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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한가?”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
국부의 차이 지리적·제도적 요인 꼽아
‘인간의 길을 가다’
부의 불평등 원인은 ‘경제질서’ 역설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천연자원의 저주’라는 패러독스가 있다. 황금과 석유, 광물 등 풍부한 자원을 가진 나라가 천연자원이 부족한 국가보다 가난하다는 역설이다. 천연자원이 축복보다 저주로 여겨지는 이유로 경제학자들은 몇 가지 이유를 찾아냈다. 우선 천연자원은 일부 지역에 집중 매장되는 경향을 띠기 때문에 내란과 분리 독립운동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 부패와 비리의 온상, 물가상승의 요인이 되며, 언젠가는 고갈된다는 걸 잊고 다른 분야를 개발하려 들지 않기 때문에 가난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한가?’

이 물음은 세계적인 석학들에게는 꼭 답해야 하는 숙제처럼 보인다.

인류역사의 탄생과 진화를 분석한 ‘총, 균, 쇠’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제레드 다이아몬드 역시 최근 저서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김영사)에서 이 문제를 깊이있게 짚었다.

그는 국부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요소로 지리적 요인과 제도적 요인을 꼽는다. 지리적 요인으로 그가 중요하게 본 것은 위도다. 즉 열대지역이 온대지역보다 가난하다. 이는 열대지역의 토양의 비옥도가 낮아 농업생산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또 동식물의 종 다양성이 온대지역보다 훨씬 많다는 점도 생산량 저하요인으로 본다. 종의 풍부함이 열대지역에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공중보건을 위협하기 때문에 국가의 부 차원에서는 유익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 예로 잠비아의 경우 풍부한 광물자원과 수력에너지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기생충과 말라리아, 에이즈의 영향으로 평균 기대 수명은 41세에 불과하다. 기대수명이 짧다는 건 생산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는 뜻이다. 절대 불리한 환경의 네덜란드와 비교해 잠비아의 평균소득은 100배나 떨어진다.

저자는 가난을 부채질하는 또 하나의 지리적 요인으로 사방팔방이 육지로 가로막힌 입지 조건을 든다. 즉 바다에 접해 있지 않은 내륙국의 경우 운송비용의 상승 등 지리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이다.

이런 지리적 요인보다 경제학자들이 주목하는 건 제도적 요인이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국부의 증가에 기여하는 좋은 제도 12가지를 제시한다. 좋은 제도란 국민 개개인에게 뭔가를 생산하고자 하는 의욕을 자극하는 걸 뜻한다. 즉 부패가 없고 개인의 재산권을 안전하게 보호받고, 계약이 공정하게 이뤄지는 법치가 실현되는 것이다. 또 정부의 효율성, 자본의 흐름과 상품의 자유로운 흐름, 변동활율제도, 인적자본에 대한 교육 투자 등이다.

그렇다면 왜 가난한 나라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500년 전에 부유했던 국가들이‘ 성쇠의 반전’을 겪은 사례를 보았습니다. 나쁜 제도를 받아들였기 때문이었고, 그 결과로 그 국가들은 가난해졌습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은 오늘날에도 잊지 않아야 할 교훈입니다.”‘(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에서)

저자는 세계화된 현대 사회에서 가난한 나라의 문제는 해당 국가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이민과 테러 등 다른 국가들에게도 적잖은 문제를 야기시킨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대외 원조는 이타적인 관용이 아니라 자국에 이익이 되는 ‘자조(自助)’가 된다.

따라서 국가의 빈부에 미치는 영향을 알면 가난한 나라를 지원하는 효과적인 로드맵을 짜는게 가능하다. 저자는 “공공건물을 짓는 데만 집착할 게 아니라 공중보건과 가족계획 및 환경보호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란 저서로 잘 알려진 실천적인 사회학자 장 지글러는 최근 저서 ‘인간의 길을 가다’(갈라파고스)에서 다이아몬드와는 다른 시각에서 사회적 불평등이 어떻게 생겨나고, 부의 불평등이 국가간, 개인간 어떤 양상을 띠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저자는 인류가 역사상 물질적 재화의 결핍을 처음으로 극복한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여전히 수억명의 동시대인들이 물질적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을 주목한다.

저자는 브라질 올린다 마을에서 만난 거지소년 얘기로 서두를 연다. 가족들을 대신해 땅콩을 팔며 구걸하다시피하는 소년을 위해 저자는 음식을 주문해주지만, 돌아오면서 이내 자신이 소년을 위해 무엇을 해줄 할 수 있었을까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과테말라 고원의 오두막 마을에서 옥수수 몇 개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가족의 얘기도 들려준다. 그가 만난 가난한 사람들은 책 곳곳에 소개돼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그가 보여주는 또 다른 세계는 세계 각국의 늘어나는 갑부의 행렬이다. 그는 이 둘을 대비시키며 불평등의 구조적 원인이 잔인한 경제질서에 있음을 역설한다.

가령 글로벌 금융위기는 수백만 가정을 파괴시키고 6900만명이나 굶주림으로 새로 내몰았다. 그런데 2013년 갑부들의 재산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1.5배 많아졌다. 또 가장 가난한 42개국이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몫은 1970년 1.7퍼센트에서 2014년에는 0.4퍼센트로 추락했다. 부자나라는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나라는 점점 가난해져가는 구조라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 안에서도 불평등은 더 벌어지는 추세다. 굶주림이 만연한 아프리카에서 백만장자는 급속히 증가해 10만명 이상이라는 통계가 있다. 과테말라의 경우에는 농민의 90퍼센트가 1헥타르 이하로 생활을 꾸리고 있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봉건적 제도들이 더욱 커지고 번성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루소의 말을 빌어, 개인의 양심이 최종의 사회적 심판, 강력한 역사적 힘이라는 걸 강조한다.

지식인과 학문이 이런 현실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저자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루소, 막스 베버, 루카지 등 사회의 모순과 현실을 해석하고 바꾸려는 오랜 지적 전통들이 장 지글러의 열띤 목소리에 담겨 새롭게 읽힌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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