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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복이 뭐길래 ①] “개혀요?”…공감 vs 혐오전쟁 또 시작됐다
 보신탕 먹는 것 놓고 오랫동안 사회적 갈등 양상
 개고기 즐기는 이들도 위생 문제 많다는데는 수긍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현실적 문제 해결책 담겨야”



[헤럴드경제=구민정ㆍ유오상 기자] 개고기, 이른바 ‘보신탕’을 둘러싼 논쟁은 2016년 말복(8월16일)을 앞두고 있는 현재에도 진행형이다.

“요즘같은 폭염 속에선 보신탕 만한 건강음식도 없다”는 보신탕론(論)을 내세우는 이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동물보호단체를 비롯한 개고기 반대 측의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보신탕 반대 측에선 애견 보호 등의 이유를 거론하며 문화적 상대성 인정을 내세우는 개고기 찬성 입장과 수십 년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에는 비위생적인 개 도축 실태가 알려지면서 개고기를 합법화하고 위생적인 도축을 유도하자는 의견도 널리 퍼지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현장을 찾아본 결과, 실제 현장에서는 법망에서 벗어난 식용 견들이 여전히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돼 있었고, 그대로 식탁에 오르고 있었다. 개고기 소비자들 역시 비위생적인 도축 환경에 공감하며 개선을 바라고 있었다.

▶합법화 요원한 사이 비위생 여전=“식용인데, 종이 어딨어요?”

지난 9일, 개고기 유통 창구로 유명한 성남시 모란시장을 찾아갔다. “파는 개의 종이 뭐냐”는 질문에 건강원 주인은 식용 개에 종을 왜 따지느냐며 오히려 반문했다. 모란시장은 5일장을 맞아 손님들로 붐볐지만, 시장 입구부터 늘어선 건강원을 찾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실제로 서울 시내 보신탕 가게의 40%가 폐업했다는 소식과 함께 개고기를 취급하는 건강원의 수도 크게 줄었다. 종종 고기를 고르는 눈이 지나갈 때마다 “날도 더운데 개 하러 오세요”라며 호객행위를 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찾는 손님이 별로 없어서인지 개 철장은 더욱 비좁아 보였다. 



한 평이 채 되지 않아 보이는 철장 속에는 ‘누렁이’라고 불리는 중형견 10마리가 서로 배를 베고 엉켜 있었다. 붉은색 철장 안에는 대형견 5~6마리가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대로 서 있었다. 그때 한 보신탕 가게로 중년 남성 4명이 줄지어 들어갔고 곧이어 대형견 한 마리가 식당 뒤로 목줄을 한 채 끌려갔다.

언뜻 보더라도 철장 안의 위생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개의 배설물은 그대로 방치돼 있었고 도축 과정 역시 건강원의 위생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소나 돼지처럼 전문 도축시설을 갖춘 곳은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비위생적인 사육과 도축 문제는 개고기 반대 측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개를 전기충격 등으로 죽이는 모습만 봐도 이건 식용 논쟁 이전에 동물 학대의 문제”라며 “동물 학대가 눈앞에서 일어나도 우리나라 법에는 개와 같은 동물들이 ‘재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구제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이어 “20대 국회에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하는데, 학대당하는 동물에 대한 소유권을 박탈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면 실효성에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개도 정식 식재료로 취급해줘야”=지난 12일, 서울시 종로구 내자동의 한 보신탕 가게. 연이은 폭염에 ‘몸보신’을 하고자 개고기를 찾으러 온 손님들이 속속 도착했다. 골목 끝, 4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가게는 점심때가 지났지만, 개고기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개고기를 먹으려고 식당을 찾은 신모(37) 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처음으로 개고기를 사줬었다”며 “나중에야 개고기란 것을 알게 됐는데 이상하게 그해 여름에는 더위를 타지 않아 그때부터 개고기를 먹게 됐다”고 했다. 그는 “여름철에 개고기만 한 보양식이 없다”며 “개고기 식용 반대는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 역시 “개고기 가게가 줄었다고 해도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가게가 가득 찬다”며 “젊은 사람들도 큰 거부감 없이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도 위생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이 된다고 했다. 그는 “가끔 손님 중에 개가 어디서 오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며 “위생 문제 때문에 농장에서 직접 고기를 가져오고 있다”고 했다.

개고기를 즐기는 손님들 역시 위생 문제에는 민감했다. 이날 가게를 찾은 송모(35) 씨는 “수많은 보양식이 있지만 유독 개는 위생 문제가 걸린다”며 “TV 등에서 비위생적인 개 농장 모습을 보고 나니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개 식용에 찬성하는 측은 개도 다른 가축들처럼 하나의 식재료로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영인 육견협회 대표는 “먹는 음식을 가지고 먹어라. 말라 하는 게 말이 안된다. 먹는 자유도 없이 삶을 어떻게 즐기나. 학대 문제가 걸리면 식용을 합법화하면 된다”며 “개고기는 선사시대부터 먹어오던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라고 했다. 이어 최 대표는 “현재 축산법에는 개가 가축으로 돼 있고 축산물위생관리법이나 축산물가공처리법상에는 개가 축산물로 등재가 돼 있지 않다”며 “그래서 우선 해당 법에 개를 식재료로 등록하고 나서 위생적으로 도축하고 식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osyoo@heraldcorp.com


<사진1> 서울 시내 개고기 가게가 40% 가까이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여름철 몸보신을 위해 개고기를 찾고 있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의 한 보신탕 식당.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사진2> 경기 성남의 모란시장 내 한 건강원. 식용 개가 좁은 철장에 갇혀 비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성남=구민정 기자/korean.gu@heraldcorp.com

<사진3> 경기 성남 모란시장 내 건강원에서는 “날도 더운데 개 하러 오세요”라며 호객행위를 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실제로 일부 손님들은 개고기를 먹고자 건강원에 들어갔고 곧바로 철장 안의 개가 건강원 안에서 도축됐다. 성남=구민정 기자/korean.gu@heraldcorp.com


<사진4> 개고기를 즐기는 소비자들도 개고기의 비위생적인 도축 환경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었다. 서울 종로구의 보신탕 가게를 찾은 한 손님은 ”비위생적인 개 농장 모습을 보고 나니 위생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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