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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건축시장 이상 과열]고삐풀린 망아지처럼…강남3구 재건축 한달새 3억 껑충
개포반포압구정목동여의도 확산
“최소 10년은 기다려하는데…” 매물실종
초저금리에 부동자금 밀물 묻지마 투자
전문가 “신중투자” 당부 …정부는 뒷짐만



“요즘 재건축 매물 찾는 사람 10명 중 7~8명은 전세를 끼고 대출받아 사려는 사람들입니다. 대개는 초기투자금이 커서 부담스러워하죠.”(반포동 A공인중개소)

“사업가, 30~40대 재력가 등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은 분양이 임박한 사업지에 바로 투자하죠. 주로 월급쟁이들이 대출 끼고 묻지마 식으로 압구정을 찾는 거죠. 재건축에 섣부르게 투자하다 패가망신하는 사람도 여럿 봤습니다.”(개포지구 조합 관계자)

개포ㆍ반포ㆍ압구정ㆍ잠실 등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 재건축 가격이 한두 달새 1억원에서 3억원까지 뛰면서 단기 급등에 따른 가격 조정 시 피해자가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지 중개소들 조차 현재의 가격 상승에 대해 “너무 올랐다”며 투자에 신중함을 당부할 정도다. 재건축 정비계획안도 확정 되지 않은 압구정ㆍ잠실의 중대형 평형까지 급등하는 현재의 장세는 ‘과열’이란 얘기다.

개포발(發) 재건축 투자 열기가 잠실, 압구정 중대형으로까지 번져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잠실 미성아파트 전경.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올 봄 활황기에 이어 여름 들어서도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고 있다. 개포에서 시작해 반포, 잠실, 압구정, 목동, 여의도로 확산 추세다.

압구정의 신현대의 가장 작은 전용면적 85㎡는 3~4월에 14억원대에 거래되던 데서 최근 16억원으로 뛰었고, 그나마 매물도 자취를 감췄다. 압구정 A 중개소는 “재건축까지 최소 10년은 더 기다려야 하는데도 매물을 찾는 수요가 많으며, 정작 집 주인은 외국에 거주하는 경우도 있어 실제 거래는 뜸하게 이뤄진다”고 밝혔다.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도 가파르게 올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실거래가를 보면 전용 103.54㎡의 거래가는 3월10일 11억4000만원에서 4월14일 12억4000만원, 5월20일 13억4000만원 등 매달 1억원씩 뛰었다.

또한 반포동 중개소들에 따르면 저층 아파트인 반포주공의 대지지분 넓은 전용 72㎡는 4월 12억5000만원에서 13억5000만원으로 1억원 가량 올랐다.

개포동에선 다음달 초 1단지 조합원 평형 신청과 3단지 일반분양 시기가 맞물려 재차 오르고 있다. 1단지 13평형이 9억2000만원, 15평 10억5000만원 등 3~4월에 비해 1억씩 올랐다. 개포동 K중개소 관계자는 “경기가 좋아서 올랐지만, 거시 경제가 어떻게 변할 지 모르고 지금이 최고가일 수 있다는 우려를 우리도 한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은 지역 내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이 워낙 적고 배후수요가 탄탄하다는 점에서 안전한 투자처로 여겨졌다. 사상 초저금리에 시중에 마땅히 갈곳 없는 돈이 재건축에 몰린 이유다.

문제는 재건축 투자의 ‘막차’를 탄 승객이 가격 조정기 때 빚더미에 눌러 앉을 위험이 따라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조합원 입주권 가격이 일반분양가와 근접하게 오르면 ‘상투’를 잡은 투자자는 부담금을 포함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재건축 완료 뒤 입주시기에는 ‘공급과잉’에 역전세난이 터질 수도 있다. 가계부채관리방안과 저금리 기조로 차별화 장세가 심해지면서, 재건축만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지방은 너무 차갑고 강남만 뜨겁다. 시장이 왜곡된 것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투자자도 냉정해 져야할 때”라며 “재건축이 완료될 시기에 개포지구에 2만가구, 고덕지구 2만가구, 둔촌주공 1만2000가구, 가락 9510가구, 반포에도 수천가구가 있고, 2020년 무렵에 이들이 한꺼번에 입주한다고 생각해보라. 당장 이순간만 생각해서 추격매수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현 가격 급등을 ‘거품’이라기 보다 ‘단기 고점’으로 정리했다. 강태욱 우리은행 부동산자문위원은 “저금리가 계속되니 투기 수요가 50% 이상 붙어 가격을 들어올린 것”이라며 “부동산은 주식시장처럼 등락을 반복하진 않고, 거래가 줄어드는 현상으로 나타나며 호가가 떨어지는 시기는 2년을 주기로 봐야 한다”고 예상했다.

재건축 과열 배경으로 유동성 장세와 수급 요인 외에 정부가 시장 왜곡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전매제한 완화, 재건축 시 추가이익환수금 유예, 청약 1순위 요건 완화 등 부동산 규제를 풀어 경기 부양을 꾀한 정부는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로 급증하자, 주택담보 대출 시 소득증빙, 원리금 동시상환 등으로 다시 옥죄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집단대출이 가능한 청약시장이 과열되고 분양권 거래가 급증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감시팀 부장은 “전매제한이 없는 지방 광역시에는 분양권을 매매하는 게 유행처럼 번져 너도나도 청약에 뛰어들고 있다”며 “정부가 투기만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최 부장은 “시장의 흐름에 맡기기에는 과도한 열기가 계속될 수 있다”며 정부가 가능한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풀면서, 직전 3개월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10% 이상 지역이나 월 평균 거래량이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할 경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 또한 재건축 시 추가이익의 50%를 환수하는 추가이익환수제는 완전 폐지가 아닌 2018년까지 유예, 다시 시행할 수 있게 했다.

한지숙ㆍ정찬수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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