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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드 갈등에 남중국해 피아식별 압박까지…기로에 선 對中 외교
[헤럴드경제]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가 12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 중국이 주장해 온 ‘역사적 소유권’을 부정하는 중재 판결을 내리면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의 갈등은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의 대중 외교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에 이어 또 한번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남중국해는 핵심적인 오일 루트이자 세계 해상 물동량의 3분 1이 거쳐 가는 곳이다. 석유, 천연가스의 매장량도 엄청나 ‘제2의 페르시아만’으로도 불려 미국과 중국 모두 군사적 요충지로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핵심이익’으로 규정하고 군사적ㆍ외교적 총력전을 펴왔다. 중국은 이번 중재 판결을 앞두고 수개월 전부터 국제 여론을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조성하기 위한 ‘우군’ 확보 총력전을 전개해왔다. 특히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중국의 경제협력이 절실한 국가들을 주로 공략하며 지지 입장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중국 관영 관찰자망(觀察者網)은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중국 입장을 지지하는국가가 최소 66개국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출범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역시 아세안(ASEAN) 국가 내 미얀마나 캄보디아 등 최근 경제 발전에 매진하고 있는 국가들에 대한 투자를 주도함으로써 자국에 우호적인 세력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둔 포석이었다. 실제로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캄보디아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당사국이 아니다”며 “중재 판결을 지지하는 어떤 공동 성명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몇 차례 공언했다. 캄보디아 외교부는 이런 입장을 재확인하는 성명을 지난 주말 발표했다.

임기 내내 중국의 대외팽창을 저지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추진해 온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역시 이 지역에 ‘존 C 스테니스’와 ‘로널드 레이건’ 등 항공모함 2척을 남중국해 등에 투입해 공중방어 및 해상정찰 작전을 펼치고,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인공섬의 12해리 이내로 구축함이 항해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그만큼 이번 중재 판결로 미ㆍ중 대결이 첨예화되면 세계의 신냉전 구도는 더욱 뚜렷해질수 밖에 없다.

‘G2’(주요 2개국)의 진영 논리와 양국의 ‘우군’ 확보 경쟁 속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에 대해 입장을 확실히 표명하라는 압력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한국 정부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중국정부는 이미 한국정부에도 자국 입장을 지지해달라는 요청을 주중대사관 등 각종 외교채널을 통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역시 이번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국제규범을 확립해야한다며 한국 등 가까운 동맹국을 향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번 판결이 최근 주한미군이 한반도 내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에 우리 정부가 동의한 것에 대해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이다.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선뜻 힘을 얹기 어렵지만 반대로 미국의 손을 잡고 중국을 ‘봉쇄’하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대중 외교가 근본부터 흔들릴 수 있다. 자칫 어렵게 대북 제재 행렬에 중국을 끌어들인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여지도 있다.

판결을 수시간 앞두고서도 우리 외교부가“분쟁은 국제적으로 확립된 행동규범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세우며 남중국해당사국 행동선언(DOC)의 이행을 강조한 것 역시 이같은 고민의 결과다. 2012년아세안과 중국이 합의한 DOC는 어떤 구속력도 갖추고 있지 않기에 이를 강조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명확한 입장을 표명했다고 보기 어렵다. DOC 합의 이후 수년이 지나도록 관련 행동규약(CoC)이 채택되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같은 우리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는 일본이나 뉴질랜드, 호주 등 이 지역에 이해관계를 가진 유사한 처지의 다른 국가들이 “중국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혀온 것과 대비된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무게가 크지 않았을 때는 이런 모호한 전략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중견국을 자처하는 한국이 개발도상국 시절 취했던 모호한 외교 전략을 계속 편다면 우리 외교의 입지는 좁아지기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사국들이 모이는 계기와 공간을 만들고 여기서 성실하고 중립적인 중개자(honest broker)로 한국이 대화와 이해, 협력을 촉진하는 노력을 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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