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1%의 주택시장 ②]슈퍼리치 겨냥한 럭셔리 주택은 어떤 곳?
- 린 채드윅 조각 작품이 단지 안에…2층 높이 실내골프연습장 시설

- 한남동ㆍ개포동ㆍ청담동ㆍ부산 해운대서 고급 주택 분양 잇따라

- 강남 재권축은 단지와 내장재 고급화 전략 번지는 중

- 24시간 보안인력 상주ㆍ2000평 커뮤니티 시설 등 ‘그들만의 세상’



[헤럴드경제 =한지숙ㆍ정찬수 기자] 서울 한남동의 옛 단국대 부지에 들어선 한남더힐에선 세계적인 조각가 베르나르 브네의 조각품을 단지 안에서 감상할 수 있다.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작가의 작품이다.

그 뿐 아니다. 린 채드윅, 쿠사마 야요이를 비롯해 국내외 현대 작가의 작품 14점이 단지 곳곳에 설치돼 있다. 모두 입주민 공동 소유다. 이곳 정원은 세계적 조경설계자인 요지 사사키가 설계했다. 한남더힐의 분양가는 3.3㎡ 당 최고 8000만원이 넘는다.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 뒤 부동산 시장에 ‘슈퍼리치’를 겨냥한 초고가 공동주택 분양이 잇따르고 있다. 호텔급 커뮤니티, 수입산 가구와 내장재, 철통보안 등 상품을 고급화하고 분양 가격을 높여 부유층과 고액 자산가 또는 부유층 자녀 세대의 분가(分家) 수요를 파고 들었다. 


서울 한남동 한남더힐 단지에 설치된 베르나르 브네의 조각.

이들에게 분양가격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법적으로 취득세 중과 대상인 연면적 245㎡ 이상(전용 80평)에 해당하지 않으면서, 주거의 질과 격을 한단계 높인 공동주택이면 된다. 서울의 강남 재건축뿐 아니라 부산의 해운대구, 대구 수성구 등 지방에서도 ‘럭셔리’를 표방한 주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여름 비수기 잊은 ‘초고가’ 주택 분양 =한남더힐은 지난 2009년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임대아파트로 공급됐다가 임대 의무기간(5년)이 도래하면서 2013년부터 분양전환이 가능해졌다. 단지는 용적률 120%를 적용해 지상 3~12층, 32개동, 600가구로 이뤄져 있다. 이번에 임대계약이 끝난 뒤 분양으로 전환하지 않은 전용면적177ㆍ208ㆍ235ㆍ240ㆍ243ㆍ244㎡ 6개 주택형 129가구가 새 주인을 찾고 있다.

분양가는 3.3㎡ 당 5100만~8150만원이다. 시행사인 한스자람의 김정환 대표는 “계약률을 밝힐 수는 없지만, 상담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 관계자는 “단지 구성과 커뮤니티 시설은 상위 1% 수요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해운대 엘시티 반조감도.

지난 8일 남부순환로에서 견본주택을 문 연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 3단지)도 커뮤니티 시설에 힘을 줬다. 호텔 스카이라운지 같은 ‘스카이커뮤니티’(218㎡)를 30층 높이에 설계해 입주민들이 언제든 개포 일대를 조망할 수 있게 했다. 주민 운동시설로는 2층 높이 실내골프연습장에 실내 체육관, 암벽등반장까지 설치된다. 게스트하우스, 스카이커뮤니티를 포함해 주민공동시설은 8500㎡(2000평) 규모다.

시공사 현대건설과 시행사인 개포3단지 조합은 “이 정도의 커뮤니티 시설은 당분간 강남 아파트에선 보기 힘들 것”이라고 자부했다. 106ㆍ131㎡의 중대형 일반분양을 성공시키기 위해 조합은 ‘상위 1% 수요’를 겨냥했다. 원목마루ㆍ천연대리석ㆍ유럽산타일ㆍ이탈리아제 가구와 싱크대에서 바로 음식물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자동이송시스템 등 고급화로 무장했다.

오피스텔도 상위 1% 수요 상품이 나온다. 강남구 청담동에선 프라이빗 갤러리 하우스 형태의 ‘아노블리81’ 오피스텔이 이 달 중 분양 예정이다. 최고 16층 1개동, 전용면적 41~70㎡ 81실이다. 오피스텔은 8층부터 16층까지이며 4~7층까지는 호텔이 들어선다. 내부 인테리어를 1대1 맞춤형 설계로 제공하며 방문객은 바로 밑 호텔에 투숙할 수 있다.


서울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전용면적 131㎡ 거실과 개포공원을 향해 창과 미니 발코니가 딸린 안방 욕실.

부산의 부촌 해운대에선 ㈜엘시티PFV가 ‘엘시티 더 레지던스’를 이 달 선보인다. 해수욕장변에 위치한 엘시티 중 22~94층에 공급면적 166~300㎡, 11개형으로 ‘집에서 누리는 특급호텔 서비스’를 내세웠다.

독일산 주방가구와 빌트인 가전, 프랑스산 이동가구(소파, 테이블, 침대 등), 거실 전동커튼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풀 퍼니시드’ 인테리어다. 분양가는 지난해 분양한 엘시티 더샵의 3.3㎡ 당 2750만원 보다 더 높은 3000만원 초반대로 책정될 예정이다. 시행사 측은 “서울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44~71층)와 함께 국내 럭셔리 레지던스의 쌍두마차격으로, 새로운 시장을 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에선 럭셔리 타운하우스 ‘로제티움’이 이 달 분양 예정이다. 지하 2층, 지상4층, 3개동 26가구다. 가구당 계약면적은 490~570㎡다. 거실층고가 3m에 달하며, 일부는 6.8m까지 높다. 단지 내 보안요원을 24시간 상주시키는 등 타운하우스의 단점으로 꼽힌 보안을 강화한다.


서울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전용면적 131㎡ 거실과 개포공원을 향해 창과 미니 발코니가 딸린 안방 욕실.

▶고분양가 논란에 대한 이견 =고급주택이 등장할 때마다 분양승인 단계에서 한번쯤 고분양가 논란을 빚는다.

2007년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가 분양될 당시에도 3.3㎡ 당 분양가가 4000만원을 넘어 두고두고 회자됐다.

하지만 상위 1% 주택 시장은 보통 주택과 엄연히 다른 별개의 시장으로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지불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좋은 입지와 브랜드를 선택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일반주택과 고급주택의 가격 차이가 더 심하다”고 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자동차도 고급차부터 경차까지 라인업이 있듯, 주택도 내구성 소비재로 봐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개포 3단지 재건축 등 일부 고가 분양에 대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산정 간접 개입에 대해 “피라미드 상위군의 일부 주택을 주택 시장 전체로 봐선 안 된다”며 “(분양가 하락으로 인한 청약 쏠림 등) 목표하는 것과 반대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주택 가격 안정화를 위해선 더 세련된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급 주택 시장이 ‘그들만의 리그’라고 인정해도 우려가 완전히 가시진 않는다. 주변 분양에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올들어 서울의 상반기 분양가는 1년새 28% 급등했다. 저물가, 저성장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수치다. 주거의 양극화로 인한 대중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조명래 단국대학교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앞으로 자산 양극화는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고가 주택을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 누진세율 등은 더욱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jsh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