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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곡선을 입은 건축…헤더윅의 역발상
구글 신사옥 설계한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
‘…헤더윅 스튜디오 세상을 변화시키는 발상’展
한남동 ‘디뮤지엄’ 10월 23일까지 전시
씨앗 대성당·러닝허브·봄베이 사파이어 등
실용과 예술 경계 넘나들어 지루할 틈 없어



미술관에서 건축, 디자인 전시를 즐기기란 쉽지 않다. 한정된 공간에서 감각적으로 실물을 경험하기 힘들 뿐 아니라, 대개 설계도면, 모형, 자료 설명 등이 주를 이뤄 즉각적인 흥미 유발이 어렵다. 

서울 한남동 디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헤더윅 스튜디오 : 세상을 변화시키는 발상’ 전은 이러한 편견을 없애주는 건축ㆍ디자인 전시다. 실물을 경험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디자인적 사고의 핵심에 쉽게 다가갈 수 있어서다. 영국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ㆍ46·사진)이 전세계 곳곳에서 수행한 26개의 프로젝트들을 프로토타입, 테스트 모형, 단면, 드로잉, 사진, 영상 등의 형태로 선보이는 이 전시에는 ‘발견’의 즐거움이 있다. 

헤더윅은 건축, 도시계획, 조형물, 디자인 등의 분야에서 혁신적인 포트폴리오를 쌓고 있는 영국의 대표 디자이너다.

2004년 최연소 ‘왕립산업디자이너’ 칭호를, 2010년에는 영국 왕립건축가협회의 ‘루베트킨상’과 함께 ‘런던디자인메달’을 받았다. 2013년에는 ‘대영제국지휘관훈장(CBE)’을 수여했다.

영국의 버스 디자인을 50년만에 바꾼 것(2010년)도, 런던올림픽 성화대를 디자인한 것(2012년)도 헤더윅이 이끄는 ‘헤더윅 스튜디오’다. 현재 2018년 완공될 런던 템즈강의 ‘가든 브릿지’, 미국 LA 실리콘밸리 구글 신사옥 등 30여개의 프로젝트를 동시 진행중이다. 

2010년 중국 상하이엑스포 당시 야외 부지에 설치된 영국관. ‘씨앗 대성당’으로도 불리는 이 전시관은 안과 밖을 관통하는 7.5m 길이의 투명 막대 6만개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막대 끝부분에는 25만개의 씨앗이 담겨 신비로운 공간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미지크레딧=Iwan Baan, 사진제공=디뮤지엄]

전시는 맨체스터 폴리테크닉대학교 시절 프로젝트부터 시작된다. 헤더윅 디자인의 기반을 이루는 곡선과 트위트스(Twist), 왜곡과 같은 최초의 아이디어가 이 때부터 싹을 틔웠음을 알 수 있다.

수직적 위계질서를 무너뜨리고 수평적인 교육 공간을 구현해 낸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교의 ‘러닝 허브(Learning Hub)’, 영국 햄프셔에 버려진 제지 공장터를 개조한 진(Gin) 업체 ‘봄베이 사파이어(Bombay Sapphire)’의 증류소,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곡물 저장고를 탈바꿈시킨 ‘자이츠아프리카현대미술관(Zeitz MOCAA)’ 등, 실용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디자인 프로젝트들을 지루할 틈 없이 하나씩 훑어갈 수 있다. 

헤더윅 스튜디오가 최초로 디뮤지엄 전시를 위해 만든 한정판 ‘스펀-훌라!’. 헤더윅의 ‘스펀 체어’ 디자인을 기반으로, 빛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회전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사람이 앉으면 수동으로 바뀐다. [사진제공=디뮤지엄]

헤더윅 스튜디오가 한국에서 선보인 프로젝트는 아직까지 없다. 다만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있는 ‘스펀체어(Spun Chair)’ 정도가 그의 디자인을 접할 수 있는 작업이다. 압정 모양, 혹은 기울어진 커피잔 모양으로 오목하게 파인 의자인데, 스피닝 공법을 응용해 무게가 실리는 쪽으로 기울어지거나 회전한다. 유머와 여유가 넘치는 헤더윅의 스펀체어는 디자인의 또 다른 힘이 세상을 즐겁게 하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마지스(Magis)’와 협업으로 폴리프로필렌 플라스틱 소재의 스펀체어가 판매되기도 했다. 전시장 내 아트숍에서도 판매가 이뤄지는데 가격은 70만원선.

전시 말미에는 이번 디뮤지엄 전시를 위해 한정판으로 제작된 ‘스펀-훌라!’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헤더윅의 스펀체어를 변용한 것으로, 빛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회전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사람이 앉으면 수동으로 움직일 수 있다. 전시는 10월 23일까지.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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