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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닭둘기’ 도심 습격 ①] 서울에만 4만5000마리…퇴치는 커녕 되레 늘었다
-먹이 풍부ㆍ무서운 번식력 도심장악…피존맘등도 문제
-지난 2009년 유해 야생동물 지정…배설물 등 민원 급증
-총 등 이용 포획 불가능…“먹이를 주지 마세요” 계도 뿐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ㆍ이원율 기자] #. 20대 직장인 A 씨는 집비둘기 떼에 난데없는 봉변을 당했다. 사건은 대구 집으로 가기 위해 KTX를 기다리던 서울역 플랫폼에서 빵을 한 입 베어물자 일어났다. 그는 “허기를 때우기 위해 벤치에 앉아 빵을 뜯은 순간 주변 비둘기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정신을 차린 순간 빵 주위에 비둘기 수십마리가 몰려와 위협하듯 서성댔다. 심하지는 않지만 조류공포증이 있어 평소에도 비둘기를 피해다니던 A 씨는 이 순간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눈을 질끈 감고 빠른 걸음 자리를 피한 그는 논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A 씨는 “정부든지 서울시든지 기관이 나서 비둘기를 없애줬으면 좋겠다”며 “나중에 플랫폼을 둘러보니 누군가 일부러 두고 간 듯 한 과자가 눈에 띄었다. 먹이가 있으니 비둘기 떼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명 ‘피존맘’이 서울시의 집비둘기 번식을 부추기는데 주요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 서울시가 집비둘기 밀집지역 21곳을 조사한 결과 14곳 이상이 ‘인위적 먹이 제공’으로 조성된 장소였다.

평화의 상징 집비둘기가 유해 야생동물로 전락한 지 7년이 흘렀다. 그 사이 비둘기는 개체수가 폭발했지만 막을 수 있는 서울시의 대안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특히 비둘기에게 먹이를 챙겨주는 일명 ‘피존맘’은 속수무책이었다. 시민들이 여기저기서 먹이를 주다보니 갈수록 살이 쪘고 ‘닭둘기’(닭+비둘기)란 별칭까지 생겼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에 서식하는 집비둘기의 공식 개체 수는 2009년에 집계한 3만5000마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서울시내 비둘기 수는 최소 4만5000마리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된 이후 7년간 1만 마리가 되레 증가했다는 추정이다. 

서울시는 집비둘기 밀집지역에 ‘먹이제공 금지’ 현수막을 부착해 개체수 감소를 유도하고 있다.

집비둘기는 2009년부터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됐다. 시도 때도 없이 쏟아내는 배설물로 인해 관련 민원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산성물질이 포함된 배설물은 도시 미관상 좋지 않을 뿐더러 건물과 문화재를 부식시켜 당시 개체수를 줄여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평화와 희망의 상징’인 비둘기는 급증한 원인에 대해서는 1차적으로 무분별한 방사가 원인으로 꼽힌다. 비둘기가 천덕꾸러기가 된 것은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로 실시된 비둘기 날리기 행사 이후로 무서운 번식력과 적응력으로 도심에 자리를 잡은 이후다.

또 서울의 기후 변화와 도심 환경도 비둘기 수를 늘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비둘기의 증가는 원래 강한 번식력 탓도 있지만 음식 쓰레기나 시민들이 주는 먹이 등이 풍부하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유해야생동물로 지정이 됐다고 해서 무조건 포획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현행법상 포획허가증이 있으면 잡을 수 있지만, 도심에선 총이나 덫을 놓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강제적인 비둘기 개체 감소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또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피존맘’을 번식의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박희천 경북대 조류생태환경연구소 원장은 “피존맘이 계속 먹이를 주는 행위는 비둘기들을 먹이 걱정 없는 영양 과잉 상태로 만들어 번식 활동에만 전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시의 ‘유해 집비둘기 서식지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5년 시가 주요 비둘기 밀집 지역 21곳을 조사한 결과, 14장소 이상이 ‘인위적 먹이 제공’으로 조성된 장소였다. 인위적 먹이가 풍부한 곳을 중심으로 비둘기 번식이 확대되는 것이다.

하지만 시는 피존맘에 대한 뾰족한 대책을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는 비둘기 먹이제공금지 홍보물 설치, 매점 음식물 쓰레기의 빠른 수거 등 수동적 제재 방안을 유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현재로는 (피존맘에)적극적 제재를 할 수 있는 규제안이 없다”며 “지난해 8월 환경부에게 도심에서 먹이를 주는 이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자는 안을 건의했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한편 피존맘과 동물연대 관계자는 먹이 주는 일을 제재하는 방안에 우려를 표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어린이 공원에서 주말마다 비둘기 먹이를 준다는 ‘피존맘’ 박모(61) 씨는 “비둘기들이 배가 불러야 다른 곳에서 음식물을 뒤지지 않는다”며 “먹이를 주는 게 오히려 이들을 더 위생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비둘기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지만 피존맘들과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법은 고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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