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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렉시트 터널’ 벗어나는 코스피 ‘빠른 회복’ 일등공신은?
코스피, 원달러환율 쇼크 이전수준 회복

브렉시트발 엔고 반사이익, 미국 금리인상 연기 등 글로벌정책공조 기대감

시장참여 투자자들의 학습효과도 빠른 회복 이끌어

브렉시트 단기 충격 벗어났지만, 중장기 영향 가능성…신중론도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두어 달간 주식시장은 쳐다보지도 않는 편이 낫겠다”

지난 24일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반 국민투표 결과 ‘탈퇴’가 확정되면서 증시 폭락을 목격한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절망이 무색할 정도로 코스피는 5거래일 만에 진정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서서히 ‘브렉시트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브렉시트가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을 훼손시키는 이슈가 아니었다는 점을 ‘빠른 회복’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브렉시트발 엔화강세에 따른 우리 수출 기업의 반사이익 기대감과 미국 금리인상 연기 가능성 등 글로벌 정책 공조 기대감, 과거 외부 쇼크후 회복 패턴에 따른 학습효과 등도 금융시장이 진정세를 되찾는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브렉시트 ‘이전’으로 돌아가는 코스피=지난 24일 장중 100포인트 이상 강한 변동성을 보인 이후 코스피는 5거래일 연속 상승해 30일 장중 1970선을 회복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78%(15.18포인트) 오른 1971.54로 장을 시작했다.

브렉시트 발생 직전인 23일 종가(1986.71)와는 10여 포인트 차다. 브렉시트로 인해 고조된 불안 심리가 한층 누그러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브렉시트발 쇼크에서 증시 안정을 이끈 건 국내 기관투자자였다.

투신, 연기금 등 국내기관투자자들은 24일부터 전날까지 5256억원을 순매수했다.

불안심리에 국내 증시에서 발을 뺐던 개인과 외국인들은 각각 28일, 29일부터 매수세로 돌아서면서 현재까지 1806억원, 536억원 순매수했다.

국내 주식시장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브렉시트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지난 24일 22.53으로 전일 대비 24% 급등했던 VKOSPI는 이날 장 초반 14.17를 기록하며 브렉시트 첫날보다 30% 이상 하락했다.

원ㆍ달러 환율도 사흘 연속 하락세로 출발하면서 브렉시트 충격이 완화되고 있음을 증명했다. 이날 오전 9시5분께 달러당 1153.4원으로 전일 종가보다 6.8원 내렸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도 유로화와 파운드화가 반등한 데 이어 뉴욕 등 주요 증시가 이틀 연속 상승했다. 국제유가 역시 2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브렉시트 공포를 털어내고 있는 모습이 연출됐다.

▶실적개선 기대감ㆍ글로벌 정책공조 ‘양 날개’=금융투자업계에서는 브렉시트 이후 코스피의 ‘회복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BNK투자증권과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과거 코스피는 각종 대외적 충격에 52일간 평균 10.1% 하향 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이후 대외쇼크로 인해 국내 증시가 급락세를 보였던 경우는 총 6번이다.

여기엔 유로존 재정위기, 미국 재정절벽, 테이퍼 텐트럼(Taper Tantrumㆍ긴축 발작), 글로벌 경기 둔화, 위안화 급락, 미국 금리인상 등이 포함된다.

이 가운데 지난 2012년 유로존 재정위기의 여파는 가장 크고 길었다. 일부 유로존 국가의 국채금리 급등, 신용등급 강등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면서 코스피는 113일간 13.7% 하락했다. 


코스피는 지난해 위안화가 급락할 당시에는 53일간 13.2% 내렸다. 2013년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나타난 ‘테이퍼 텐트럼’ 시기엔 25일간 11.0% 빠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브렉시트가 애초부터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을 훼손시키는 이슈가 아니었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브렉시트로 인해 여타 EU 회원국들의 탈퇴 러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남아 있지만, 당장 기업의 이익을 훼손시키거나 금융기관의 부실을 유발할 가능성은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다.

2분기 기업이익 개선과 글로벌 정책공조가 ‘양 날개’로 작용하면서 투자심리 개선에 일조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분기 국내기업 이익은 26조2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코스피ㆍ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 수급이 개선된 종목은 각각 전체의 47%, 59%다. 외국인 자금이 유입된 종목은 대부분 실적개선 기대감이 높은 종목인 것으로 파악됐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브렉시트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여기에 계속 매여 있기보다 추가 반등 모멘텀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각국 정부의 선제 조치도 과거 위기 때와는 다른 결과를 만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각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확대로 과거 유로존 재정위기 때와 같은 단기적인 자금경색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일부 업종의 경우엔 ‘엔화 강세’의 덕을 보는 상황이다. 일본과의 대표적인 경합업종인 자동차는 수혜 기대감에 브렉시트 이후 주가 상승을 맛보고 있다. 반면 한국차와 최대 경쟁기업으로 꼽히는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브렉시트 이후 주가가 연일 내림세를 타면서 3년여 만에 5000엔선 아래로 내려갔다.

▶‘브렉시트, 꺼진 불 아냐’…신중론도=브렉시트가 단발성 악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당분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각국 정상회담을 비롯한 정치적 이벤트가 남아있어 상황을 좀 더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현재 EU는 영국정부가 서둘러 공식탈퇴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영국은 10월경 새로운 총리가 선임될 때까지 EU와의 협상을 미루겠다는 뜻을 되풀이하고 있다.

향후 3~4개월간 이어질 정치적 논쟁이 불확실성으로 작용해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략적인 주식비중 확대의 전제 조건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각국의 정책 대응으로 서서히 안정을 찾고 EU와 영국의 협상이 파국으로 가지 않으며, 기타 EU 회원국으로 탈퇴가 확산되지 않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확인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a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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