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리얼푸드][과일청, 달콤한 발효의 미학 ①]6월의 매실, 그냥 넘어가시게요?
realfoods
-‘6월 필수코스’던 매실청 담그기, 번거롭다는 이유로 ‘제 2의 김장’ 될 위기

-매실 원물 수요는 줄고 매실청 완제품 매출 늘어

-배탈 완화, 갈증 해소 등 번거로움 이길만한 여름 필수품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5~6월만 되면 집집마다 필수로 거쳐가는 코스였던 매실청 담그기가 최근 주춤해지고 있다. 1~2인 가구, 맞벌이 가구가 많아지면서 매실청의 유용함 보다는 담글 때의 번거로움이 더 먼저 와닿는다는 주부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때 ‘붐’을 일으킬 정도였던 매실청 담그기는 11월의 김장처럼 장년층 소비자들 사이에서만 통하는 이벤트가 됐다.


청매의 모습. 청매는 익기 전 푸릇 푸릇한 상태의 매실을 일컫는 말이다.(사진제공=123RF)

▶매실 수요 줄고, 매실청만 찾아 = 매년 5월 중순부터 판매되는 매실 원물 매출은 대형마트에서 몇 년 째 감소세다.

이마트에 따르면 2013년까지는 매실 원물 매출이 성장세로, 최정점을 찍었으나 2014년과 지난해에는 부진했다. 2014년 매실 원물 매출은 전년보다 30% 이상 줄었고, 지난해도 마찬가지 수준이었다. 두 해 모두 2013년의 60~70% 수준에 그쳤다.

2014년과 지난해의 매실 수요 감소는 외부 요인이 컸다. 2014년에는 설탕을 이용한 발효시킨 감미료류의 당도가 과도하게 높고, 그 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맞추지 못하면 건강에 대한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매스컴을 통해 나오면서 ‘OO청’이나 ‘OO효소’류의 매력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에는 메르스가 전방위로 확대되던 시기와 매실청 담그는 시기가 딱 겹친 경우였다. 바깥 활동이나 외부와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대형마트도 고객수 감소의 직격타를 맞기 시작했다. 자연히 매실 판매도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메르스 직격탄을 맞은 때가 지난해였다는게 매실 농가로서는 더욱 아쉬운 대목이었다. 매실청 수요는 보통 ‘2년 주기론’을 들고 있다. 매실청을 담근 후 숙성시켜 먹고, 이를 소진하는 기간까지를 감안하면 2년이 걸린다는게 중론이다. 2013년은 매실 수요가 최정점을 찍었던 해였다. 때문에 농가에서는 2년 후인 지난해에도 매실이 많이 팔릴 것이라 기대했는데, 메르스로 인한 수요 부진에 작황까지 안좋았다.

매실 원물이 점점 얇아지는 소비층과 작황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고민인 것과 반대로, 가공식품으로 출시된 매실 원액이나 매실청은 매출이 상승세다.

올해 이마트에서 출시된 매실청 제품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15.7% 올랐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0%나 늘었다. 지난해 매실 소비가 크게 줄었던 것과 비교하면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매실청을 담가 먹는 것에서 완제품을 사는 것으로 일부 이동했다고도 분석할 수 있다. 매실청은 그 농도에 따라 요리에 사용하는 진액 형태에서부터 물에 희석시켜 마시는 건강차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출시되어 판매되고 있다.

매실 원물의 수요도 그 형태가 다소 달라지고 있다. ‘2년 주기론’이 나올 정도로 많은 양의 매실을 한 번에 청으로 만들었던 소비패턴에서 벗어나 소량으로 담가 먹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마트도 10㎏ 단위로 판매하던 매실 원물을 5㎏ 상자의 소량 판매로 전량 바꿨다. 완제품인 매실진액(700㎖ 9900원)으로 간편식 형태의 구매를 유도하기도 한다.

매실 예약판매를 진행중인 롯데슈퍼 관계자는 “연령대가 높은 주부들은 매실청 담그는 일을 아직도 필수코스로 생각하고 있지만, 젊은 주부들은 완제품을 사먹거나 부모에게서 얻어다 먹는 식”이라며 “지난해에는 매실 소비가 다소 부진했는데, 올해는 작황이 좋아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릴지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매의 모습. 황매는 노랗에 익은 후에 딴 매실이다.(사진제공=123RF)

▶올해의 매실, 여름 필수품에다 풍작이라는데 = 번거롭다는 이유 만으로 매실을 못 본 척 넘어가기는 아깝다. 매실은 명실공히 여름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우선 매실에 풍부한 구연산과 무기질은 천연 피로회복제다. 여름철 지친 몸에 에너지를 북돋워주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준다. 몸 속 노폐물을 배출시켜주는 효과도 있어, 여름을 가뿐하게 나는데 도움을 준다.

매실청은 여름철 불청객인 식중독을 예방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매실의 피크린산 성분은 독성 물질을 분해하고, 살균 작용을 해준다. 여름철 생선회를 다루는 집에서 매실 장아찌를 곁들임 찬으로 내는 이유도 식중독 예방 등에 있다.

찬 음식을 많이 찾게 되는 여름철 배탈을 예방하거나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매실은 소염작용을 하기 때문에 위나 장의 상처를 완화시키고 염증을 다스리는 효과가 있다.

이 외에도 매실의 신 맛은 식욕을 북돋워주고, 갈증을 덜어준다. 침 분비를 자극해 소화를 돕고, 몸의 열을 내려주기도 한다. 매실청이 여름에 우려되는 갖가지 증상을 다스려주기 때문에 여름을 앞두고는 마련해 놓곤 했던 것이다.

매실은 숙취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숙취의 원인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성분이 매실 안에도 풍부하다.

매실을 이용한 식품들. 매실을 설탕에 재워두면 발효를 거쳐 매실청이 된다. 매실청에서 건진 매실 과육은 무쳐서 장아찌 등 반찬으로 활용할 수 있다.(사진제공=123RF)

올해의 매실은 더욱 특별하다. 지난해 작황이 안 좋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광양 등 주산지에서 큰 병충해 없이 매실이 잘 열렸다. 지난달 롯데슈퍼에서 예약판매를 했던 매실은 지름 33㎜ 이상의 ‘특’ 등급 제품이었다. 평소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 등에서는 물량을 많이 풀어야 하기 때문에 특 제품을 팔기가 쉽지 않았다. 올해는 작황이 좋다 보니 과감하게 특 등급 제품을 소싱해온 것이다.

작황은 좋은데, 원물 수요가 줄다 보니 매실 가격은 자연히 내림세다. 가락시장 도매가 기준으로 1일 매실 5㎏ 상자의 평균 도매가는 1만283원. 매실이 막 출하되기 시작했던 5월 중순에 비하면 30% 상당 내린 가격이다. 10㎏ 상자의 평균 도매가도 1만3530원으로, 지난달 중순보다 21% 가량 빠졌다.

농민들이 초여름 흘린 땀방울의 값이 내려갔다는게 안타깝긴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매실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여름 나기의 시작이자 필수품인 매실. 이래도 6월을 그냥 넘어갈 셈인가.

kate01@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