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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의 추억 ①] 살인적 폭염, 5년마다 ‘턴’했다
-5년 주기로 시원한 여름ㆍ뜨거운 여름 반복

-1994년 기점 열대야 일수 증가…점점 더워져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지난 1994년 당시 대입 재수를 준비하던 신모(41) 씨는 당시 끔찍했던 폭염을 잊지 못한다. 당시 서울 낮 최고기온이 무려 38.4도를 기록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다. 하루에도 몇번씩 수돗물을 뒤집어 쓰며 이를 악물고 공부했던 게 신 씨의 악몽으로 남아 있다. 신 씨가 치를 떨 정도로, 실제 이 해엔 한밤의 수은주가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36일이나 이어졌다. 

5년 주기로 시원한 여름과 뜨거운 여름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따금 발생한 이상저온 현상과 장마 후 강우 등의 영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은 날씨 관련 이미지.

바로 전년도인 1993년엔 열대야가 하루도 없었던 것에 비하면 너무나 급격한 변화였다. 그로부터 5년뒤인 98년과 또 5년 뒤인 2003년 열대야는 날짜 수는 각각 3일과 1일에 불과했다.

18일 헤럴드경제가 기상청 자료를 토대로 살펴본 결과, 한반도 여름은 약 5년 주기로 평균 기온이 오르내리길 반복하며 점점 더워지고 있었다. 5년 후 폭염이었다가, 5년후엔 상대적으로 온도가 떨어졌고, 다시 5년후엔 폭염, 그후 5년후엔 상대적으로 시원한 여름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열대야 등을 통해 봤을 때 극서기의 주기는 점점 짧아졌다.

전문가들은 이따금 발생한 ‘이상저온 현상’과 ‘장마 후 강우’의 영향으로 5~6년 주기로 시원한 여름이 오며 그 외엔 점점 더워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기록적인 열대야를 기록했던 1994년 8월 평균기온은 27.6도로 전년도 23.2도에 비해 4도 가까이 더웠다. 이 때를 기준으로 1993년 만큼이나 시원했던 여름은 24.4도를 기록했던 1987년과 24.5도를 기록한 1986년이다. 이로부터 6년전인 1980년이 22.8도로 역시 시원한 여름을 보냈다.

이 시기를 제외한 해엔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80년 전후엔 각각 25.4도(1979년)와 24.5도(1981년)를 기록했다. 시원한 여름이었던 86년과 87년을 전후로 해선 26.3도(1985년)와 26.4도(1988년)를 기록했다. 27.6도로 가장 뜨거운 여름이었던 1994년 이후 시원한 여름이었던 98년 전후엔 26.8도(1997년)와 26.0도(1999년)를 기록했다.

열대야 일수에서도 비슷한 물결형태의 패턴이 관측됐다. 열대야가 하루도 없던 1980년이후 일주일 안팍의 열대야가 5년 가량 이어졌다. 이후 1986년엔 열대야가 하루 발생한 데 이어 1987년엔 단 하루도 열대야가 없었다. 이후 다시 5일 안팍의 열대야가 매년 여름 발생한 뒤 1993년엔 열대야가 없었다.

1994년 36일이라는 열대야의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한 이후 1997년까지 보름 안팎의 열대야가 매년 발생했다. 그 뒤 1998년엔 열대야가 사흘간, 2003년엔 열대야가 하루 있었다.

한편 이같은 열대야 발생 일수는 그 빈도가 점차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2009년과 2011년, 2014년을 제외하면 매년 열흘 넘게 열대야가 발생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시원한 여름이 5년 비슷한 주기로 발생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힘들다”며 “평균 기온이 낮았던 여름을 살펴보면 찬공기가 한반도를 덮었거나, 태풍이 자주 왔다거나, 장마가 끝난 이후에도 비가 많이 온 경우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이어 “확실한 경향은 1994년을 경계로 열대야 일수 및 폭염 일수가 증가해 한반도가 점점 더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역시 그 원인에 대해 명백하게 규명된 것은 아니며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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