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차례 복용에도 생명 위협…호기심 “안돼요”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유능한 약리학자로 미국 마약단속국(DEA)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알렉산더 셜긴(Alexander Shulgin). 약물을 통한 초현실적 경험은 종교적 제례 등을 고대부터 인류와 함께 한 삶의 일부라는 논리를 폈다.
1980년대 노후를 맞은 셜긴은 한적한 시골에 연구소를 차렸다. 같은 약리학자인 아내와 함께 기존 마약의 화학 구조를 의도적으로 변형시켰다. 수백종의 환각제 새로 개발했다. 환각 및 중독 효과를 증대시킨 이른바 신종마약 ‘디자이너 드럭(Designer drug)’의 출현이다.
세계 마약퇴치의 날(26일)을 맞아 신종 마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
26일은 세계 마약퇴치의 날이다. 셜긴이 만들어낸 디자이너 드럭 중 대표작 ‘엑스터시’를 포함해 신종마약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신종마약은 양귀비 등에서 추출한 기존 마약과 달리, 화학 결합을 통해 보다 자극적인 약효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단 한 차례의 복용으로도 뇌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절대 피할 것을 당부한다.
클럽에서 유통되는 엑스터시는 일시적으로 기분을 들뜨면서 몸이 후끈 달아오르게 한다. 타인에 대한 친밀도가 증가하는 효과를 보인다. 클럽에서 처음 만난 이성과 신체접촉을 가능하게 하면서 유행을 탔다.
문제는 엑스터시가 환각작용 뿐 아니라, 대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대사 체계에 치명적이고도 지속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기억력과 학습능력, 실행기능과 같은 인지기능의 저하와 정서장애 등이 유발된다.
단 한차례의 엑스터시 투약만으로도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계 질환이 보고된 사례가 있을 정도다.
세계 마약퇴치의 날(26일)을 맞아 신종 마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
기존의 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에 비해 중독성이 없어 안전한 것으로 알려진 ‘졸피뎀’도 신종마약으로 분류된다. 졸피뎀은 의사에게 처방을 받아 복용 가능하다.
문제는 비교적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졸피뎀이 복용 후 잠이 들때 가지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전향성 기억상실’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충동적인 자살 시도를 비롯해 이상행동을 하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다.
또 성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약물 관련 성범죄 148건을 분석한 결과 31건이 졸피뎀 관련이었다.
실제로 40대 카페업주 A씨는 여종업원에게 졸피뎀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성폭행 하는 등 무려 16명에게 41차례나 유사한 수법을 반복해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조직폭력배 등 특정 계층만 접근 가능한 것 같았던 마약에 대한 통념과 달리 이러한 신종마약은 이미 일상 생활에 가까이 왔다”며 “단 한차례의 호기심에도 사망에 이른 경우가 있는 만큼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in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