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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은 安에게 安은 孫에게 “손잡자”…野 잠룡의 속도붙은 ‘새판짜기’
[헤럴드경제=김상수ㆍ박병국 기자] 최근 야권 잠룡들의 두 차례 만남은 야권의 대선 ‘새판짜기’가 그대로 투영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안철수 국민의당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고, 안 전 대표는 오히려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에게 손을 내밀었다. 더민주는 더민주 중심의 야권 통합을, 국민의당은 3자구도를 목표로 한 야권 통합을 앞세운다. 최근 야권 잠룡의 연이은 만남이 의미심장한 이유다. 이들 만남이 모두 빈소나 추도식 등에서 열린, ‘추모 정치’란 점도 흥미롭다. 

지난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에서 문 전 대표는 안 전 대표에게 “(안 전 대표와) 어떤 방식이든 힘을 모아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낼 것이라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고 했다. 문 전 대표의 제안에 안 전 대표는 묵묵부답으로 임했다. 

더민주에서 갈래를 친 국민의당으로선 쉽사리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이다. 특히나 창당을 주도한 안 전 대표로선 더 그렇다. 국민의당으로선 이대로 대선 판에 더민주와 통합하면 ‘변두리’에 그치리란 위기감이 강하다. 당내 전략가로 통하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새누리당, 더민주에 연연하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가겠다는 각오로 가야 국민의당에 기회가 주어진다. 그렇지 않으면 ‘주변부 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일각에선 더민주의 연이은 야권통합 주장을 “마치 흡수통일을 주장하는 것 같다”는 불쾌감도 내비친다. 또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자 더민주가 야권통합을 외치고 있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더민주를 향한 불신이자 당 존폐의 위기감이다. 

문 전 대표의 손을 잡는 대신 안 전 대표는 손 전 고문을 향했다. 이번엔 고(故) 박형규 목사 빈소에서다. 안 전 대표는 “‘저녁이 있는 삶’이 정말 필요하다”고 손 전 고문을 치켜세웠고, 손 전 고문은 “좋은 자리를 만들어 얘기를 나눠보자”고 화답했다. 국민의당은 설사 막판 야권통합을 하더라도 그 전까지 최대한 세를 키워놔야 한다는 ‘3자구도론’이 대선 전략이다. 안 전 대표는 대권을 향한 주목도 있는 경쟁이 필요하고, 손 전 고문은 정계로 복귀할 명분과 자리가 필요하다. 국민의당이 한층 적극적으로 손 전 고문에 연이어 러브콜을 보내는 배경이다.

한편, 이들 잠룡의 만남이 모두 ‘추모 정치’였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현재 야권 잠룡으로 불리는 이들은 하나같이 대표직에서 물러났거나 원외 인사다. 빈소나 추도식은 이들이 자연스레 참석하고 입장을 밝힐 기회다. 대선 출마로 최전선에 나서기 전까지 야권 잠룡의 ‘추모정치’는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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