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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짓자 정책조율…令이 안선다
‘각 부처의 소신인가, 정책 조정 및 추진 능력을 상실한 정권의 무능인가.’

정부 부처간, 정부와 여당간의 정책 엇박자가 점입가경이다.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에서부터 이공계 출신자에 대한 병역특례, 에너지 공기업 기능조정에다 미세먼지 대책까지 사사건건 정부 부처와 여당 내에서 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무 부처에서는 충분히 검토되거나 논의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을 내놓고, 청와대나 국무조정실, 경제 및 사회 부총리는 조정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혼란이 가증되고 있다. 해당 부처는 뒷감당도 못하는 ‘면피성’ 정책을 내놓는 무책임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4ㆍ13 총선으로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된 후 두드러지고 있. 특히 대통령 선거를 불과 1년6개월 남겨놓은 상태에서 컨트롤 타워가 상실되면서 정책 추진력이 약화돼 이것이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것이란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부처 간 엇박자의 대표적인 사례는 미세먼지 대책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력히 주문한 후 20일이 넘었지만, 부처간 이견으로 차관회의도 열지 못한 채 대책이 표류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미세먼지의 주범인 경유 사용을 줄이려면 경유값을 인상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경유에 붙는 세금을 올려야 하고 전기료 인상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세금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와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에 부정적이다. 기재부는 미세먼지를 국민 세금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과 증세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이유로, 산업부는 경유값과 전기료를 인상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산업계의 경쟁력을 더 떨어뜨릴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부처간 현격한 입장 차이로 국무조정실 주도로 추진했던 차관회의가 돌연 취소되는 등 정책조정은 물론 추진력도 떨어졌다. 환경부나 기재부, 산업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들이 부담스런 정책을 다른 부처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런 양상은 4ㆍ13 총선 이후 최대 국정화두로 등장한 기업 구조조정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경제부총리가 구조조정의 원칙과 방향을 세우고 이를 수시로 점검해 장애물을 해결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함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기재부와 한국은행은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을 놓고 이견을 노출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기재부는 한은의 직접출자를 요청하고 있으나, 한은은 발권력을 동원하는 데 국민적 공감과 정부 보증이 필요하다는 등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입장 차이로 자본확충 협의체는 재정과 통화 부문의 ‘폴리시 믹스(정책조합)’와 간접-직접투자 병행 등 원칙만 확인한 채 구체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돼 경제에 더 큰 악영향이 우려된다.

이외에 에너지 공기업의 기능조정을 둘러싸고 산업부와 기재부가,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정부와 여당인 새누리당이, 이공계 병역특례 폐지에 대해선 국방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충돌하는 등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불거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은 정권 말기로 갈수록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정부 부처간 엇박자가 나는 것은 컨트롤 타워의 부재 때문”이라며 “대통령이나 부총리의 영(令)이 안 서고 복지부동만 하는 것을 넘어서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고위직들이 각자 살 길을 모색하는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업무조율 능력과 강력한 추진력을 갖춘 인물을 중심으로 한 개각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권의 임기 말이 되면서 부처간 엇박자는 더 많이 나올 것”이라며 “이로 인해 정책의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경제부총리가 경제 부처간 엇박자를 조율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준ㆍ김대우ㆍ배문숙 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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