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앙숙관계’로 변해가는 미국과 중국이 싱가포르에서 열리고 있는 제15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첨예한 설전을 벌였다.
AFP 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 참석 중인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4일(현지시간)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고립의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의 매립 공사를 강행하면 “미국과 다른 국가들이 행동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리핀 해안에서 230㎞ 떨어진 스카보러 암초는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을 다투는 곳이다. 2012년 4월 양국이 해상 대치까지 한 이후 중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필리핀의 군사공조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안에 이곳에 활주로 등이 포함된 전초기지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군사전문가는 중국이 스카보러 암초 매립을 마치면 필리핀 팜판가의 바사 공군기지 내 미군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레이더와 장비들을 설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카터 장관은 “미국은 앞으로 수십 년간 이 지역(남중국해)의 핵심적인 안보 제공자이자 안보 네트워크의 주도적인 기여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카터 장관이 ‘아시아의 복잡한 안보도전에 대한 대응’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원칙’이라는 표현을 30여 차례 사용했다고 전했다.
중국군 당국자는 카터 장관의 발언에 강하게 반발했다. 관여우페이 중국 국방부 외사판공실 주임은 미국이 유엔 해양법 협약에 가입하지도 않았다는 점을 거론하며 미국이 주장하는 ‘원칙’은 다른 모든 ‘원칙’을 압도한다고 말했다고 환구시보가 보도했다.
또 자국의 군함과 전투기를 다른 국가의 연안에 접근시키는 데 활용하는 ‘항행의 자유’는 ‘횡행의 자유’일 뿐이라며 “우리는 미국이 자제하고 자기 자신을 잘 단속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설전’은 이틀 뒤인 6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8차 미ㆍ중 전략ㆍ경제대화에서도 미중 양국이 남중국해 갈등의 접점을 찾는 것이 극히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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