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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생 발목 잡는 스타트업 ①] ‘노동력 착취’는 기본… ‘말로만 채용 보장’은 덤
전단지 200장 돌리고 하루에 5000원 받아…업무에 필요한 노트북도 개인지참

턱없이 부족한 임금에 대해선 “투자 받으면 월급 주겠다”며 발뺌…열정페이 강요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대학생 김모(25) 씨는 지난해 11월 한 스타트업 회사의 인턴 직에 지원했다. 해당 회사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였다. 하지만 입사 전형에 최종 합격한 김 씨에게 회사가 처음 지시한 업무는 주요 고객이 될 ‘타깃 대학’을 돌며 회사 전단지를 돌리는 일이었다. 전단지를 돌린 뒤에는 회사로 복귀해 고객에게 ARS 전화를 돌리는 업무까지 맡았다. 이렇게 김 씨는 하루에 200장이 넘는 전단지를 돌렸지만 하루 5000원의 추가 일당 뿐이었다. 김 씨는 “아무리 신생 회사라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며 “집에서 타깃 대학까지 오가는 데 드는 교통비와 식비를 빼면 사실상 돈이 더 들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일했던 스타트업의 인턴 월급여는 100만원으로 책정돼 있었다. 채용정보 관련 사이트와 근로계약서상에도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100만원도 최저 시급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었다. 김 씨는 열흘 만에 회사를 그만 둬야 했다.

대학생들의 발목을 잡는 스타트업들이 늘고 있다. 대부분 스타트업의 경우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최저임금도 보장하지 않는 등 필요한 인력들을 운영할 만한 자본금이 부족해 ‘열정페이’를 위한 대학생 인턴을 대량 고용하는 게 현실이다.


스타트업이란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했지만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이전 단계의 신생 벤처 기업으로, 최근 취업에 어려움을 창업으로 타개하려는 대학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 창업 열풍 속에 우후죽순으로 생긴 중소 규모 스타트업들이 대학생들의 발목을 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

25일 대학가와 복수의 스타트업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스타트업의 경우 사업 초반이기 때문에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만 해당 인력을 운영할 만한 자본금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 회사들은 ‘자본난’ 해소를 위해 대학생들에게 ‘열정 페이’를 강요한다. 하지만 이는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령을 사실상 어기는 행위여서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스타트업에서는 정규직 직원보다 더 많은 대학생 인턴들이 근무하고 있다. 인턴으로 고용했지만 계약상 ‘연수생’이라고 하며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 스타트업에 개발직으로 종사하고 있는 장모(25) 씨는 “부족한 인건비에 대해 스타트업 측에서 ‘투자 받으면 월급 주겠다’, ‘스톡옵션을 주겠다’ 둥의 말로 대학생들에게 접근해 업무를 함께하자고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스타트업에 대한 전 직원의 온라인 평가. ‘턱없이 낮은 급여’와 ‘무복지’를 꼬집고 있다.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어 과감히 도전하는 경력사원에게도 불안정한 근무 환경을 강요하는 사례도 있다. 대기업에 근무하다 이달 초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근무를 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 재취업했던 최모(28ㆍ여) 씨도 역시 입사 보름 만에 스타트업을 그만 뒀다. PC가 없어 개인 노트북을 지참해야 하는 것은 그나마 참을 수 있었지만, 전형 당시 미리 알리지 않고 입사 후에야 ’향후 3개월간 수습사원으로 근무를 해야 한다‘고 회사가 알린 것은 경력사원에게 청천벽력이었다.

최 씨는 “인사팀 직원으로부터 실제로 내가 신입사원으로 채용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면서 “경력직 채용은 면접 당시 대표가 구두로 보장했던 내용이었다”며 황당해 했다.

하지만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더라도 상대적으로 경제적ㆍ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대학생들이라 고소, 고발 등 법적 조치를 강구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1주일에서 보름 정도 짧게 근무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발생하고, 이후 스타트업은 또 다시 대학생 인턴을 고용하는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원자들도 희망하는 스타트업의 채용 과정이 최소한의 조건을 갖췄는 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관수 노무사는 “최근 스타트업이 많이 생기면서 기초적인 근로 조건조차 갖추지 않고 인력을 고용하는 스타트업이 많이 생기고 있다”며 “하지만 대학생들의 경우 해당 경험이 부족해 스타트업에 취직하려고 하는 학생들의 경우 사전에 상황을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기존 법인들과 다른 법을 적용받는 건 아니다”라며 “기본적으로 근로계약서 작성, 최저임금 보장 등 최소한의 조건은 갖춘 곳에서 근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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