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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가맨’의 과감한 결단…박수 받으며 떠나게 될 유일한 예능일까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예능PD들은 “예능 프로그램의 속성상 박수 받으며 떠나는 경우는 절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MC 유재석도 지난해 MBC ‘무란도전’에 출연해 “예능에는 종방연이 없다”며 ‘예능인’의 고충을 토로한다.

현재 안방극장은 ‘예능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상파 방송3사만 해도 매일밤 11시 한 편씩의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간간히 자리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빼고도 평균 두 편의 프로그램이 격돌, 총 12편이 방송된다. 오후 9시대 역시 메인뉴스 시간이 당겨지며 틈새시장으로 자리잡은 이후 방송3사에선 예능 프로그램을 배치하기 시작한지 오래다. 이 시간대에도 지상파에선 월요일 밤 9시 KBS2 ‘수상한 휴가’를 시작으로 금요일 밤 10시 SBS ‘정글의 법칙’까지 총 8편이 방송된다. 비지상파를 더하면 숫자는 늘어난다. JTBC가 오후 9시대, 11시대에 예능띠를 형성하며 주중에만 총 8편의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고, tvN이 총 9편의 예능 프로그램을 방송 중이다. 재방송을 제외하고도 평일 저녁에만 무려 37개의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 



매주 새로운 아이템으로 안방을 찾는 데다 시시각각 진화하는 시청자의 입맛을 맞추기도 까다롭다. 요즘 같은 때엔 장수 예능 프로그램을 찾기도 어렵다. “100회만 넘어도 기적”이라는 말이 기정사실처럼 자리잡고 있다. 예능국 관계자들은 때문에 “바야흐로 예능춘추전국 시대가 도래한 요즘엔 트렌드의 주기가 더 빨리 찾아와 새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엎어버리기를 반복한다”고 토로한다.

한 지상파 방송사 예능국의 고위 관계자는 “예능 프로그램은 시작과 끝이 정확하다. 드라마는 예술이지만, 예능은 예술이 아닌 상품이기 때문이다”라며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더이상 팔리지 않으면 생산이 중단된다. 가장 정점일 때에도 떠나지 못하고 단물이 다 빠져 너덜너덜해질 때 비로소 소진된다”고 말했다. “당연히 종방연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고, 리스크도 크다”고 말했다.

JTBC ‘슈가맨’은 결단은 이같은 의미에서 꽤 과감해보인다. 아직 방송기간은 남았으나, JTBC는 지난 30일 “오는 7월초 ‘슈가맨’ 프로젝트의 막을 내린다”고 밝혔다. 유재석의 첫 종편 진출작에 유희열의 합류로 화제가 됐던 ‘슈가맨-투유 프로젝트’는 지난해 추석 특집 파일럿으로 안방을 찾은 이후 같은해 10월 20일 정규편성, 약 9개월 만에 방송을 마무리짓게 됐다.

‘슈가맨’은 MC 유재석조차 ‘기적’이라고 말하는 프로그램이다. 가요계에서 한 시절을 풍미했던 ‘원히트원더(one-hit wonder)’ 가수, 일명 ‘슈가맨’을 찾아 소환하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으로, 대형MC의 소환으로 화제를 모았으나 첫 방송 이후 ‘재미없다’는 반응만 줄을 이었다.

파일럿 이후 제작진은 사생결단의 심경으로 두 MC와 미팅을 했다. “비지상파의 시청률로는 나쁜 수치는 아니었으나 두 MC에 대한 기대가 컸고, 평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윤현준 CP의 이야기다. 윤현준 CP는 당시 “두 MC에게 프로그램을 접자”고 했을 정도였다. 치열한 고민과 정보 수집 과정이 있었다.

“음악엔 의외로 세대차가 크다”는 제작진의 판단에 10대부터 40대까지 일반인 방청객을 모았고,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첫 방송을 시작한 뒤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제작진이 고개를 갸웃할 때에도 두 MC는 첫 방송 녹화 후 “이거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현재 ‘슈가맨’은 불과 한 달 전 분당 최고 7%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던 것과 비교하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33주 연속 화제성 1위(굿데이터 코퍼레이션)를 기록하고 있으며, 2049세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타겟 시청률에서 비지상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은 프로그램을 접을 만큼 완전히 ‘소진된 시점’은 아니라는 뜻이다.

흥미롭게도 ‘슈가맨’의 종영은 이미 예고돼있었다. 윤현준 CP는 앞서 “유재석 유희열 ‘투유 프로젝트’의 시즌1이 ‘슈가맨’이었다면, 시즌2는 런닝맨, 시즌3는 OO맨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굳이 이 프로그램에 ‘투유 프로젝트’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유였다. 새로운 ‘투유 프로젝트’는 새 부대에 담아 다시 시작된다. 물론 유재석 유희열과 함께다. 또한 ‘슈가맨’ 역시 “차후에 충분한 라인업과 제작여건이 준비가 된다면 ‘슈가맨’ 프로젝트를 재개할 수 도 있다”는 것이 제작진의 생각이다. 전혀 시즌제 같지 않았던 예능 프로그램은 애초부터 시즌제를 기획하고 태어난 셈이다.

방송가에선 사실 예능 프로그램의 시즌제 도입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매주 아이디어를 짜내며 기력을 소진하는 대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며 ‘금의환향’하는 것이 제작진의 입장에서도 장점이 많다는 판단이다. 윤 CP 역시 “시즌제 도입은 새로운 걸 기획하기에 용이하다. 인력투입이 많아 정규 프로그램이 잘 되는 건 스태프 입장에서 좋지만 새로운 걸 시도하기 어려워진다”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시도를 한다는 측면에서 시즌제가 활성화되고 많아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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