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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한미 사드 엇박자 뒷이야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이 2일(현지시간) 아시아안보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로 가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한미 장관회담에서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한 것이 논란이 됐다.

3일 이른 아침 이 소식이 알려져 논란이 되자 한국 국방부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국방부는 2일까지 사드 관련 논의에 대해 “한미 공동실무단의 사드 논의 완료 시기를 예단할 수 없다”며 말을 아낀 터였다.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열리는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사드는 의제가 아니라고도 밝혔었다.

그런데 다음날인 3일 이른 아침 미국 국방부 장관발로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사드를 논의한다는 식의 발언이 나온 것이다.

우리 국방부가 최종 정리한 입장은 3~5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대화)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 열릴 예정이지만 사드 관련 논의 계획은 없다는 것.

국방부는 3일 아침 ‘미국, 사드배치 곧 발표 임박 보도와 관련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 자료에서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열릴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서 사드 관련 논의 계획은 없다”며 “현재 사드 배치 관련 협의는 진행 중에 있으며 협의가 끝나면 그 결과를 알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


현재 한미간 사드 논의는 우리 국방부 측 대표단과 주한미군 측 대표단이 공동실무단을 구성해 진행하고 있다.

이날 논란이 일자 주한미군 측도 3일 오전 국방부 기자들을 만나 ‘우리 입장은 한국 국방부와 같다’고 강조했다.

갑자기 불거진 사드 논란에 외교가에서는 ‘미국 국방부 장관 발언이 논란이 되자 한국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진화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국방부와 주한미군 측은 “한국과 미국의 기본 입장은 같다”며 “사드 관련 논의는 한미 공동실무단이 마련한 건의안을 양국 정부가 승인하는 과정을 거쳐 추진된다”고 해명하며 추가적인 논란을 불식시켰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미 장관으로부터 논란이 불거지고, 우리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나서 해명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일까.

일단 미국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의미없는 발언이 우발적으로 나왔을 리는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현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장관은 13년만의 비군인 출신 국방부 장관으로서 미국 국방정책의 ’브레인‘으로 불린다. 미국 예일대를 졸업했고 로즈 장학금을 받고 영국 옥스포드대를 다닌 수재다.

클린턴 정부 1기에서 국제안보정책부차관을 맡아 국방부에 들어갔고 오바마 정부에서는 군수차관, 국방부 부장관 등을 역임한 민간 출신 군사 전문가이자 전략가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왜 한미간 조율이 되지 않은 듯한 발언을 슬쩍 흘린 것일까.

우리 국방부 일각에서도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아무 의도 없이 그런 발언을 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의 한 관계자는 “미국 국방부 장관이 별 의도없이 빈말을 했을 가능성은 낮다”며 “그의 발언은 중국을 겨냥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미간 진행 중인 사드 배치 논의가 정상적으로 잘 이루어지고 있음을 환기시켜 대중국 압박 의지를 드러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 2월 7일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직후 한미는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논의를 공식화했고, 3월 4일 사드 주한미군 배치를 위한 한미 공동실무단을 정식으로 출범시켰다. 이후 지금까지 한미 공동실무단은 가동되고 있으나, 중국과 러시아는 지금까지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한미는 사드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방어용 무기라고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는 북한 위협 대응용이라기보다는 사드의 핵심장비인 첨단 레이더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 미사일 체계를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반도 사드 배치는 곧 한반도가 미국의 MD(미사일방어)체계에 편입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턱 밑인 한반도에 미군의 미사일방어체계가 구축된다면 미중, 미러 군사대결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애슈턴 카터는 아태지역 국방장관급 다자회의체인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중국 측 대표와도 만날 예정이다.

미 장관이 아시아안보회의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사드를 언급한 것은 그래서 중국의 포석이라는 게 국방부 일각의 시각이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 측과 주한미군 측의 입장은 다르지 않다. 애슈턴 카터도 원론적인 측면에서 그런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회의에 참가 전에 중국을 겨냥해 의도적으로 사드를 흘린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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