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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럴이 힘이다①] 역주행, 천만영화…입소문이 만든다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유튜브 조회수 약 1616만회. 미국 고교 농구선수 두 명이 고스트DJ’s의 ‘마이 부(MY BOO)’에 맞춰 춤을 춘다. 현란한 발동작, 복고 감성의 90년대 음악에 맞춘 10대들의 춤 영상은 미국 전역을 흔들었다. ‘런닝맨 챌린지’라는 타이틀이 붙어 무수히 많은 버전의 ‘마이 부’ 춤 영상을 만들어냈다. 이 영상은 지난 4월 19일 유튜브에 게재됐다. 영상이 화제가 되자 지난 5월 4일엔 두 소년이 미국 NBC ‘엘렌 드제너러스 쇼’에 출연해 세계적 스타가 됐다.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5월에 접어들자 ‘마이 부’는 20년 만에 빌보드 차트에 진입했다. 1996년 발표 당시 빌보드 차트 최고 18위에 올랐던 이 노래는 2016년 5월 빌보드 톱 10까지 진입했다. 차트 진입 한 달이 지난 현재에도 40위권에 머물러있다.

빌보드는 이 곡의 성과는 ‘바이럴 밈(Vural Meme)’이라고 요약했다. “입소문을 통해 여러 매체로 확산돼 새로운 버전의 영상을 만들어냈고, 그것이 차트에서 부활한 주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입소문’, 즉 바이럴이 빌보드에서의 이례적인 차트 역주행을 만들었다. 그것도 20년 만이다. “재해석되는 콘텐츠는 기본적인 충성도가 있는 세대는 물론 새로운 세대를 유입하는 수단이 원곡에 대한 관심을 이끌기”(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때문이다.



이제 ‘입소문’은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필수 요소가 됐다. 비단 해외 사례만은 아니다. 입소문이 ‘역주행’을 일구고, 입소문이 ‘1000만 영화’를 만든다.

2014년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그리며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명량’의 뒤에도 ‘바이럴 마케팅’이 있었다. CJ 엔터테인먼트는 ‘명량’ 개봉에 맞춰 대대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스타강사 설민석을 초빙, 스페셜 인터넷 강의를 10분 분량으로 제작했다. 당시 1부 ‘전쟁의 신 이순신’은 유튜브 조회수 25만회, 2부 ‘기적의 승리 명량’은 107만회를 기록했다. CJ 엔터테인먼트 측에선 설민석 강사의 ‘인터넷 강의’ 인기가 영화의 흥행을 견인했다고 보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가 된 ‘강남스타일’의 싸이, ‘직캠’ 영상으로 역주행 아이콘이 된 EXID와 여자친구 등 자생적인 바이럴 사례도 늘고 있다. 유니버셜 뮤직이 유통한 디즈니 영화 ‘렛잇고’ OST는 유튜브를 통해 무수히 많은 삽입곡 커버 영상이 만들어지며 앨범 판매고에 일조했다. 파괴력 있는 사례는 아니었으나 유니버셜 뮤직 측은 소속 뮤지션 딘 역시 ‘입소문’을 통해 앨범 발매 3개월 차에도 차트에서 순위를 지키고 있다고 봤다. 최근 딘의 ‘D(Half Moon)’은 유튜브를 통해 일반인들의 노래와 기타 커버 영상을 올라와 SNS를 통해 공유되는 등 화제가 됐다. 



이유겸 유니버셜 뮤직 차장은 “딘의 경우 앨범 발매 이후 차트 30위권을 오갔는데 9일 기준으로 10위까지 치고 올라갔다”라며 “커버 영상 등 2차 창작물을 통해 화제가 됐고 다시 원곡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바이럴 마케팅의 효과였다”고 말했다.

이미 업계에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마지막 홍보수단은 ‘바이럴’로 보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홍보수단으로 남아있는 유일한 출구가 페이스북 등의 SNS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라고 말했다. 바이럴을 전문으로 하는 SNS 채널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기반으로 메이크어스가 운영하는 딩고, 일반인들의 소름돋는 라이브(이하 일소라) 등 다양한 페이지에서 가수들의 노래가 재해석되고, 라이브 영상이 올라와 파급력 있는 홍보 효과를 누린다. 지난해 연말 등장한 여고생 아델이 대표 사례다. ‘일소라’ 페이스북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여고생 아델의 영상은 현재 1849만회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이 영상 하나로 여고생 아델 이예진양은 엘렌쇼에 출연해 세계적인 화제의 인물이 됐다. 



김홍기 메이크어스 이사는 “서울 소재 실용 음악 고등학교 등과 친분이 있어 노래를 잘 하는 친구들에겐 특정 가수의 노래를 불러달라는 제안을 하기도 한다. 여고생 아델은 우리가 제안을 한 사례였고, 학생의 학교에서 제작해 메이크어스에서 가사를 입혀 소개했다”라며 “아델의 ‘헬로우’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데 곡을 커버한 한국인이 없어 반응이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페이지를 운영하는 회사 측에서 제안하기도 하지만 ‘일반인의 소름돋는 라이브’ 페이지는 대체로 공개 지원사이트를 통해 제보를 받는다. 김 이사는 “개인이 노래를 부른 영상을 올리고 신상을 적는 식으로 제보를 받는데, 하루 평균 100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바이럴 마케팅 업체가 생겨날 정도로 입소문이 중요해진 이유는 두 가지다. 콘텐츠의 소비 주체가 10~20대라는 점, 평론가의 비평 시대는 마감했다는 점이다.

이유겸 유니버셜 뮤직 차장은 “음악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의 주요 소구층이 젊은세대라는 점에서 SNS 등을 통한 입소문이 중요해졌다”며 “과거 젊은 세대가 소통하는 공간이 오프라인이었다면 이후 블로그, 커뮤니티 사이트 등의 온라인으로 이동했고, 이젠 모바일로 환경이 변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모바일을 대표하는 SNS를 통해 소통과 공유의 방식으로 콘텐츠의 인기를 견인한다”고 말했다.

10~20대가 주로 사용하는 SNS는 개인의 공간인 동시에 ‘공유’를 통해 소통하는 공간이라는 점이 큰 특징이다. 개인의 취향을 드러내면서 콘텐츠에 대한 가치 평가도 스스로 내린다. 온라인, 모바일 환경은 모두가 ‘전문가’인 시대를 만들었다. “대중은 이제 전문가, 비평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파워를 가진 일반인, 또 다른 대중의 이야기에 더 큰 신뢰를 가지게 됐다”(정덕현 평론가)는분석이 나온다.

정덕현 평론가는 때문에 “자생적, 자발적인 입소문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 같은 사례가 쉽지 않아 바이럴이 홍보나 마케팅의 주요 수단이 됐다”며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일반인이나 특화된 재능을 보이는 일반인을 끌어들이는 것이 음악, 영화 마케팅에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딩고’ 등을 비롯한 SNS 페이지는 이같은 이유에서 등장했다. 이유겸 유니버셜 뮤직 차장은 “어떤 주체가 치밀한 각본에 의해 바이럴을 진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의 소비자는 인위적으로 꾸며놓은 것엔 거부감이 크다. 철저하게 마케팅이라는 인식만 심어준다”며 “콘텐츠 소비 주체가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그라운드를 만들어 재료를 마련해주는 것이 ‘입소문’엔 가장 이상적이다”라고 봤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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