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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딩고로 간 CJ E&M PD들…20만이 110만 팔로워가 되기까지 ①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방송사 PD들의 ‘엑소더스’는 비단 지상파에서만 빚어진 일은 아니었다. 지난해 방송가엔 ‘슈퍼스타K’, ‘한식대첩’, ‘빅뱅TV’, ‘오프더레코드효리’ 등을 연출한 CJ E&M 출신 PD들의 줄이탈 소식이 일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퍼졌다.

‘히트메이커’들이 선택한 곳은 완전히 ‘신세계’였다. “OOO PD가 모바일 콘텐츠를 만드는 데로 간대요.” 당시만 해도 성공사례가 없었기에, “굳이 왜 무모한 도전을 하냐”는 안일한 반응이 적지 않았다.

1년이 지난 현재 이들은 ‘신의 손’이 됐다.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는 메이크어스가 운영하는 딩고스튜디오가 그들의 목적지였다. 뮤직부터 푸드, 딩고스타일, 딩고트래블 등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선보이며 ‘딩고스튜디오’는 현재 모바일 시장의 절대강자로 떠올랐다.

최근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메이크어스 사옥에서 최재윤 딩고스튜디오 콘텐츠 총괄이사를 비롯해 ‘딩고푸드’의 하정석 총괄PD, ‘딩고트래블’의 김무현 총괄PD, ‘딩고스타일’의 임우식 스튜디오W 총괄PD, 유일한 스튜디오M 총괄PD를 만났다. 

[사진설명=왼쪽부터 최재윤, 김무현, 유일한, 임우식, 하정석 총괄PD.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 '새 술은 새 부대에'…그래서 떠났다=“온라인에서 살 길을 개척하지 않으면 TV는 다운사이징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최재윤 딩고스튜디오 총괄PD)은 이미 지난 2014년부터 ‘팽배했다’고 한다.

최재윤 총괄PD는 2002년부터 Mnet에 근무하는 동안 수많은 히트 콘텐츠(빅뱅TV, 2ne1TV, 오프더레코드 효리, MAMA)를 제작했다. 2011년 엠넷 아메리카에서 머무르는 동안 TV의 위기를 절감했다고 한다.

“미국에 간지 6개월 만에 공교롭게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터졌어요. 드라마피버의 유저 중엔 65%가 백인이었고요. 새로운 걸 찾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온라인 시장에 있더라고요.”

광고시장은 줄어들고, 비슷한 콘텐츠가 쏟아지며 시장은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 방송 콘텐츠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지 않으면” 새로운 시대를 살 수 없으리라는 우려가 커졌다.

TV 콘텐츠를 제작해오던 PD들에게 온라인, 모바일은 신세계와 다름없었다. TV에서도 모바일을 겨냥한 콘텐츠를 제작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최재윤 PD를 주축으로 한 이들 PD들은 “체질개선을 해야하는데 TV가 모바일 콘텐츠를 부수적으로 만드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데에 공감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공감대다.

온스타일에서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등 패션 뷰티 콘텐츠를 연출하던 임우식 PD 역시 마찬가지다. 임 PD는 “TV를 통해 패션, 뷰티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줄고 있었다.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PC나 모바일로 소비하고 있는 움직임이 보였다”고 한다.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논의는 계속 나왔지만, 아예 새로운 회사에서 시작하는 것이 더 비전이 있겠다는 판단이었어요.”(임우식 PD)

푸드 채널도 다르지 않았다. 올리브 채널에서 ‘마스터셰프코리아’, ‘한식대첩’을 연출한 하정석 PD에겐 이미 떠나가버린 20대 시청층은 아쉬움이었다. “5년 전만 해도 시청자도 저도 젊었는데 시간이 흐르니 같이 늙어간 거죠.“

“보는 문화의 최전방에 있는 20대”(유일한 PD)가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결국 ‘모바일’이었다. “문화적으로 가장 실험적이고 상징적인 모바일이 20대 초반의 보고 있는 산업이라 느꼈고,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해보고 싶다”(유일한 PD)는 생각은 이들을 자연스럽게 신세계로 이끌었다.

▶ 20만 팔로워가 110만이 되기까지…모바일 콘텐츠 살리기= “함께 일하는 팀이 5~6년 정도 같이 일한 PD들이에요. 전에 SNS에서 존재하는 음식 영상들을 보며 왜 이렇게 후지냐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발로 만들어도 저거보다 잘 하겠다고. 지금 그 친구들이 와서 아마추어처럼 만들고 있어요.(웃음) ”(하정석 딩고푸드 총괄PD)

‘고퀄리티’의 영상을 자랑하는 정통의 올리브 채널에서 단련된 하정석 PD는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농담처럼 ‘발로 만든다’고 하지만, 폄하가 아니다. 현재 모바일에서 중요한 것은 스타의 등장이나 영상의 퀄리티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이 때에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보여줘야 성공확률이 높다. “실제 유저들이 어떤 포맷과 퀄리티로 자신들의 소셜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하는 지가 가장 중요”(임우식 PD)하다는 점을 딩고에 몸 담은 PD들은 시행착오를 통해 파악해갔다. 실제 유저들이 만드는 것처럼, 혹은 그들이 만들 수 있도록 콘텐츠를 선보여야 파급력이 높다.

하정석 PD가 ‘딩고푸드’를 맡았을 9개월 전 팔로워는 불과 20만명이었다. 꾸린 팀도 고작 세 명. 지금 딩고푸드는 110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기 채널이 됐다. ‘딩고스튜디오’에서 가장 핫한 채널이다. “만들어보고 싶게 만드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삼으니 ‘다이렉트 메시지’가 끝도 없이 쏟아진다. 
[사진설명=왼쪽부터 최재윤, 김무현, 유일한, 하정석, 임우식 총괄PD.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처음엔 정말 헷갈리더라고요.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니까요. 다만 굉장히 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판단은 있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 개인이 좋아하는 것을 담아야 하는구나.”

촐 10명의 PD와 푸드스타일리스트 1명이 직접 요리하고 레시피를 짠다. 이들이 바로 ‘보이지 않는 손’의 주인공들이다.

지난해 10월 4만 명에서 시작한 ‘딩고 트래블’은 ‘딩고 푸드’를 잇는 인기 채널이다. ‘슈퍼스타K’ 시즌6를 통해 곽진언, 김필을 배출한 김무현 PD는 음악PD 10년 타이틀을 내려놓고 ‘딩고 트래블’을 총괄하고 있다. “여행을 원래 좋아했다”지만 전공분야를 내려놓고 새로운 영역으로 뛰어들었다. “첫사랑을 잊지 못한 채 새로운 여자친구를 만나는 상황”(임우식 PD)이라는 농담도 나온다.

“사람들이 점점 개인화되면서 기존에 방송에 없는 장르들이 생겨났어요. 그 중 하나가 여행이었던 거죠. 우리나라의 경우 신기하게도 여행 관련 콘텐츠는 유튜브가 아닌 페이스북에서만 유통이 되더라고요. 아예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거죠.”(김무현 딩고트래블 총괄 PD)

1시간으로도 부족한 긴 호흡의 여행 영상을 짧게 압축하기란 쉽지 않다. 김 PD는 “방송에서 할 수 없는 여행 장르 영상 콘텐츠를 목표”로 흥미로운, 짧은 호흡의 영상을 내놓고 있다. 짐을 꾸리는 과정, 공항 입국시 유의사항, 셀카찍는 법을 비롯해 여행지의 영상도 흥미롭게 담는다. “기존의 여행책자와 정보에선 나오지 않는 특이하고 사소한, 개인화된 정보”가 딩고트래블 콘텐츠의 특징이다.

딩고트래블이 운영하는 ‘일반인의 소름돋는 액티비티’는 여행지의 경험들을 영상으로 올리는 페이지로 인기가 좋다. 3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콘텐츠도 등장했다.

스타일의 경우 여성 겨냥 페이지와 남성 겨냥 페이지로 나뉘어 딩고W, 딩고M으로 운영되고 있다. 임우식 총괄PD는 W스튜디오를 통한 다양한 콘텐츠를 책임지고 있다. 뷰티는 물론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관한 콘텐츠다. 20대 여성들이 즐기는 125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여자들의 동영상’이 대표적이다.

유일한 촐괄PD는 남자들의 활동이 별나게 저조하다는 페이스북에서 남성들을 위한 페이지를 운영한다. 딩고M은 자동차, 게임 등 남성 취향을 저격할 콘텐츠를 만든다.

딩고뮤직은 지금의 딩고스튜디오의 아성을 끌어올린 일등공신이다. 딩고스튜디오를 총괄하는 최재윤 PD가 뮤직도 함께 책임지고 있다.

신곡을 낸 가수들의 노래를 소개하는 세로라이브, 취중 라이브를 선보이는 이슬라이브를 비롯해 가수들이 출연해 함께 귀가하는 ‘수고했어 오늘도’, ‘노래방 어택’ 등 다양한 콘텐츠가 존재한다. 일반인의 소름돋는 라이브는 지난해 ‘여고생 아델’을 배출하며, 현재 10~20대가 즐겨찾는 오디션의 대체제가 되고 있다. “일반인 트렌드”를 겨냥해 “기적을 써낸” 페이지다.

최 PD는 “능동적으로 음악을 찾아듣는 유저들이 딩고뮤직을 선호한다”며 “과거엔 장르를 다루는 미디어가 많았는데 이제 TV는 음악을 소개하기 보단 대형 음악예능이 주를 이룬다. 음악을 소개하고 선보이는 콘텐츠라는 점이 음악소비층을 겨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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