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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도시 전세값 뚝 떨어졌다…‘역전세난’ 확산 조짐?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전셋값 상승세가 꺾이면서 일부 지역에서 ‘역(逆)전세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반기 공급물량이 적체되면서 임차인과 집주인 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15일 KB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전셋값 상승폭은 눈에 띄게 둔화됐다. 전국 153개 시ㆍ군ㆍ구 가운데 상승 지역이 전월 대비 감소한 반면, 보합 지역은 늘어났다.

전셋값은 수도권보다 지방ㆍ광역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대구는 부동산 경기 활황에 따른 가격상승 부담으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울산은 중공업 분야 부진으로 현대중공업 근로자 수요가 감소하며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신규물량이 몰린 경북(-0.21%), 구미(-0.41%), 경산(-0.28%) 등의 전셋값 하락세가 컸다.

신도시와 지방을 중심으로 역전세난 조짐이 감지된다. 신규물량의 초과공급이 원인이다. 새 아파트 주인들은 수익률을 위해 전세나 월세로 물건을 내놓지만, 임차인은 소극적이다. 전문가들은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내년 이후 전셋값 하락과 역전세난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사진=123RF]

수도권 역전세난 논란은 신도시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입주가 본격화한 하남 미사지구와 위례신도시가 중심에 있다. 올 초에만 하더라도 전세 물건의 씨가 마르면서 거래가 끊겼지만, 최근에는 새 아파트 소유주들이 수익을 위해 전세나 월세로 빠르게 물건을 내놓는 모양새다.

경기도 성남시의 한 공인 관계자는 “물량이 늘어난 데다 임차인을 구하기 힘들어 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다”며 “전셋값이 도심보다 1억여원이 저렴하게 형성됐지만, 과거 전세대란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역전세난’은 지난 2008년 전국을 강타했다. 잠실이 발단이었다. 높은 전셋값으로 임차인은 재계약의 끈을 끊었고, 이로 인해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졌다. 세입자를 찾지 못한 집주인들은 다급했다. 정부가 저리 대출 등 대책을 내놨지만 고삐 풀린 전셋값은 더 요동쳤다. 2년 뒤인 2010년 하반기 이후 전셋값 고공행진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실제 현장에서는 몸값을 낮춘 전세 물건을 쉽게 볼 수 있다. 올해 1월 입주한 하남시 학암동 ‘위례그린파크푸르지오’ 전용 101.93㎡ 전셋값은 4억4000만원 선. 같은 면적의 매매가격은 8억2500만원대로 전세가율은 53%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입주한 성남시 창곡동 ‘위례사랑으로부영’ 전용 85.46㎡ 매매가격과 전셋값은 각각 7억원, 3억9000만원대다. 최근 부동산114가 발표한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 73.5%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남 미사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9월 입주한 하남시 선동 ‘미사강변2차푸르지오’ 전용 101.88㎡ 전셋값은 약 4억원으로, 매매가보다 1억8000만원~2억원 가량 낮다. ‘미사강변동원로얄듀크’도 4월 입주 이후 전 평형 전셋값이 약 2000만원 가량 하락했다.

일대 전셋값 약세는 부족한 기반시설 탓이라는 것이 현지 공인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경기 하남시의 한 공인 관계자는 “주변지역보다 싸다는 소문을 듣고 현장에 왔다가 부족한 인프라에 놀라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방에서는 대구의 위축세가 주목된다. KB국민은행 주택시장동향 통계에 따르면 대구 전세수급지수는 지난 5월 기준 78로 나타났다. 전국의 전세수급지수는 같은 기간 154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했을 때 집을 내놓는 사람이 많을 수록 0에 가깝고, 전셋집을 찾는 이가 많을 수록 200에 가까워진다.

전문가들은 내년 이후 공급과잉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 하락과 역전세난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일각에서는 집단대출 잔금을 세입자에게 전가해 발생하는 ‘깡통주택’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3분기에 이어 4분기 입주물량이 증가하면서 전셋값 상승률은 평년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특히 하남과 화성, 지방에서는 천안, 나주, 대구 등 입주물량이 집중되면서 전셋값이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역전세난 우려에 당국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기지역에 관심이 쏠리면 시장의 불균형이 심해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역전세난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다”면서 “지금부터라도 분양 물량을 조절하고 입주 지정 기간을 늘리는 등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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