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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 6일만 있었는데 한국 정치권 뒤흔든 潘…‘潘의 물결’ 시작에 불과
[헤럴드경제]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국내에 머무른 시간은 단 6일이었다. 방한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지만 그가 한국 정치권에 던진 파장은 메가톤급이었다. 반 총장의 방한은 대선 시계를 앞당겼고, 수면 아래 있던 대망론을 다시 끌어 올렸다. 20대 국회 개원이라는 이슈가 있음에도 반 총장 방한의 임팩트에 가려지고 말았다.

반 총장의 6일 동안 행보는 숱한 해석을 낳았다. ‘사실상 대권도전’이란 화두를 남긴 채 30일 방한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출국했지만 아직도 세간의 이목은 그의 입에 집중돼 있다. 정치권은 반 총장 방한 이후에 대처해야 하는 큰 숙제를 안게 됐다. 반 총장이 일으킨 물결은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가장 급해진 쪽은 야권이다. 20대 총선에서 판세를 뒤엎는 결과를 손에 얻었지만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일격을 맞았다.

반 총장은 그간의 시선을 염두에 둔듯 확대 해석을 자제하기 위한 발언을 했지만 야권은 사실상 반 총장을 대권 주자로 전제하며 벌써부터 견제에 들어갔다.

반 총장은 30일 마지막 방한 일정에서 “국내 활동에 대해 과대해석하거나 추측하거나 이런 것은 좀 삼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이날 경주에서 열린 유엔 NGO 컨퍼런스에서 “제가 무슨 일을 할지는 저 자신이 제일 잘 아는 사람일 테고, 제가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김종필 전 총리를 만나고, 여권의 심장부인 TK(대구경북) 지역 방문 일정 등을 두고 대권 출마 수순이란 분석에 선을 긋겠다는 발언이다.

그는 “정치적 행보와 무관하게 오로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국제적 행사에 참여하고 주관하기 위해 방한한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잘 (유엔 사무총장을) 마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방한 이후 대권주자로 주목받으면서 국내외적으로 큰 파장이 일자,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명확히 입장을 밝히지 않는, 전형적인 외교적 수사란 분석도 있다.

반 총장이 사실상 대권행보 수순을 보이면서도 구두로는 명확히 대권 출마를 시사하지 않는, 애매한 입장을 이어가면서 야권의 대응 방정식도 복잡해 졌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반 총장과 관련, “현실정치에 들어오면 적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외교 공무원으로서 훌륭한 분이고 인품이 좋은 분”이라고 했다.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과거와 다른 정치적 상상력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며 “반 총장이 이에 부합하는 분인지 좀 더 검증이 필요하다. 부디 현재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세계 평화와 인권 분쟁 해결에 전력을 다하시길 기대한다”고 했다.

박주현 국민의당 최고위원도 이날 국회에서 “반 총장이 국민의 열망과 벗어나 특정 정치 세력의 대권 선언 행보가 된 듯해 안타갑다”며 “국민의 뜻은 특정 계파로 나서는 게 아니라 유엔 사무총장직을 잘 살펴 국익을 지키라는 일”이라고 했다.

반 총장의 대권행보를 언급하면서도 유엔 사무총장직 수행을 당부하는 정도의 수위가 야권으로선 사실상 내놓을 수 있는 현실적인 전략인 셈이다.

데이터 측면에서 반 총장 방한 여파는 더욱 드러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3일부터 27일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지지도는 전주보다 1.7% 포인트 상승한 30.1%로 집계돼 더불어민주당(26.4%)을 제치고 1주일 만에 다시 1위를 회복했다.

새누리당은 그간 3주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며 한 때 지지도 30% 선이 붕괴되기도 했지만, 반 총장이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르면서 반등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긍정 평가도 증가했다. 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전주보다 1.6%포인트 오른 33.9%를 기록하며 2주 동안의 하락세를 마감하며 반등했다. 부정평가 또한 1.6% 포인트 줄어든 61.3%를 기록해 부정평가와 긍정평가의 격차는 30.6% 포인트에서 27.4%로 줄어들었다.

이는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반기문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9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안동ㆍ경주 등 TK(대구ㆍ경북)지역을 순회하며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면서 당ㆍ청 지지도가 일제히 상승했다는 분석이 따르고 있다.

반 총장의 여파는 여야 차기 지도자들에게도 적잖이 영향을 미쳤다. 먼저, 야권 차기 대선주자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는 20주 연속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지지도는 3주 연속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전주와 비교하면 2.7% 포인트 내린 21.5%로 집계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또한 2위 자리를 지켰지만, 지지도는 1.8% 하락해 16.1%를 기록했다. 안 대표의 이번 지지도는 4ㆍ13 총선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문 전 대표와 안 대표의 부진 속 여권 대선주자는 약진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지지도는 0.5% 포인트 오른 10.4%로 집계돼 지난 2주 동안의 하락세를 마감하고 다시 10%대를 회복하며 3위를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32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CATI) 및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무선전화(60%)와 유선전화(40%) 병행 임의걸기(RDD) 방법으로 조사했고, 응답률은 6.4%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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