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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취나는 마을…기업-지자체 손잡고 ‘친환경 타운’만들다
‘SK E&S 홍천 소매곡리’ 가보니
분뇨처리장 가스를 난방용으로
태양광시설로 年수천만원 수익
해외서도 벤치마킹 발길 줄이어



[헤럴드경제]“이웃 마을에서 우리를 ‘악취 마을’로 불렀었는데 이제는 악취도 사라지고 에너지 자립으로 돈도 벌고 관광지까지 되고 있어요.”

하수처리장과 가축분뇨처리장 등 각종 기피시설이 위치한 강원 홍천군 소매곡리는 이제 ‘친환경에너지타운’으로 탈바꿈했다.

정부와 지자체, 민간기업이 힘을 합해 기피시설의 악취를 없애고, 마을 전체를 친환경 수익모델로 탈바꿈시켜 이웃 마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지난 2001년 이곳 소매곡리에 홍천군의 하수와 가축 분료를 처리하는 시설이 들어선 뒤 악취에 시달리던 주민들은 하나 둘씩 마을을 떠났다. 마을 옆 고속도로를 지날때는 자동차 창문을 닫고 있어도 악취가 스며 들어올 정도였다.

‘어딘가에는 있어야 하지만 우리 동네는 아니었으면’하는 기피시설을 유치하는 대가로 지자체가 약속했던 사업들은 전부 흐지부지 되어버렸다.

하지만 지난해 말 환경부와 강원도, 홍천군, SK E&S 등이 친환경에너지타운을 조성하면서 소매곡리의 악취는 사라졌다. 기피시설에 사업모델을 도입하면서 악취가 나지 않도록 각종 설비를 했기 때문이다.

21일 기자가 찾은 이 마을은 악취 마을과는 거리가 멀었다. 깨끗하게 단장된 마을 입구와 꽃길 등이 여느 관광 마을 못지 않았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마을을 직접 방문한 이후 주민들은 더욱 고무된 모습이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벤치마킹하러 오는 발길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마을 방명록에는 중국과 미얀마, 필리핀, 인도, 이란, 아프리카 공무원들이 최근 이곳을 다녀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진수(40) 소매곡리 이장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오히려 걱정”이라며 웃었다.

이 마을의 사업모델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분뇨처리장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를 도시가스로 바꿔 주민들의 난방용 가스로 사용한다.

홍천군 일대에서 이 마을로 들어오는 분뇨는 하루 80톤, 음식물쓰레기는 20톤에 달한다. 이 분뇨와 쓰레기는 이제 이 마을 에너지의 ‘생산원료’다. 이 원료들은 1700톤짜리 탱크 두개에 담겨 약 30일간 발효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가 시설을 통해 정제돼 도시가스로 변신한다. 이는 연간 750세대가 사용 가능한 60만㎥의 도시가스로 정제돼 주민들의 난방용으로 사용된다.

시골 마을에 도시가스가 공급되면서 겨울철 40만원에 육박하던 가구당 난방비가 20만원 이하로 줄어드는 등 주민들의 가스비용이 연간 4200만원 절감될 예정이다.

바이오가스를 뽑아내고 남은 분뇨도 그냥 버려지지 않는다. 분뇨들은 자원화 시설을 거쳐 퇴비와 액비로 만들어져 판매된다. 하루 500포대씩 만들어지는 퇴비와 액비를 통해서도 마을은 연간 5200만원의 수입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부터는 마을주민들에게는 퇴비를 무료 공급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하수처리장 위 공간에 설치된 340㎾급 태양광 발전시설에서는 전력 판매를 통해 연간 5800만원의 수익을 거둘 예정이다. 하수처리장 방류수로는 소수력발전까지 하는 등 그야말로 ‘버리는 것 없이’ 모든 자원을 에너지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지진수 이장은 “태양광 효율이 예상보다 더 좋아 5월에만 892만원의 수익을 냈는데, 5800만원을 뛰어넘어 연간 8000만원까지 수익이 나올 것 같다”며 “향후 각 가정마다 3㎾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 더 완벽한 에너지 자립 마을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수(70) 소매곡리 노인회장은 “친환경에너지타운이 들어오기 전 57가구였던 마을이 70가구로 늘었다”며 “최초 사업이고 워낙 관심과 주목을 받으니까 부담스런 것도 있지만 높아진 우리 삶의 질은 돈으로 환산이 안 될 정도”라며 웃었다. 

홍천=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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