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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넥슨 그들만의 계급사회
게임업계에 병역특례는 아킬레스건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벤처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게임업체는 병역특례대상기업에 포함됐다. 이는 우수한 인재들이 영입돼 게임산업이 발전하는 기폭제가 됐다. 악용된 사례도 잦았다. 몇몇 게임업체 창업자들은 편법 병역특례로 검찰 수사대상에 올랐다. 김정주(48) NXC 회장의 병역 문제 뒷맛도 개운치 않다. 김 회장은 부친 회사와 대덕전자에서 무려 8년여에 걸쳐 병역을 마쳤다.

넥슨의 병역특례를 둘러싼 구설수도 많았다. 넥슨의 병역특례 기능요원 중에 중견기업 오너일가나 유력인사들 자제가 유독 많았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넥슨에 들어가려면 집안이 좋아야 한다”는 설이 나돌았다. 김회장이 뒷배경이 든든한 자제들을 병역특례 대상자로 선호하고 이를 통해 인맥을 별도 관리한다는 설도 파다했다. 넥슨 직원들이 김 회장의 별칭을 딴 ‘제이제이키즈’가 엄연히 존재한다고 믿던 시절이다. 

넥슨에 오래 몸담았던 한 직원은 “성골과 진골이 존재하는 계급사회의 축소판”이라며 “특별한 배려를 받는 이들과 그렇지 못한 직원을 가르는 공기가 명확했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김 회장의 인재관은 ‘진경준 게이트’가 싹트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김 회장은 주요 벤처기업 오너들과는 상반된 길을 걸었다. 엔씨소프트와 네이버 등은 일찌감치 상장해 자본시장에 기업정보를 공개하고 주주들과 성장의 과실을 나눴다. 김 회장은 내부에서 빗발치던 상장 요구를 외면했다. 게임업계 1위 신화를 이뤘지만 주역인 넥슨 직원들은 정작 성과를 공유받지 못했다. 2005년 당시 김회장이 몰두한 것은 인수합병과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다. 바로 진 검사장에게 비상장주식을 공짜로 줬던 시기다. 김 회장은 기업의 자연스런 성장통을 보험성 거래로 해결하려했던 셈이다.

김 회장이 검찰에 재소환된 지난 15일, 네이버 자회사 라인이 일본과 미국증시에 동시상장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라인 상장 주역들에게 대규모 스톡옵션을 안겼다. 절박한 헌신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라는 이유에서다. 경영권은 지분이 아닌 실력으로 지키는 것이란 말도 남겼다. 넥슨인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이 짙어지는 이유를 되짚어 볼 일이다.

권도경 기자/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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