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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리뷰] 대체 엑소(EXO)가 뭐길래…“‘소리’라도 듣고 싶어서”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엑소(EXO)가 아무리 좋아도 올림픽 체조경기장 벽돌은 부수지 마세요.”(엑소 수호)

안 그래도 두려웠다. 이게 무너지지는 않을까 천장을 몇 번이나 올려다 본 게 사실이다. 예정된 공연 시간보다 한 시간 반을 훌쩍 넘긴 후에야 살아서 공연장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떠오르는 생각은 하나였다. ‘대체 이들은 누구인가?’

지난 24일 오후 4시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엑소(EXO) 세 번째 단독 콘서트 ‘엑소 플래닛 #3 - 더 엑소디움(EXO PLANET #3 - The EXO’rDIUM -)‘의 세 번째 무대가 올랐다. 

[사진=SM 제공]

“소리라도 들으려고 왔어요.” 용인에서 올라왔다는 15살 여중생 둘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공연장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앞으로 3회 공연이 더 남아있다는 걸 모르는 걸까. “6회 다 매진이에요. 원래 그래요. 표를 못 구해서 오전에 엑소 콘서트 전시회 보고 왔어요.”

지난 22일 막을 연 엑소의 세 번째 콘서트는 22~24일, 29~31일 6일 간 총 8만 4000여 석을 오픈했지만 모두 ‘매진’됐다. 가수 단일 공연 사상 최초 체조경기장 6회 공연도 ‘기록’인데, 전석 매진은 ‘기염’에 가까웠다. 이날 공연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소리만이라도 듣겠다”는 팬들은 족히 50여 명에 달했다.

[사진=SM 제공]

암표도 성행했다. “엑소 티켓 있어요”라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얼마냐고 물으니 원 가격인 11만원의 두 배, 세 배를 불렀다. 무슨 배짱인가 싶었지만 “그래도 다 사간다”는 게 이들 대답이었다.

공연장은 만석이었다. 1만 4천명의 함성이 올림픽 체조경기장을 흔들어 놓고 있었다. 저마다 들고 있는 야광봉도 두 말 할 것 없었다. 가격만 무려 3만 2000원이지만 모두가 손에 들고 연신 흔들고 있었다. “솔직히 저도 너무 비싸죠. 고 장나서 또 산 적도 있어요. 비싸도 무조건 사야 돼요. 블루투스로 연결돼서 색깔이 다 같이 바뀌거든요.” 한 팬의 말대로 였다. ‘EXO’라고 쓰여진 글씨 따라 1만 4000명의 야광봉 색깔이 동시에 변하고 있었다.

[사진=SM 제공]

“잘 지내셨어요? 엑소디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엑소 찬열)

여느 아이돌 콘서트와도 비교 불가였다. ‘떼창’은 기본, 사진을 찍다 걸리는 팬들도 부지기수였다. 하루 전날인 23일 공연에서 다리를 다쳐 휠체어를 타고 나온 멤버 카이의 눈물에 함께 우는 팬들도 있었다.

레이의 자작곡 ‘모노드라마’는 중국 가사임에도 불구 여지없이 ‘떼창’이었다. 여기 저기서 ‘오빠’를 외치는 중국 팬들이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사진=SM 제공]

이날 엑소는 ’몬스터(Monster)‘, ’으르렁‘, ’럭키원(Lucky One)‘ 등 30여 곡이 넘는 무대를 선보였다. 팬들이라면 좋아할만한 무대들로 가득했다. 팬이 아니라고 해도 볼 거리는 확실했다. 무대 위에서 비가 쏟아지기도 하고 ”여기가 우리 집이야“라며 가정집 무대를 배경으로 멤버들이 냉장고, 옷장, 침대 이불 속에서 등장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여보세요? 누구야? 에리야? 내가 에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관객석은 난리가 났다. 여기서 ‘에리’는 엑소의 팬클럽 이름인 ’엘(L)‘에 '이'를 붙인 말이다. 가정집 배경에 이어서는 알록달록 난쟁이 복장으로 뾰족 모자를 쓰고 나오더니 마지막엔 클럽 콘셉트로 섹시한 망사 패션을 보여줬다. 점점 더 열기는 고조됐고 소리를 지르다 못해 울부짖는 관객까지 엑소를 향한 열렬한 팬심은 더욱 불타 올랐다. 여기에 어쿠스틱 버전을 선보여 통기타에 라이브를 하는 “오빠”들의 모습도 함께 볼수 있었다. 화려한 무대부터 시작해 의상, 팬 서비스까지 명불허전이었다.

3층 관객들을 위해 카트를 타고 올라온 엑소 멤버에 3층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3층도, 2층도, 1층도 티켓 가격은 동일하다. ”억울하지만 어쩌겠어요. 우리 오빠들 보러 와야죠.“ 3층 티켓팅에 겨우 성공한 백민경(17여)씨는 3층에 ‘오빠’들이 오자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나갔다

4시에 시작된 공연은 7시 40분께 끝이 났다. 팬들은 엑소가 공연장을 나오는 모습을 보겠다고 좀처럼 공연장 앞을 떠나지 않았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유수현(26)씨는 오늘만 3번째 공연이다. “엑소 첸 보러 왔어요. 6회 다 보러 올 거예요. 오늘 공연이 가장 최고였던 것 같아요.” 유수현씨가 이번 엑소 콘서트 티켓 값에 쓴 돈은 100만원이 넘는다. “티켓팅에 실패해서 암표로 구하려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11만원의 티켓을 20~25만원에 샀다고 한다. 하지만 유수현씨의 답은 의외였다. “저는 싸게 샀다고 생각해요. 100만원까지도 오르거든요.”

기자는 6호선 올림픽공원역 계단 아래로 공연장을 나온 인파와 함께 밀려 내려갔다. 3시간 30분 동안 다른 세상에 있다 온 느낌이었다. “오빠”들의 세상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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