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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라지마, 그것도 춤이고 예술이니까
-국립현대미술관×국립현대무용단 ‘예기치않은’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기다리면 알게 모르게 시작합니다.”(국립현대무용단 안무가 겸 무용가 조형준)

만약 미술관 작품 앞에서 갑자기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사람이 있다면 놀라지 말자. 혹은 미술관 로비에서 계속 옷을 갈아입는 여인이 나타난다 해도 당황하지 말자. 이 모든 건 계획된 예술 행위니까.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과 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안애순)이 공동 기획한 2016 다원예술프로젝트 ‘국립현대미술관×국립현대무용단 퍼포먼스: 예기치 않은’이 지난 17일부터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오는 10월 23일까지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에는 미술작가, 안무가, 무용가 등 13인(팀)이 참여했다. 
24일 저녁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로비에서 안무가 조형준의 공연 리허설 모습. 미술관 벽면 맨 왼쪽과 정면에 있는 두 무용수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이 프로젝트는 ‘동시대적(Contemporary)’ 예술을 탐구하는 현대미술과 현대무용의 경계없는 장르 확장을 보여준다. 시각예술, 영상, 시(詩), 안무, 미디어, 사운드 등 서로 다른 매체와 실험적인 형식의 결합을 통해 ‘다원예술’을 실험한다. 공연은 프로시니엄 무대 같은 정형화된 공연장을 벗어나고, 미술은 미술가가 아닌 그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이 된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내내 미술관은 역동적인 무대가 된다. 미술관에 배치된 스케줄 북을 미리 챙겨놓고, 각각의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시간과 장소에 맞게 미술관을 방문해보자. 미술관 관람은 물론, 공연 관람의 색다른 재미가 배가된다.

▶알게 모르게 시작된다, 바로 당신 옆에서=‘알게 모르게 시작한다’는 조형준 안무가의 말처럼, 대부분의 춤, 퍼포먼스는 명확하게 시작을 알 수 없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그것도 일반 관람객들 사이에서다.

24일 저녁 리허설 현장에서 미리 본 조형준의 ‘Over the Wall’(9월 1~3일, 1층 로비)은 미술관에서 표를 받는 스테이션 주변에 스티로폴 블록들로 미술관이나 갤러리 벽을 상징하는 화이트큐브 형태의 가벽을 만들고, 이를 부신 후 다시 로비에 쌓는 방식이다. 미술관 벽을 새롭게 바라보려는 시도다. 
24일 저녁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로비에서 안무가 조형준의 공연 리허설 모습. [사진=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두 명의 여자 무용수가 주축이 되는 이 공연에서, 한 무용수는 가벽 사이를 질주하며 끊임없이 몸짓을 만들어내고, 다른 한 무용수는 캐리어를 들고 다니며 계속해서 옷을 갈아입는다. 난해한 듯한 현대무용이지만, 지켜보는 관람객들은 깔깔대고 웃으며 즐거워한다.

조형준 안무가는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미술관, 문화역284 등 다양한 미술전시 공간에서 이 같은 퍼포먼스를 진행해왔다. 그는 “공연은 장소의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며 “매끈하게 잘 짜여진 공연을 극장에서 보는 것도 재밌겠지만, 그 공연이 다른 장소에서 이뤄질 때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르의 낡은 구분 없앤 다원예술=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에게 각각의 전공분야나 장르는 이미 낡은 경계다. 조 안무가는 성균관대학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했지만, 무용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미술 영역으로 자신만의 미학적인 표현 방식을 확장시키고 있다.

작가 안데스는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퍼포밍아티스트에 가깝다. 안데스의 ‘시체옷’(9월 2~3일, 멀티프로젝트홀)은 지난해 문래예술공장에서 소개됐던 퍼포먼스의 미술관 버전이다. 작가가 차린 기증형 옷가게 ‘덤스터’로 유입된 헌 옷들의 이동 패턴을 데이터화한 작업으로, 형형색색 헌 옷들로 만든 소품을 활용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퍼포머들은 관람객의 동선에 무심히, 혹은 갑작스럽게 개입해 전시실 복도를 런웨이로 만들 예정이다.

안무가 황수현의 ‘I want to cry, but I’m not sad’(9월 24일, 28일, 10월 1일, 전시실 및 공용공간)도 주목해볼 만 하다. 퍼포머들이 관람객이 있는 전시실에서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내용이다. 단 실제로 슬퍼서가 아니라, 물리적인 동작으로부터 눈물을 발생시킨다.

이 밖에도 안무가들이 참여한 시각 작가들의 퍼포먼스도 눈여겨 보자. 영국에서 활동하는 태이 작가의 ‘잠물결’(10월 3~9일, 멀티프로젝트홀)은 공적인 공간에 침대를 놓고 퍼포먼스를 벌이는 내용이다. 각 침대마다 이야기가 있으며, 안무가들은 잠과 관련된 일상의 몸짓을 춤과 리듬으로 펼쳐낸다. 출산한지 얼마 되지 않은 작가 또한 수유 퍼포먼스로 참여할 예정이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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