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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우환 위작 vs 진작…양측 논리는?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이우환 위작 사건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우환 작가가 29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2차 출석해 경찰에 압수된 작품 13점에 대해 모두 진품 결론을 내렸다. 경찰의 위작 결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당분간 진실공방이 가열될 전망이다.

그러나 25년 전 ‘미인도’ 때처럼 미궁에 빠지거나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경찰이 민간 감정기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의 안목ㆍ과학 감정을 토대로 위작의 근거들을 확보한데다, 위조범의 진술을 토대로 위작 방법, 유통 경로, 자금 흐름까지 파악해 수사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압수한 작품 13점 중 4점을 위조했다는 위조범들의 자백이 있고, 그 자백을 뒷받침하는 보강증거가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13점 모두 위작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K옥션으로부터 압수한 그림(왼쪽)의 캔버스 측면(오른쪽 상단)과, 캔버스를 벗겨 본 나무 틀 측면의 모습(오른쪽 하단). 캔버스의 측면에는 고정 핀(타카)의 흔적이 없는데 반해, 나무 틀에는 이미 여러차례 사용됐던 고정 핀들의 흔적이 다양한 형태로 남아 있다. 헌 나무틀에 캔버스를 씌운 흔적이다.

▶경찰은 왜 위작으로 결론 내렸나=경찰에 따르면 위조총책 현 모씨와 위조화가 이 모씨에게 13점을 보여줬고, 이들은 4점을 지목해 위조 방법을 재연했다. 그리고 4점 모두 ▷못과 본드(접착제)를 사용해 캔버스를 나무틀에 고정한 점 ▷테두리에 흰색 물감이 칠해진 점 ▷안료의 색상 ▷사용된 캔버스(후나오카 사) 및 나무틀(스키나무) 등이 이들의 범행과 일치했다.

경찰은 “위조범을 도와 표구했던 표구상으로부터 못을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소금물에 담군 후 이용했고, 캔버스는 측면까지만 덮고 뒷면은 덮지 않도록 재단했다는 추가 진술을 확보했다”며 “이는 위조범이 지목한 4점과 그 형태가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위조범들이 지목한 4점을 최종 구매했던 구매자의 수표가 유통책을 경유해 위조범까지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최종 구매자들이 그림 대금으로 지급한 수표 23억원 상당이 유통책에 입금됐고, 이 중 현 씨에게 2000만원이 입금된 금융내역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안료분석 이 외에 위작 근거는=경찰이 안료 분석에서 제시한 위작의 주요 근거 중 하나가 유리의 주성분인 규소(SI)다.

경찰은 “위조범들이 이 씨가 그린 진품의 반짝반짝한 질감을 따라하기 위해 대리석과 유리를 빻아 물감에 넣어 썼다고 했는데 국과수 검증 결과 4점 모두 유릿가루가 검출됐다”고 말했다. 반면 이우환 작가는 27일 1차 검증에서 물감에 유릿가루를 넣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위조범들이 지목한 4점은 사용한 물감에서 알루미늄, 규소, 크롬, 코발트, 납 성분이 거의 일치하지만 진품과는 상당한 성분 차이가 있다”며 “작가는 여러 가지 안료를 섞어서 사용했다는 의견이지만, 국과수 감정 기준작인 진품 6점 모두 유사한 비율의 동일한 성분으로 이뤄진 안료 성분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인사동 K화랑으로부터 압수한 그림의 캔버스 뒷면에서 나무 틀을 벗겨낸 모습. 오래돼 누렇게 변색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칠을 했다. 캔버스를 나무 틀에 고정시킨 후 칠을 했기 때문에 틀이 있던 자리에는 물감이 묻지 않아 상대적으로 밝은 색이 남아 있다.

그러나 규소 성분이 나왔다고 해서 이를 유릿조각의 증거로 단정짓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경찰 감정에 참여한 최명윤 국제미술과학연구소장은 “규소는 다른 안료에서도 충분히 검출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안료분석 같은 과학만 갖고는 (설명이) 부족하다”며 “압수된 그림들에는 초등학생도 알 만한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문제점들이 있다“고 말했다. ▷헌 나무틀을 사용했다는 점 ▷캔버스 뒷면을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누렇게 변색시킨 점 ▷‘점으로부터’의 경우 미리 점을 찍고 밑칠을 한 점 등이다.

최 소장은 “보통 추상화가의 경우 일정한 표구사와 거래하면서 캔버스를 대량 주문해놓고 그림을 그리는 게 일반적인데, 위작 그림들은 헌 나무틀을 이용하거나 그림이 그려지는 캔버스 앞면과는 상관없는 뒷면을 일부러 오래된 것처럼 보이려고 칠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1970년대 말 ‘점으로부터’ 같은 이우환 작가의 대표작들은 서예를 하듯 한 호흡에 긋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인데, 미리 점을 찍고 밑칠을 한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우환 작가, 진품 결론 근거 내놓을까=이우환 작가는 2차 감정 이후 기자들과 질의 응답에서 “호흡이나 리듬ㆍ채색기법이 다 내가 (쓰는) 것이었다”며 진품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물감 성분이나 기법이 다르다는 국과수 결과에 대해서도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라 아무 언급할 것도 없고, 그때 그때마다 물감이 조금씩 다른 것을 쓸 때도 있고 붓을 다른 것 쓸 때도 있고 해서 색채가 다를 때도 있고 성분이 다를 수도 있다. 그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림들의 ‘이력’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진품의 경우 언제 전시했는지, 도록에 있는 작품인지, 어떤 경로로 컬렉터나 갤러리에 판매된 것인지 ‘이력’이 남기 마련인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특히 구속된 위조범이 위조 사실을 인정한 부분에 대해서도 “난 모르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우환 작가의 법률 대리인인 최순용 변호사는 “작가가 1970년대 말 당시 그러한 그림을 한달에 40개씩 그릴 정도로 다작하셨기 때문에 일일이 다 기억을 하진 못한다”며, “전시 이력, 소장 경로 역시 30~40년 전 오래된 일이라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우환 작가는 30일 오후 3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진품으로 판단한 이유를 좀 더 상세하게 밝힐 예정이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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