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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은 5억년…우린 새 지구를 찾을 수 있을까
외계의 지적생명체 수 계산한 드레이크
지구의 가치 돈으로 환산한 래플린
우주밖에서 생명의 흔적 찾는 캐스팅 등
‘행성사냥꾼’들의 노력과 성취 담아내



태양계와 그 바깥에 대한 우주탐사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구와 비슷한 행성의 존재 가능성에 호기심이 커가고 있다. 45억년이란 까마득한 시간 동안 지구와 태양계는 우리와 같은 생명체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유일무이한 지적생명체가 살고 있는 지구는 과연 우연히 생겨난 걸까? 우리는 과연 이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일까? 과학저널리스트인 리 빌링스는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우리 시대 최고의 천문학자들을 찾아나섰다. 저자는 이들을 지구의 오랜 고독을 깨트려줄 외계생명체와 또 다른 지구별을 찾는 ‘행성사냥꾼’으로 지칭한다.

이 책의 첫번째 주인공은 전파안테나로 외계의 메시지를 수신하는 일을 해온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 NASA의 외계지적생명체탐사 계획(SETI)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드레이크는 특히 우리 은하에서 탐지할 수 있는 문명의 숫자를 보여주는 드레이크 방정식으로 유명하다. 드레이크는 이 수식을 1961년 11월1일 그린뱅크회의에서 구체화했는데, 이 회의에는 노벨상 수상자 3명을 포함, 당시 20대였던 칼 세이건 등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이 참석했다.

드레이크 방정식은 항성의 평균 형성 속도와 행성을 거느리고 있는 항성의 비율, 1개의 항성계당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춘 행성의 수 등 인수들을 곱해 문명 행성을 찾아내는 공식. 그러나 드레이크는 발전된 기술 문명의 평균수명이 이를 결정한다고 본다. 수많은 행성이 지구와 같은 조건이 생겨날 잠재성을 갖고 있다고 할 때 기술문명이 어느 기간동안 유지되느냐가 문명의 존재를 결정하는 관건이라는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과학자들이 동의한 기술문명의 수명은 1천~1억년. 즉 1천~1억개의 문명이 있다는 계산이다. 만약 1천 개의 문명이라면 우리 은하의 항성 1억 개마다 하나의 문명이 존재하고, 1억 개의 문명이 존재한다면 1천 개의 항성에 1개의 문명이 존재하게 된다. 드레이크는 약 1만년을 기술문명의 수명으로 추정했다. 말하자면 1천만 개의 별만 살펴보면 외계문명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외계문명에 대한 참석자들의 견해도 흥미롭다. 과학자 모리슨은 핵무기 등이 지구에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하며, “어쩌면 모든 사회가 비슷한 궤적을 밟아나가면서 스스로를 멸망시킬 능력을 얻는 시기 즈음에 우주에 존재를 알리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반면 세이건은 긍정적이다. 행성의 환경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기술력을 지닐 기술 문명이 존재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10년이나 20년 뒤에는 태양과 흡사한 항성의 생명체 가능구역에서 질량이 지구만 한 행성을 찾는 것 역시 그다지 굉장한 일이 아닐 겁니다. 역사가들이 지금 이 시대를 돌아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지도 모르죠. ”(‘50억년 동안의 고독’에서)

저자는 이어 최근 가장 뜨거운 주제인 태양계외계행성 사냥 연구경쟁에 얽힌 스토리를 들려준다. 초정밀 분광계를 활용해 새로운 행성 발견에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스위스 팀의 각축이 흥미롭다. 특히 2011년 전후 항성 GJ 667C 주위의 공전궤도를 도는 슈퍼지구 GJ 667Cc를 발견한 공로를 놓고 벌인 양 팀의 논쟁이 눈길을 끈다.

지구의 가치를 화폐단위로 산출해 볼 수 있는 방정식을 고안한 천체물리학자 그렉 래플린의 얘기도 들어있다. 그에 따르면 금성의 가치는 1500조 달러. 태양과 비슷한 알파 켄타우루스의 두 항성 중 생명가능성이 점쳐지는 지구 크기의 행성의 가치는 65억달러, 우리 지구의 가치는 5000조 달러에 이른다. 이 금액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을 합한 값의 100배에 달하는 값이다. 지구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있냐는 반론이 있지만 지구는 언젠가 적색거성이 된 태양에 의해 타버리게 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본다.

래플린은 해왕성 궤도 바깥 카이퍼벨트에 있는 대형 혜성이나 소행성을 이용해 수억년에 걸쳐 목성의 궤도 에너지와 각운동량을 일부 지구로 옮겨서 지구 궤도를 수정하면 태양의 화마를 피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한다.

펜실베이니아대 지구과학교수 짐 캐스팅은 행성의 대기 중 메탄과 산소의 불균형 상태로 외계 행성의 생명 흔적을 찾는다. 지구 대기의 역사를 연구한 그는 지구 생명체의 수명을 1억년~10억년으로 추정한다, 인간의 노력여하에 따라 수명은 10배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성 사냥꾼들이 보여주는 지구는 우주 탐사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독한 행성으로 남아있다. 칼 세이건은 “지구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생명을 품고 있는 유일한 행성이다. 적어도 가까운 시일안에는 우리가 옮겨 갈 수 있는 곳이 하나도 없다…. 지구는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곳이다.”고 말한다.

암울해 보일 수 있는 전망이지만 유일한 지적생명체인 인류의 불꽃을 꺼트리지 않기 위한 공동의 희망을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책 제목인 50억년은 지구 상에서 생명이 살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5억년이 인간에게 남아있는 시간이다. 인간은 지구와 생명을 다하거나 태양계 밖에서 생명을 연장할 수도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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