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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는 형님’, ‘아재개그’의 불편한 진실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JTBC ‘아는 형님’은 강호동 서장훈 등 30~40대로 구성된 남성 MC들이 이끄는 예능이다. 매회 다른 게스트가 출연해 상황극을 연출하며 자연스럽게 토크를 나눈다. 남성 게스트가 출연하기도 하나, 최근 들어 남자 MC들과 짝을 이룰 여성 게스트의 출연 비율이 부쩍 높아졌다.

’아는 형님‘의 웃음 포인트는 MC들의 애드리브다. 30~40대로 구성된 ‘아재(아저씨를 낮추어 칭하는 말)’들의 입담에 프로그램은 동시간대 시청률 경쟁에서 종편 1위에 올랐다. 화제성도 담보한 프로그램이다 보니 여자 연예인들은 ‘아는 형님’을 출연하고 싶은 예능 1순위로 꼽기도 한다. 하지만 여성 출연자를 향하는 ‘아재’들의 애드리브는 두 얼굴을 지녔다. 프로그램에 논란이 따라오는 이유다. 
[사진=JTBC ’아는형님‘ 방송화면 캡처]

▶ ‘아재 개그’라고? 수위 넘나드는 애드리브=‘아는 형님’에 자주 등장하는 ‘웃음 유발’ 애드리브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섹드립’(성적인 드립의 줄임말)‘과 ‘무례’, ‘담배 드립’이다.

먼저 ‘섹드립’의 경우 뉘앙스부터 구체적인 행동까지 수위를 넘나든다. 지난 9일 걸그룹 씨스타가 출연분이다. 씨스타 멤버 효린이 자신의 장래희망이 사육사였다고 말하자, 김희철은 “뭔가 야하다”고 반응했다. 이에 씨스타 멤버들도 “왜 저래”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지난달 전소민 편에서는 민경훈이 전소민에게 줄 선물로 빨간색 종이컵 비키니를 만들어 입었다.시크릿 멤버 전효성과 나인뮤지스 경리 편에서도 섹드립이 높은 수위로 쏟아졌다.

무례한 발언도 적지 않다. 지난달 한채아가 출연, 말실수가 나오자 강호동은 “완전 머리가 텅텅 비었네”라고 말했다. 이에 한채아는 “말조심해”라고 받아쳤으나, 강호동은 “예능인데 말조심하면 어떡하노”라고 답했다. 김영철은 “미친 거 아니냐”, 김희철은 “나 화내는 여자 좋아”라고 말한다. 같은 달 레드벨벳 편에서는 멤버 아이린이 다림질을 잘한다고 하자 김희철이 “야 다려봐”라며 자신의 셔츠를 던지기도 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에 대해 “지상파를 떠나 종편(종합편성채널)에서도 방영되기에도 아슬아슬한 수위”라며 “성적인 농담이나 드립은 인터넷 감성에 가깝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그러나 “베테랑 방송인들이기 때문에 스스로 수위조절을 잘 해주고 있다”며 “여성 출연진들이 당황하거나 정색하는 부분도 예능일 뿐, 다들 기분 좋게 촬영을 마치고 간다”는 해명했다.

프로그램 연관검색어로도 이름을 올린 ‘담배 드립’은 또 하나의 개그소재다. 취미, 해보고 싶은 것, 가장 잘하는 것 등등 질문을 막론하고 김희철을 비롯한 MC들은 “담배 피우기”를 언급해 여성 출연자를 흡연자로 몰아간다. 두 손가락을 입에 대고 담배를 피우는 흉내를 내기도 한다.
[사진=JTBC ’아는형님‘ 방송화면 캡처]
[사진=JTBC ’아는형님‘ 방송화면 캡처]

지난 23일 방송분 자막에 따르면 이날 담배드립을 포함, ‘김희철은 14주 연속 담배 드립을 달성’했다. 미성년자 멤버가 있는 걸그룹도 다수 출연했지만, 예외는 없었다.

문제는 남성 출연진에게는 하지 않는 담배 이야기가 유독 여성 출연진에게만 나온다는 점이다.

하재근 평론가는 “여자를 앞에 두고 개그처럼 담배 이야기를 하는 건 담배를 피우는 여자는 순수하지 못하다거나 퇴폐적, 혹은 일탈적이라는 뉘앙스를 깔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여성 차별적 시각이 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담배는 우리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생각되는 것이자 청소년들에게는 금지된 물질인데 방송에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제작진은 그러나 “담배가 직접적으로 등장만 안 하면, 담배 이야기를 하고 담배를 피우는 행동을 취해도 방송심의에는 걸리지 않는다”는 안일한 입장을 보였다.
[사진=JTBC ’아는형님‘ 방송화면 캡처]
[사진=JTBC ’아는형님‘ 방송화면 캡처]

▶ 아재들과 여성 게스트, 불편한 구도=‘아는 형님’의 근본적인 문제는 프로그램의 구성에서 비롯된다.

배경은 한 고등학교의 교실, 7명의 남성 출연자(강호동 서장훈 이상민 이수근 김영철 민경훈 김희철)가 전학생으로 출연하는 여성 게스트(걸그룹 혹은 여배우)를 맞는다. 상황극의 출발점이다.

평론가들은 “남성 출연진과 여성 출연진의 구도 자체”가 불편함을 야기한다고 봤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와 이택광 경희대 교수(대중문화평론가)는 “아저씨 출연자 여러 명이 둘러 앉아 젊고 어린 여자를 두고 짓궂은 이야기를 하면서 당황하는 모습을 즐기는 구도”라며 “남성중심적인 시각이 내재해 있어 바람직하거나 고급스러운 프로그램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의견을 모았다.

전학생으로 등장한 여성 게스트에게 ‘아는 형님’들은 춤과 노래를 요구하며 일종의 신고식을 치르게 한다. 요구에 맞춰 여성 게스트의 장기 자랑, 혹은 ‘매력 발산’이 이어진다.
[사진=JTBC ’아는형님‘ 방송화면 캡처]
[사진=JTBC ’아는형님‘ 방송화면 캡처]
[사진=JTBC ’아는형님‘ 방송화면 캡처]

다음은 여성 출연진에 관한 문제를 푸는 시간이다. 개인적인 질문들이 주를 이룬다. 정답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수위를 넘나드는 애드리브가 쏟아진다. 여성 출연자들이 놀라거나, 당황하거나, 정색하는 반응을 끌어내 웃음을 유발하는 애드리브다. 하지만 불편함이 적지 않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이택광 교수는 “이 프로그램은 여성들에 대한 폄하나 편견을 형성하는 데 있어 굉장히 노골적이고 거기서 보이는 정서가 굉장히 남성 중심적”이라며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것들이 실제 현실과 대중들의 욕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도 예능 프로그램이 그것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건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여성에 대한 폄하는 서인영과 제시 편에서도 이어졌다. 김희철이 “언니 이거 나만 불편해?”라며 ‘여초’ 커뮤니티 말투를 흉내낸 것이 문제가 돼 프로그램은 ’여성 혐오’ 논란까지 일었다. 이 말은 남초 커뮤니티에서 여성을 비하할 때 쓰는 말로 통용된다.

일련의 사례들로 인해 ‘아는 형님’의 개그 코드는 현재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제작진 역시 수위 조절에 대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연출을 맡은 최창수 PD는 “수위 조절과 웃음 사이에서 수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출연자들이 베테랑이라 알아서 수위조절을 잘 하고 있고, 제작진으로서도 수위 조절을 하지만 JTBC 안에도 자체 심의 기구가 있어 시청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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