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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스’ 이후…국민 96% ”국가 대신 스스로 나를 지켜야“
이동훈 성균관대 교수 논문…“‘심리적 방역’ 필요”

“국민 절반, 불안ㆍ우울 ‘정서적 디스트레스’ 경험”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ㆍMERS) 사태’를 겪은 우리 국민의 96%는 ‘국가가 나를 보호해주지 못해 스스로 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절반 정도는 불안, 우울 등 ‘정서적 디스트레스’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관련 학계 등에 따르면 성균관대 교육학과의 이동훈 교수는 최근 한국심리학회지에 실린 논문 ‘메르스 감염에 대해 일반대중이 경험한 두려움과 정서적 디스트레스에 관한 탐색적 연구’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논문에서 전염성 사회 재난이 일반 대중에 미치는 심리 사회적 영향을 살펴보고, 메르스와 같은 신종 전염병이 대중들의 부정적 심리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고 이 교수는 밝혔다. 연구는 ‘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선 지난해 7월 30일부터 8월 7일까지 진행됐다. 29세 이상의 성인 남녀 450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설문 결과를 보면 ‘국가가 나를 보호해주지 못해 스스로 나를 지켜야 한다’는 문항에 응답자의 95.6%가 ‘그렇다’고 답했다. 국가와 보건당국을 신뢰한다는 응답은각각 28.2%, 24.9%에 머물렀다.

반면 2003년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ㆍSARS) 발생 당시 홍콩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사스가 다시 발생할 경우 ‘국가가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응답한 응답자는 80.3%였다.

논문은 “이 같은 상반된 결과는 세월호 참사에 따른 불안이 남은 상태에서 발생한 ‘메르스 사태’에서도 국가가 초기 대응에서 실수를 반복해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국가로부터 보호를 기대할 수 없다는 불신이 더욱 확고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메르스 발생으로 자신 또는 가족이 메르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꼈다’고 답한 비율은 90%에 달했다. 2003년 사스 발생 때 홍콩 연구에서 자신 또는 가족의 사스 감염을 걱정한 비율이 49.3%로 절반 수준이었던 점을 보면 국내에서 일반 대중의 메르스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컸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응답자의 80.2%는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무력감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불안, 우울과 같은 ‘정서적 디스트레스’를 경험했다고 밝힌 이도 46%였다. 논문은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차원의 위기에서 국민이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안정감조차 느끼지 못해 스스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고 인식하면 심리적어려움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무력감은 개인의 심리적 부적응과 관련이 있다고 논문은 분석했다. ‘국가가 나를 보호해주지 못해 스스로 나를 지켜야 한다’고 인식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개인과 가족 감염의 두려움을 경험할 확률이 4.9배,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무력감을 느꼈다’고 인식하는 이들은 5.1배 높았다.

응답자들이 메르스 관련 정보를 수집할 때 가장 자주 이용한 매체는 신문, 방송등 전통 매체가 아닌 인터넷(66.2%)이었다. 신뢰도 역시 인터넷(79.8%)이 가장 높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 신뢰도도 71.3%로 높은 편이었다. 이에 대해 논문은 “메르스 발생 초기 감염 환자가 입원한 병원 명단을 언론 보도에 앞서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논문은 “‘심리적 방역’이 없이 ‘기술적 방역’만 한다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국민 불신과 공포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과 그로 인한 두려움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심리적 방역’도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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