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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실패는 재도약의 출발점
영화 ‘레버넌트’는 죽음의 문턱에서 생환한 사냥꾼의 실화를 담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열연한 실존 인물 휴 글래스는 회색곰에게 습격당해 만신창이가 됐고, 동료의 배신으로 아들마저 잃는다. 복수를 위해 물고기를 날로 먹고, 말의 내장을 꺼내고 들어가 추위를 피하며 혹독한 시련을 이겨낸다. 디카프리오는 5전6기의 도전 끝에 오스카상도 받았다.

기업은 실패와 성공의 기복을 거쳐 성장한다. 어느 기업가이건 예기치 않은 시련과 난관에 봉착하여 뼈져리게 고전한 경험을 갖고 있다. 실패에 굴복하지 않고 어려운 고비를 넘겨 새로운 단계로 재도약하여 발전하는 기업이 명문 장수기업이 된다.

KFC 창업자 커넬 샌더스는 농장에서 모은 돈으로 식당을 차려 성공한다. 그러나 황혼의 나이에 상권이 변화하며 파산에 이른다. 과거 식당을 경영할 때 익힌 요리법으로 프라이드 치킨 메뉴를 개발해 팔지만 2년 동안 1008번을 거절당한다. 드디어 그의 요리법이 팔리기 시작하면서 최초의 프랜차이즈 가게를 만들었다. 그의 나이 65세에 재도약에 성공한 것이다.

구글은 최근 10년 동안 10개 사업이 실패했거나 매출이 저조한 상태다. 스마트홈 서비스를 중단하고 보행로봇을 개발하는 회사를 팔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패한 구글 비디오사업인 유튜브로 동영상 시장을 장악했다. 사실상 중단한 구글 글라스도 다시 2차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실패 끝에 성공한 사람이나 기업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 실패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는 통찰력을 갖게 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는 용기를 보여준다.

승패는 병가지상사로 한번 전투에서 패했다고 유능한 장수를 물러나게 하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다. 마찬가지로 한번의 실패로 기업가를 낙오자로 취급하고 퇴출시키는 것은 숙련된 기술력과 노련한 경험을 사장시키는 것과 같아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혁신적인 실패기업에 대해서는 재기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실패기업을 무작정 지원하는 것은 금물이다. 사전에 검토해야 할 것이 있다.

기업의 실패원인이 산업구조의 변화에서 기인한 것인지, 기업의 기술부족이나 경영미숙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산업구조의 변화 때문이라면 단순히 기존제품의 품질개선으로는 가망이 없다. 타자기가 컴퓨터로, 필름이 디지털 카메라로 대체된 상황에서 기존 제품의 개선은 무의미하다.

정부도 산업의 트렌드 변화로 영위업종을 전환하는 기업을 지원한다. 사업실패로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는 기업인에게 자금도 지원한다. 효과적인 재창업 지원을 위해 유관기관끼리 협업하기도 한다. 재창업의 성과도 좋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일반 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은 30.9%, 재창업 지원기업은 73.3% 두배 이상이다.

영화배우에겐 5전6기 도전이 가능한데 한번 실패한 기업인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 것이 야박한 게 현실이다. 재도전 기업이 교세라나 구글이 될 수도 있다는 점. 실패를 자산으로 보고, 재도약으로 읽을 수 있어야 우리 경제도 죽음의 문턱에서 생환할 수 있다.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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