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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부산행’을 닮은 뮤지컬 ‘페스트’…창작극의 남다른 의미
최근 초연 무대를 연 창작뮤지컬 ‘페스트<사진>’는 화제의 영화 ‘부산행’과 닮은 꼴이 많다. 페스트 균에 감염된 혼돈의 오랑시티와 좀비천국이 된 가상의 한국을 그린 두 작품은 오늘날 우리사회의 모순과 병폐를 치유되지 않은, ‘백신없는 질병’으로 은유해 보여준다.

서태지 노래를 기반으로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 이야기를 입힌 뮤지컬 ‘페스트’는 인간의 기억과 행복을 시스템이 지배하는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했다. 주체성을 상실한 인간은 곧 죽은 것이나 다름없으며, 사람과 사람의 ‘연대’만이 백신이고 곧 희망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런데 이 작품은 개막 초반 평단으로부터 후한 점수를 얻지 못했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숙명이 그러하듯, 노래에 이야기를 맞추다 보니 노래와 노래를 연결하기 위해 지나치게 설명적인 부분들이 많아졌고, 그 느슨한 연결고리는 관객의 몰입도를 떨어뜨리고야 말았다.

뮤지컬에서 노래는 이야기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내레이션이다. 그런데 서태지의 노래, 특히 가사들은 가사 그 자체에 의미가 실리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 가사를 극에서 그대로 살리려다보니, 혹은 서태지에 대한 제작진들의 존경과 오마주가 너무 컸던 나머지, 가수 서태지와 뮤지컬 ‘페스트’ 사이에서 애매한 타협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페스트’가 의미있는 이유는, 해외 유명 라이선스 뮤지컬, 톱스타들을 앞세워 흥행몰이를 하는 뮤지컬들이 대부분인 한국 뮤지컬계에서 실험과 도전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데 있다. 기획에만 수년이 걸렸고, 흥할지 망할지 알 수 없는 창작극에 아낌없는 투자를 했다. 김성수 음악감독의 세련된 오케스트레이션, 정승호 무대감독의 섬세하고 안정적인 무대 디자인, 그리고 패션 디자이너 로건의 미래적인 의상들까지, 허투루 눈속임하지 않은, 창작팀 하나 하나의 땀과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도 이 작품의 미덕이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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