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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골 씨름 닮은 터키 퓨전 레슬링…그레꼬로만 느낌도
[헤럴드경제=함영훈기자] 터키는 돌궐이다. 몽골 동남쪽에 터잡으며 고구려 전성기때 국경을 접하기도 했다. 고구려-돌궐은 당나라의 팽창을 막기 위해 연합전선을 구축한 바 있다고 사서는 전한다.

그래서 터키 사람들은 몽골과 한국에 대해 형제라고 느낀다. 돌궐이 서진하면서 문화가 많이 바뀌었지만, 최근 성황리에 끝난 터키 오일레스링 대회를 보면, 동방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터키 오일 레슬링 대회가 지난 24일 일주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우승자를 가렸다. 올해 대회가 무려 655회. 14세기 중후반 시작된 이후 끊김 없이 이어진 것이다.

오일 레슬링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스포츠 중 하나로, 온 몸에 오일을 바르고 힘과 기술을 겨뤄, 상대방의 양 어깨를 땅에 먼저 닿게 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터키문화관광부 한국사무소 제공

터키의 발원지와 가까운 몽골의 씨름은 상대를 넘어뜨려 무릎부터 상체가 땅에 닿으면 승부가 결정된다. 신체에 걸쳐져 있는 무언가를 잡고 상대를 넘어뜨린다는 점에서 한국 씨름을 닮았다. 몽골 씨름은 몸에 오일을 바르지는 않는데, 경기 중 다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터키는 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오일을 바른다. 한국 씨름이 모래판에서 벌어지는 것도 부상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에서 였다.

주지하다시피 동로마제국은 터키에 의해 멸망하는데, 중세 이후 지금의 터키와 문화를 공유한 그레꼬로만(그리스-로마)형 레슬링도 터키의 오일레스링과 닮았다. 상체의 힘만을 이용해 상대를 넘어뜨리고 기술의 난이도에 따라 점수를 얻는 게임이다.

오일 레슬링의 터키 현지 명칭인 ‘크르크프나르’는 터키어로 ‘40’(Kirk)과 ‘샘물’(Pinar)을 뜻한다. 14세기 중반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군대가 터키 북서쪽 지방인 에디르네 초원에 주둔하던 중에 40명의 병사가 오일을 바른 뒤 초원에서 레슬링 시합을 했는데, 두 병사가 투혼끝에 숨졌고, 두 병사의 무덤에서 샘물이 솟았다는데에서, 이 오일레슬링 축제가 유래됐다.

모양과 형태는 동서양 퓨전형이다. 힘을 겨뤄 상대를 넘어뜨리는 경기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만들어졌을 것이다.

터키의 퓨전형 레슬링을 보면, 한국-몽골-터키-그리스의 힘겨루기 경기가 모양은 조금씩 달라도 실크로드 선상에서 비슷한 문화를 공유했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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