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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조직 안정 시급한데, ‘총수 리더십’ 부재 현실화
-23일 강신명 청장 이임식 열렸지만

-이철성 후보자 음주 사고 논란으로 취임 못해

-직무 대행 하더라도 적극적 리더십 발휘는 힘들 듯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14만명의 경찰을 이끄는 경찰청장 자리가 사실상 공석이 됐다. 강신명 현 청장의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으로 지목된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가 음주 사고와 경찰 신분 은폐 의혹으로 취임을 하지 못했기 때문. 현 차장인 이 후보자가 직무대행을 하지만 각종 비위 사건으로 침체된 경찰 조직을 추스릴 적극적인 리더십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22일 자정을 기해 공식 임기를 마친 강신명 청장은 23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이임식을 갖고 경찰을 떠났다. 당초 20~22일 휴가를 떠날 예정이었던 강 청장은 정상적으로 출근해 업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의 반발로 이 후보자의 청문 보고서가 채택될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경찰 총수 자리를 하루도 비워둘 수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전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안전행정위원회 위원들은 이철성 후보자에 대한 청문 보고서 채택을 반대하면서 “거짓으로 사고를 은폐해 이 자리에 서게 된 후보자가 경찰 총수로서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고 결단하길 촉구한다”며 이 후보자의 사퇴를 종용했다. 
 
[사진설명= 23일 강신명 현 경찰청장이 이임식을 치르면서 경찰청장 후보자이기도 한 이철성 차장이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그러나 음주 사고 후 경찰관 신분을 속여 내부 징계를 피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 후보자가 적극적인 리더십으로 경찰 조직을 이끌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

국회가 청문회 이후 경과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대통령은 10일 범위에서 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요청할 수 있다. 이 기간에도 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이 직권으로 후보자를 청장에 임명할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이 후보자의 음주 사고 논란에 대해 “지켜보자”는 입장을 나타낸 만큼 당장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이 후보자가 현 경찰청 차장인 만큼 22일 자정부터 자동적으로 청장 직무대행을 맡아 형식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2012년 경기 수원에서 발생한 ‘오원춘 사건’으로 조현오 당시 청장이 사퇴하면서 김기용 차장이 직무대행을 수행하던 중 경찰청장에 취임한 바 있다.

문제는 직무대행을 맡은 이 후보자가 경찰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리더십을 발휘할 여지가 있느냐다. 지난 5월 불거진 부산 학교 전담 경찰관(SPO)이 담당 여고생과 성관계를 가진 사건 이후 연이어 터진 경찰관 비위 문제들은 경찰 조직의 신뢰도를 추락시켰다. 강 청장이 “감찰 결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지만 수사 결과 경찰 간부가 정 씨의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체면을 구겼다. 고(故) 최혜성 동두천경찰서 순경 강압 감찰 논란으로 조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졌다. 이처럼 땅에 떨어진 경찰 사기를 끌어올려야 하는 책무가 이 후보자의 어깨에 지워졌지만 당분간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혹을 해명하는데 급급한 상황이다.

이 후보자의 취임이 늦어지거나 낙마할 경우 경찰 총수의 부재가 장기화된다. 이 경우 조직 기강이 오히려 더 느슨해지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성남의 한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A 경정이 20대 여성을 수차례 추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상황이다. 경남 함양 경찰서에서는 동료 여경을 성추행한 B 경사가 파면되기도 했다. 이상원 서울경찰청장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후보자 직무대행 기간 중) 자체 사고가 없어야 하고 서울 경찰 모두가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 후보자가 차장으로서 직무대행을 하더라도 정식 취임할 때와 리더십의 강도는 분명 차이가 있다”며 “특히 취임 초기 조직 분위기를 일신하고 임기에 돌입해야 하는데 본인의 음주 운전 논란으로 날개가 꺾이고 들어가는 부분이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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