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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드게임의 효과]⑧비교와 측정
[헤럴드분당판교=김미라 교육부장]비교와 측정은 초등 수학 1학년부터 등장하는 단원이다. 비교와 측정을 한 데 묶은 이유는 비교가 측정의 기초가 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비교에는 두 물체를 직접 맞대어 비교하는 직접비교와 막대 같은 임의의 단위를 사용해 무게나 길이를 판단하는 간접비교가 있다. 간접비교에서 사용하는 임의단위를 cm나 kg 같은 보편단위로 바꾸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측정이 된다. 따라서 비교는 측정이라는 개념을 배우는 데 기본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비교를 통해 측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보드게임 두 가지를 소개한다.

◇양을 놓으며 땅의 크기를 비교하다_배틀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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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처음 나왔을 때는 스플리츠(Splits)란 이름의 게임이었다. 권장연령은 8세 이상, 핵심 내용물은 색이 다른 나무칩 32개와 8개의 판이 모두였다. 본래는 1대1 대결만 가능한 2인용 게임이었는데, 배틀쉽(battle sheep)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출시되면서 4인까지 즐길 수 있도록 규칙과 내용물이 변경됐다.

디자인도 무미건조한 나무칩에서 '쉽'이란 이름에 걸맞게 귀여운 양이 그려진 플라스틱칩으로 변경되었다. 자세히 보면 칩마다 양의 표정과 포즈가 달라 재미있다. 이렇게 들판에서 치고 박는 양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배틀쉽은 전작인 스플리츠와 달리 어린이의 흥미를 끄는 데 손색이 없다.

게임의 룰은 자기 양으로 가장 넓은 목초지를 차지하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사람마다 양 토큰 16개가 주어지고, 16개의 양을 목초지 위에 최대한 흩어놓아 자기 땅을 표시해야 한다. 목초지 가장자리에 각자의 양 토큰을 모아두고, 차례가 되면 그 중 일부를 떼어 일직선으로 이동시킨다. 이동은 다른 양이나 지형 때문에 진행이 막히기 전까지 계속된다.

규칙은 이것이 전부지만, 여기에 초등 수학의 다양한 내용이 들어있다는 점은 놀랍다. 먼저 게임의 승리 조건을 생각해보자. 게임을 하는 어린이는 자기 땅의 넓이를 어떻게 계산할까? 바로 각자가 가진 양 토큰이라는 임의의 단위로 가능하다. 목초지에 그려진 칸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토큰을 놓으면 자신의 땅을 양 토큰으로 셀 수 있다. 또한 서로 사용한 단위가 같으므로 상대와 나의 땅 넓이도 비교 가능하다. '더 크다', '더 길다'가 아니라 단위를 이용한 비교가 왜 중요한지, 또 비교에서 서로 동일한 보편 단위를 사용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게임을 빌어 설명할 수 있다.

◇양탄자 면적을 측정해 자릿세를 받다_마라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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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이름 '마라케시'는 모로코의 도시 이름으로, 이곳의 구시가지 메디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다. 형형색색의 향신료와 번잡한 시장, 그리고 양탄자로 유명한 도시를 배경으로 한 게임답게, 마라케시는 양탄자 상인들의 치열한 경쟁을 멋지게 재현하고 있다.

게임의 기본 콘셉트는 매우 간단하다. 주사위를 굴려 말을 옮기고, 도착한 땅의 자릿세를 땅 주인에게 낸다. 혹자는 여기까지만 들어도 대번에 비슷한 게임이 몇 개 떠오를 것이다. 부루마블, 그리고 그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모노폴리다. 그러나 마라케시에는 말이 딱 하나뿐이고, 자릿세 계산도 독특하다. 이 두 특징이 마라케시를 모노폴리나 부루마블과 차별화된 두뇌 게임으로 만든다. 실제로 마라케시는 2009년에 멘사셀렉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게임에 하나 밖에 없는 말은 이름이 아쌈인 양탄자 상인이다. 차례가 된 사람은 주사위를 굴려 아쌈을 이동시키는데, 그 전에 아쌈이 이동할 방향을 먼저 정한다. 방향은 후방을 제외한 좌우전방 어느 쪽으로든 가능하다. 굴리는 주사위에는 모로코 전통 신발 바부슈가 그려져 있고, 바부슈 개수만큼 아쌈을 정한 방향으로 이동시키면 된다. 만약 아쌈이 이동한 자리에 다른 사람의 양탄자가 있다면 자릿세를 낸다. 마지막으로 아쌈 근처에 자신의 양탄자를 1장 놓는다. 모두 가지고 있는 양탄자를 다 놓으면 게임이 끝나고, 돈을 가장 많이 모은 사람이 이긴다.

게임에서 측정과 관련된 활동은 자릿세를 낼 때다. 자릿세는 양탄자의 면적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모든 양탄자의 크기가 동일하므로, 면적은 양탄자가 놓인 칸을 세어서 측정한다. 돈은 같은 양탄자가 이어진 칸 수만큼 내면 된다. 따라서 한 번에 많은 돈을 받으려면 양탄자를 놓을 때 최대한 자기 양탄자들이 이어지도록 놓아야 한다. 말의 진행방향을 스스로 정할 수 있으므로, 계획만 잘 짠다면 어려운 일은 아니다.

바로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마라케시는 땅 구입이나 자릿세 지불에 운의 비중이 적은 편이다. 대신 계획을 수립하고 공간을 지각하는 능력이 훨씬 중요해진다. 자릿세의 기초가 되는 양탄자는 모두에게 같은 수가 주어진다. 부루마블처럼 돈이 없어서 땅을 사지 못하는 일은 없다. 주사위에 모든 것을 맡기는 부루마블보다는 좀 더 머리를 쓸 수 있는 경제게임이 마라케시다.


b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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