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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영적인 기계와 공존하는 법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기계들은 머지않아 우리가 의식이 있는 존재라고 간주하는 생물학적 인간과 구별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며, 이로써 우리가 의식에 부여하는 영적인 가치도 공유하게 될 것이다.”

이런 충격적인 선언을 한 이는 다름아닌 레이 커즈와일이다. ‘에디슨 이후의 최고의 발명가’로 불리며, 인간의 말을 이해하는 인공지능 개발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그는 일찌기 저서 ‘특이점이 온다’를 통해 2045년 인류의 지능을 능가하는 초지능의 탄생을 예고했다. 그는 이 책에서 ‘수확가속법칙’을 제시한 바 있는데, 진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진화의 산물이 지닌 복잡성과 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이는 생물학적 진화는 물론 기술적 진화에도 적용된다.

그의 최근 저서 ‘마음의 탄생’(원제 How to create a mind)은 이런 인간의 뇌에 관한 연구를 발전시켜 디지털로 구현하는 일에 한발 더 나간 모습을 보여준다.

커즈와일은 이 ‘마음의 탄생’(크레센도)에서 인간의 뇌를 분석, 그것이 작동하는 알고리즘을 추출해냄으로써 인공지능의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 한다.

저자가 인간을 넘어서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데 비밀의 열쇠로 제시하는 것은 다름아닌 대뇌 신피질이다. 인간은 신피질 덕에 새로운 적응과 행동에 걸리는 수천년의 시간을 단 며칠만에 학습할 수 있다. 커즈와일은 신피질이 작동하는 방식을 패턴으로 본다. 인간의 뇌는 이미지 자체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패턴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반복돼 입력되면서 그 자체로 패턴을 만드는 ‘특성의 리스트’로 저장된다. 인간의 언어와 지능을 담당하는 신피질은 이런 동일한 패턴인식기 3억개가 펼쳐져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바꿔 말해 인간의 신피질이 저장할 수 있는 패턴은 3억개 정도로 호모사피엔스는 이 3억개의 패턴을 가지고 말과 글, 그리고 온갖 도구와 발명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발명품들은 또 다른 발명을 낳았고 ‘수확가속법칙’에 따라 기술정보콘텐츠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런 패턴인식기들은 계층적으로 연결되면서 말초적인 감각의 인식에서 비유, 유머, 연민과 같은 추상적이고 고차원적인 인식까지 똑같은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한다. 즉 낮은 차원의 감각인지든 높은 차원의 개념적 사고든 모두 패턴인식의 작동 알고리즘은 동일하다. 저자는 이를 ‘패턴인식 마음이론’이라고 부른다.

이런 신피질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뇌의 기능을 더욱 깊이 이해함으로써 정신장애나 뇌질환을 앓는 환자를 위한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디지털 공간에 구현한 지능을 활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인류가 당면한 수많은 문제를 좀더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 더욱 강력한 인공지능 개발이 가능한 건 물론이다. 여기에 커즈와일의 궁극의 목표가 있다.

생물학적 작동원리를 디지털 공간에 구현하는 일은 컴퓨터에 의식이 생기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순수하게 물질적 요인에서 출발한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의 의식이 출현했듯이 기계 역시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의식이 출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커즈와일이 논리적 주장이다.

사람들은 대개 기계가 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위협을 느끼는게 사실이다. 의식이 있는 인간의 영적인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반응은 기계라는 개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의 기계를 바탕으로 이 문제를 이해하기 때문인데 머지않아 기계는 우리가 의식이 있는 존재라고 간주하는 생물학적 인간과 구별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것. 그 결과, 우리가 의식에 부여하는 영적인 가치도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커즈와일은 설명한다.

커즈와일은 이 책의 후반부에서 의식이 무엇인지, 또 의식을 기준으로 세워진 인간의 보편적인 윤리체계, 자유의지, 정체성을 철학적으로 고찰한다.그의 결론은 의식을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기계에 대해서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대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에는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그는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또 수확가속법칙에 대한 반론과 불신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설명해 나간다.

그에 따르면, 기술적 진화는 생물학적 진화보다 100만배 더 빠르게 진행된다.

“21세기말까지 우리는 물리학의 법칙이 허용하는 한계안에서 최대 컴퓨테이션을 완성해낼 수 있다.”고 그는 자신한다. 인간의 뇌보다 훨씬 작은 크기에 인간과 기계의 모든 지식을 구성하는 지적 알고리즘의 주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현재 커즈와일이 구글에서 진행하고 있는 인간의 자연어를 이해하는 인공지능 개발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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