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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사드 괴담’ 역이용 나선 국방부..군사작전하듯 여론전?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국방부는 15일 사드 괴담에 대한 입장 자료를 배포했다.  사드 관련 국민들이 우려하는 사안에 대해 '괴담'으로 정리하고 이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자료다.

온라인포털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기사는 폭넓게 소비됐다. 사드 배치 지역 주민들이 사드를 반대하는 이유는 여러 방면에 걸쳐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당장 거론되는 사드 전자파 등 일부 내용 반박에 치중하고 있어 국방부의 사드 추진 강행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오히려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한 국방부가 사드 추진 강행을 위해 군사작전하듯 여론전을 본격화한 것처럼 보였다.

이날은 국방부가 경북 성주를 사드 배치지역으로 발표한 지 이틀째 날이다.

국방부는 13일 ‘사드 경북 성주에 배치’ 발표에 이어 기민하게 움직였다. 다음날인 14일에는 최고 수준의 군사 기밀인 패트리엇기지와 그린파인레이더기지를 언론에 사상 최초로 전격 공개했다. 이날 군 당국은 레이더 전자파 측정을 실시해 인체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 낮은 수치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15일에는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원래 있던 일정을 취소하고 경북 성주로 가 성주 군민을 대상으로 사드 설명회를 갖기로 했다. 10시 반 전후 사드가 배치될 경북 성주의 공군 방공포대를 둘러보고 11시께 성주군청에서 주민 설명회를 갖는 일정이다. 신속하고 급박한 전개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15일 성주군청에서 사드 설명회를 열었지만, 기존 입장을 반복해 주민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겪었다. 황교안 총리가 버스로 향하고 있다. [출처: YTN 캡쳐]

그런데 성주 군민의 반발이 예상보다 훨씬 격렬해 정부가 당황한 기색이다.

총리가 15일 성주 군민들을 만나 “사드는 인체에 무해하다”며 기존 정부 입장을 녹음기처럼 되풀이하자 민심이 폭발하고 말았다. 한 주민이 총리를 향해 “개XX야”라며 욕설을 퍼부었고, 다른 주민들도 고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설명회장은 난장판으로 변했다. 주민들로부터 계란과 물병, 소금 등의 세례가 이어졌다.

총리는 계란을 맞아 양복과 와이셔츠가 깨진 계란으로 얼룩졌고, 신변 안전을 위해 청사로 피신한 총리는 미니버스로 청사를 떠나려다 겹겹이 에워싼 군민들에게 제지당해 6시간 반 동안 미니버스에서 곤욕을 치뤘다.

군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자를 만나 “(성주 주민들이) 물병도 던지고.. 너무 과한 거 아니냐”며 분위기를 살피기도 했다. ‘경북 성주는 새누리당과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지역인데, 그들이 정부에 대해 느낀 배신감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 아니겠느냐’는 반문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이런 격렬한 주민들의 반발과 이들에게 혼이 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모습.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 아닌가.

정부가 지역 주민을 배제한 채 정책을 결정한 뒤 발표한다.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 고위 공직자들이 그들을 설득한다며 찾아간다. 그들은 주민 앞에서 앵무새 같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다. 분노한 주민들로부터 계란 세례를 받으며 쫓겨난다. 평택 대추리(미군기지), 제주 강정마을(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사태, 세월호 사건 등에서 비슷한 장면이 여러 번 연출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그 다음 장면도 우리가 봐 왔던 장면과 비슷하게 전개되지 않을까.

지금까지의 전개를 보면 앞으로 정부는 주민들의 도를 넘은 반발에 대해 나쁜 여론을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 격렬한 시위나 반발 장면을 집중 부각시키고 그들의 순수성과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형식이 될 것이다.

반발하던 주민들은 점점 국민들의 지지를 잃게 되고, 모종의 ‘대가’를 요구하는 불순한 집단으로 인식되는 경우를 우리는 꽤 많이 봐 왔다. 이쯤되면 주민들 사이에 반정부 시위를 전문으로 하는 몇몇 시민사회 단체들이 침투해 활동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순수한 주민들은 사드를 반대하지 않는데 전문 시위꾼들이 주민들을 부추기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게 되고, 이에 주민들 일부는 제풀에 꺾여 시위 현장을 떠나기도 한다.

이제 마지막까지 남은 시위대에는 ‘전문 시위꾼’, ‘종북 좌파들’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것이고, 이런 식으로 색깔론에 몰린 주민들은 결국 무력화되는 수순을 밟을 공산이 크다.

김항곤 성주군수가 지난 14일 “사드는 반대하지만, 외부 단체의 개입은 못 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외부 단체가 개입했다는 식으로 주민 시위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15일 총리와 국방부 장관이 주민들로부터 일종의 ’분풀이‘를 당한 것이 전환점이 되어 주민들에 대한 정부의 본격적인 여론전이 진행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한 정부는 주민들과의 협상이 장기화되면 한 쪽으로는 협상을 이어가고, 한 쪽으로는 주민 요구조건을 언론에 흘리며 이들의 순수성을 의심하게 하는 양동작전을 펴는 경우가 여러 차례 관측된 바 있다.

한 협상 전문가는 “한 쪽에서는 주민들의 요구 조건을 물으며 협상을 진행하고, 요구 조건이 나오면 이를 주민들의 순수성을 의심하게 하는 증거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되면 주민들에 대한 국민 여론이 나빠지고, 곧 정부가 원하는 대로 국면이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오늘 사드 괴담을 건건이 분석하고 조목조목 부정한 국방부 측의 사드 괴담 자료는 정부의 여론전이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무성하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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