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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포3단지 분양보증 불승인 이후] 분양가 4000만원이 데드라인?…강남 재건축 단지‘눈치작전’

HUG 분양보증 승인 사실상 분양가상한제
방배3·신반포5·신반포18차 분양 줄줄이 연기
“강남권 분양가 300만~500만원 낮아질 것”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개포 주공3단지(디에이치 아너힐즈)의 분양보증을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한 뒤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숨을 죽이고 있다. HUG가 인근 아파트 분양가 대비 10%를 초과하면 고분양가로 판단, 보증 승인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오는 9월 분양 예정인 ▷서초구 방배3구역(방배에코자이, 일반분양 96가구) ▷서초구 신반포5차(아크로리버뷰, 41가구) ▷신반포18차ㆍ24차(삼성물산, 146가구) 등 3개 단지가 당장 영향권에 놓여 있다.

지난 3월 전용면적 59㎡ 이하를 3.3㎡ 당 약 4300만원에 분양한 개포 주공2단지(래미안 블레스티지)가 단기간에 모두 팔린 뒤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에선 ‘내장재 고급화+분양가 상향’ 마케팅이 유행처럼 번졌다. 개포 주공3단지와 마찬가지로 이들 3개 단지도 고급화 전략을 노렸던 터라 ‘분양가’에 대해 함구하는 등 신경이 곤두섰다.

방배3ㆍ신반포5ㆍ신반포18차 조합은 분양시기를 9월말~10월로 조정하고, 분양가 인상을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강남구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6월말 현재 3.3㎡ 당 3804만원으로 1년새 약 82% 뛰었다. 개포주공3단지가 HUG에 보증신청한 분양가는 4313만원으로 1년전 강남구 평균 보다 107% 높다. 사진은 개포주공3단지 전경.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이 가운데 방배에코자이는 서초구 방배동에서 4년만에 이뤄지는 신규분양이자 방배5ㆍ6구역 등 후속 재건축 단지에 기준선을 제시하는 단지여서 주목받는다. 이 일대 비교 아파트로 2012년 분양한 ‘방배롯데캐슬아르떼’의 분양가는 3.3㎡ 당 3199만원, 현재 시세는 전용 84㎡ 기준 3.3㎡ 당 3575만원이다. 과거 분양가와 주변 시세의 110%를 분양가 상한으로 보면 각 3519만원, 3932만원이다.

손달익 방배 3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장은 “마루와 벽지 등 최고급 마감재를 써서 우리 단지를 서초무지개(GS건설이 수주) 조합이 벤치마킹 삼을 정도”라면서 “‘개포 사건’이 터지지 않았다면 충분히 평당 4000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손 조합장은 “이번 일로 강남권 분양가가 평당 300만~500만원 낮아지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배3구역 조합은 중소형 가구 공급을 늘리는 내용으로 관리처분인가 변경신청을 다음달 7일 낼 예정이다. 일반분양분 96가구 중 일부는 중도금 대출 보증 규제 적용 대상(분양가 9억원 이상)이다.

신반포5차, 신반포18차 단지는 같은 잠원동에서 올 1월에 3.3㎡ 당 평균 4290만원에 분양해 고분양 논란을 일으킨 신반포자이(반포한양)가 있어 안도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불과 3년 전인 2013년에 분양한 ‘래미안신반포팰리스(잠원대림)’의 3.3㎡ 당 평균 분양가는 2987만원이었다.

신반포18차ㆍ24차 시공사인 삼성물산 주택본부 분양팀 관계자는 “아직 조합과 분양가를 협의하지 않았지만 HUG 방침에 충분히 영향 받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내장재 등 반포 아파트에 대한 기대가 있는데 품질을 낮출수는 없고 분양가는 4000만원 이상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포 주공3단지가 분양하면 중도금 대출 보증과 관계없이 청약 여력이 되는 수요층을 파악해보고자 했는데 아쉽게 됐다”고도 했다.

신반포5차 조합 관계자는 “최고급 아파트라고 떠들어서 우리까지 피해를 입게 됐다”며 개포 주공3단지 조합을 탓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개포 주공3단지 조합은 일단 분양시기를 잠정 연기했다. 조합 관계자는 “후분양 등 여러 시나리오를 두고 대의원, 조합원 등과 대책회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2010년 ‘갤러리아포레’의 3.3㎡ 당 분양가가 이미 4325만원이었고, 2014년 ‘아크로리버파크’가 4130만원이었던 것에 견줘, 4310만원에 ‘고분양’ 낙인을 찍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건설업계에 HUG 분양보증을 받지 못해 후분양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선 ‘선분양 후준공’이 일반적이어서 HUG의 보증이 필요하지만, 건축법 상 골조공사의 3분의 2 이상을 완료한 뒤 일정 시공실적 기준을 충족하는 건설사 2곳의 연대보증을 통해 후분양이 가능하다. HUG의 이번 분양보증 불승인은 ‘월권’ 논란에서부터 보증사 독점의 폐해라는 지적까지 비판 목소리가 적지 않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개포3단지의 분양총액이 1200억원, 최악의 경우 준공 뒤 공매로 날려도 최대 리스크는 40%인 480억원인데 연매출 16조원에 신용등급 최고의 회사(현대건설)가 이 사업을 감당하지 못하겠냐”며 “분양가와 상관없이 ‘리스크-프리’ 단지인데, 분양가상한제 보다 더 못한, 어디서 비롯됐는지 모를 기준을 들이댔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가격은 수급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누르면 잠시 조정받을 순 있지만 어느 순간 팍 튀어 오르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분양보증을 인위적으로 내주지 않은 것은 도무지 말이 되지 않지만 평당 5000만원에 내줬다 해도 그 여파가 강남뿐 아니라 강동까지 미쳤을 것”이라며 “분양가가 오르면 주변이 상대적으로 싸 보이는 효과 때문에 따라 오르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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