도 하고요.”

‘굿와이프’는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특히나 배우 전도연의 11년만의 브라운관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제작 단계부터 ‘소문난 잔치’였다. 화려한 상차림엔 기대가 과하기 마련이다. 드라마는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전도연 선배와 함께 하고 싶어” ‘굿와이프’를 선택했다는 유지태는 이 드라마를 빛낸 일등공신이다. ‘나쁜 남편’은 놀랍게도 ‘여심(女心)’ 사냥꾼이 됐다. “유행에 뒤쳐져 걱정했지만 운동을 통해 어깨를 강조한” 전략은 나쁜 남편 이태준에게 섹시한 옷을 입힌 계기였다. 그 덕에‘아재파탈’로도 불렸다. “전 아저씨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웃음)”

유지태 스스로는 자신과 이태준은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말한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이태준이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었어요. 특히 과거 회상신. 정말 재미도 없고 싫었어요. 자신이 낸 교통사고의 짐을 아내에게 지우는 장면, 정말 찌질하죠. 하지만 스스로 동의를 찾으려 부단히 노력했어요. 연기를 할 때 작가를 존중하는 방법은 대사를 잘 맞춰서 쳐주는 거예요. 어떤 대사는 간혹 논리에 안 맞고 문맥에도 안 맞는 대사가 있기도 해요. 그럴 지라도 어떻게 해서는 내 안에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죠.”

그는 세상엔 “교과서처럼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복합적인 이태준’을 “조금 더 괴물처럼 표현했다”고 한다. “연기는 매력이 있고 재미가 있어햐 한다”며 “시청자가 어떻게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 고민했던 부분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사실 유지태에게 드라마는 이제 겨우 세 편째다. 영화를 통해 관객과 만났고, 직접 연출도 하는 유지태에게 TV는 낯선 매체다. “저 신인배우예요.” 드라마는 도전이었다고 한다.

“40대의 이름 난 배우들 중 무너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예요. ‘발연기’라도 뜨면 데미지가 커요. 항상 베스트를 연기하고 싶었죠. 근데 대사가 없는데 어떻게 베스트의 연기를 하나요. 그런 상황들이 사람을 옭아매더라고요. 그 때 스스로 유연하게 넘어갈 수 있게 됐던 것들이 도전이었죠. 최선을 다 하면 시청자도 느끼실 거라 생각했어요. 아니어도 할 수 없는 부분이고요.”

데뷔 18년차에 접어드니 연기관도 연기철학도 점차 확고해졌다. 신념이 굳건하니 자신감도 따라온다. “연기가 더 재밌어지고 있어요. 뉘앙스에 따라 같은 대사도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눈빛과 표정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게 재밌는 지점이죠. 이젠 어떤 캐릭터를 하더라도 제가 맡으면 새롭게 재창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연구를 많이 하니까요.”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선배 전도연과의 만남은 배우로서 같은 고민을 공유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는 “연기관, 직업관, 감독관에 진짜를 갈구하는 선배가 있다는 것, 내가 고민하는 지점을 똑같이 고민하는 선배가 있다는 것”에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유지태가 그의 삶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연기와 영화”, 그리고 가족. “평범한 삶에서 오는 행복을 놓치지 말도 살자”는게 그의 삶의 전부다. 가끔 한계의 순간에 직면하는 크로스핏에 매달리지만 ”연기를 제외한 다른 부분엔 욕심이 없다”고 한다. 꿈이 있다면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 이젠 TV와 스크린을 가리지 않고 대중과도 만날 생각이다. “신인배우니까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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