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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유학생도 高학력 인플레②]유학생 10만인데 지원 프로그램은 온통 ‘결혼이주 여성’ 대상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학생들을 ‘전액 장학생’으로 뽑는 대학, 부적응 자초
-영어 강의 질 낮아 알아듣지 못해 “더 공부하고 싶지 않다” 중도 포기 늘어
-어렵게 석박사 학위 땄으나 한국에서 취업 어렵고, 급여 격차 등 차별 만연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서울의 한 대학에서 국제관계학 석사과정을 밟던 J(30·미국) 씨는 지난해 한국을 떠났다. 당초 그는 석·박사 과정 전액장학금을 약속받고 한국에 들어왔다. 공부를 마치면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유학 첫날부터 그는 ‘언어의 벽’에 부딪혔다. 수업 조교로 일하며 학술용어를 알아듣지 못해 헤맸고, 조모임에서는 수강생들과 전혀 소통이 되지 않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학교에서는 자교 학생과 ‘1대1 한국어 멘토링’을 맺어주기도 했지만, 일시적 도움일 뿐이었다.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유학생 지원 시스템이 확립된 일본의 한 대학으로 떠났다. 

지난 2005년부터 계속된 정부의 유학생 유치 확대정책으로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가 10만명을 돌파했지만, 막상 학생들은 한국 유학생활에 실망감을 토로하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5명의 석·박사 유학생들은 ‘수업 중 의사소통’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이들은 일부대학에서는 영어강좌에서도 소통이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수도권 한 대학에서 ‘국제학’ 강의를 수강한 M(27·캐나다) 씨는 “영어강의라 해서 별 걱정 없이 수강신청 했지만, 막상 수업은 많은 부분 한국어로 진행됐다”며 “교수님 말을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매번 모르는 것을 물어볼 수도 없었다”고 고백했다.

동시에 서울시내 유명 국제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L(28ㆍ미국) 씨는 “영어강의의 질이 낮은 것도 문제지만,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학생들을 전액 장학생으로 받아들인다는 것 자체도 문제다”고 꼬집었다.

교육부의 2015년 발표에 따르면, 교육부는 ‘대학의 유학생 유치관리 실태’를 점검할 때 △중도탈락률 또는 불법체류율 △외국인유학생 다양성 △재정건전성 △의료보험 가입률 △언어능력 등의 다섯개 지표를 고려한다. 이중 언어능력 지표에 대해서는 교내 전체 유학생 중 30%이상만 TOPIK 4급을 취득하면 인증에 문제가 없다.

국내 구직과정에서도 차별이 만연해있다고 일부 유학생들은 운을 띄웠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B(29) 씨는 수도권의 한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다 부당하게 해고당했다. 지난해 계약 연장을 위해 계약서를 들여다 본 B 씨는 의아함을 느꼈다. 계약서 근무지란에는 일하던 학원과 전혀 다른 업체의 이름이 씌어 있었다. B 씨가 항의하자 업주는 해고를 통보했다. B 씨는 관할노동청에 이 사실을 알렸고, 업주에게 위로금 명목의 돈을 받았다. B 씨의 가까운 지인은 “B 씨가 외국인 유학생이라고 업주가 무시한 것이라 생각했다”며 “B 씨가 다시는 한국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내 유명 사립대 무역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딴 K(31·태국) 씨도 구직과정에서 외국인 유학생에게 불합리한 경우를 목격했다. 한 식품업체 동남아 지사 근무직에 지원한 K 씨는 같은 일을 해도 한국인과 현지인 직원 간 급여차가 나는 것을 발견했다. K 씨에 따르면 같은 해외지사 영업직으로 일해도 외국인 직원은 한국인 직원의 60~70%의 돈을 받았다. 현지 체류비용 등이 합산된 금액이었지만, B 씨는 외국인이라 해서 같은 일을 하고 다른 돈을 받는다는 것은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유학생들은 한국의 외국인 정착지원 프로그램 대상이 결혼 이주여성들에 국한돼 있어 유학생들이 도움을 받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정치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B(27.여.캐나다) 씨는 “한국 생활 적응을 위해 지역다문화지원센터를 찾았지만, 초급 한국어 과정과 요리교실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었다”며 “이민 과정이나 은행업무, 민원 처리같은 생활 지식을 알려줄 사람이 없어 끙끙 앓았다”고 회상했다.

이같은 이유로 최근에는 국내에서 유학하던 외국인 석·박사들이 고국이나 타국으로 돌아가는 현상도 발생한다. 2015년도 대학알리미 공시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의 중도탈락률이 10%가 넘는 대학만 전국적으로 20곳에 달한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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