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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거장들 ‘숏&핫’ 서울 파격무대
도발적 연출 명성 켄트리지·오스터마이어·본 무대에 설레는 팬심…‘빌리 엘리어트’ 주연 무용수 등 출연진도 화려


한 분야에 통달한 이를 ‘마스터(Master)’라 부른다. 시대와 국경, 장르를 초월한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작품들로 마스터 반열에 오른 연출가들이 잇달아 내한 공연을 갖는다. 오페라 ‘율리시즈의 귀환’(28~29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연출가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 연극 ‘민중의 적’(26~28일, LG아트센터)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Thomas Ostermeier), 댄스 뮤지컬 ‘잠자는 숲속의 미녀’(6월 22일~7월 3일, LG아트센터) 연출가 겸 안무가 매튜 본(Matthew Bourne)이 바로 그들이다. 작품과 연출가의 명성에 팬들의 기대가 높지만 내한 공연기간은 2~3일, 길어야 열흘 정도로 짧아 아쉬움을 더한다. 


윌리엄 켄트리지 오페라 ‘율리시즈의 귀환’

죽음을 앞둔 20세기 율리시즈의 모험담
의상·무대세트 없애고 바로크 古악기로 연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윌리엄 켄트리지는 현대미술 영역에서 입지가 더 높다. 1990년대 초 아파르트헤이트 하에서 인종차별과 폭력을 소재로 한 드로잉 애니메이션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켄트리지는 시각예술에 음악, 과학, 인문학 등을 접목시키며 순수미술은 물론 영화, 연극, 오페라 연출까지 자신의 예술 영역을 확장시켜 왔다.

켄트리지는 런던 테이트모던, 파리 루브르 박물관, 밀라노 라스칼라극장,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등 세계 유수 기관의 기획전으로도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변적 고찰’이라는 타이틀로 대규모 회고전을 갖기도 했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예술극장 시즌 프로그램 마지막 작품으로 켄트리지의 첫 오페라 연출작 ‘율리시즈의 귀환’을 올린다. 미술 전시와 함께 진행한다.

‘율리시즈…’는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1567-1643)가 쓴 16세기 바로크 오페라를 1998년 켄트리지가 새롭게 각색한 작품이다.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후반부 이야기를 토대로, 시공간 배경을 20세기 중반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로 옮겼다. 임종 직전의 율리시즈가 병실에 누워, 트로이 전쟁 이후 고향 이타케 왕국으로 돌아가는 10년의 모험을 되새긴다.

클래식 오페라의 전형적인 의상과 무대세트는 없다. 대신 흑백 애니메이션을 배경으로 ‘테오르보’, ‘비올라다감바’, ‘바로크 하프’ 등 바로크 시대 고(古) 악기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한다. 여기에 목각 인형들이 등장한다. 인형극 단체 ‘핸드 스프링 퍼펫 컴퍼니(Hand Spring Puppet Company)’가 연기하고, 중세 음악 전문가인 필립 피에를로(Philippe Pierlot)의 지휘 아래 바로크 음악 전문단체 리체르카레 콘소토(Ricercar Consort)가 연주를 맡는다.

토마스 오스터마이어 연극 ‘민중의 적’

1882년 동명 고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복원
富 둘러싼 갈등, 인터미션 없이 150분 공연


유럽 연극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의 ‘민중의 적’은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1828-1906)이 1882년 쓴 동명 고전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되살린 작품이다. 2012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초연 후 세계 유수의 공연장과 페스티벌에 초청돼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주인공들은 베를린의 30대 ‘힙스터’ 부르주아들로 설정됐다. 경제적으로 번성하기 시작한 온천도시가 공장 폐수로 오염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부(富)와 진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을 다뤘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파격적인 스토리 전개로 인터미션도 없이 러닝타임 2시간 30분 내내 관객을 사유하게 만들 예정이다.

오스터마이어는 베를린 에른스트부쉬 예술학교에서 연출을 전공, 졸업과 동시에 소극장 ‘바라커’의 예술감독을 맡았다. 고전 텍스트의 정수를 파고 들면서도 고전을 뒤흔드는 연출로 동시대 소외된 젊은이들의 문제를 다루며 유럽 연극계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특히 1998년 베를린 연극축제에서 선보인 작품 ‘Shopping & Fucking’으로 바라커 극장을 독일 최고의 극장에 올리며 연출가로 입지를 굳혔다. 31세가 되던 1999년에는 현대 실험연극의 중추 역할을 해 온 극단 ‘샤우뷔네 베를린’의 예술감독으로 전격 발탁됐다.

이후 수많은 화제작들을 쏟아내며 주요 연극상도 휩쓸었다. 2009년 ‘욘가브리엘보르크만’으로 프랑스 비평가상 최고작품상을, ‘햄릿’으로 바르셀로나 비평가상을 받았고, 2011년에는 ‘자에는 자로’로 베를린 프리드리히루프트상 최고 연극상을 받았다.

프랑스 문화부로부터는 ‘오피시에’와 ‘코망되르’ 작위를 받았으며, 2011년 제41회 베니스 국제 연극페스티벌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기도 했다.

매튜 본 댄스 뮤지컬 ‘잠자는 숲속의 공주’

시공초월 러브스토리 ‘차이코프스키’ 완결판
뱀파이어 스토리에 당찬 공주 등 99% 각색


세계 무용계 ‘파격의 아이콘’ 매튜 본의 신작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공연된다. 매튜 본은 클래식 튀튀 입은 발레리나 대신 근육질 남성 백조가 등장하는 ‘백조의 호수’를 만들었던 영국의 천재 안무가이자 연출가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안무가로도 꼽히는 그는 영국 최고 권위의 공연예술상인 ‘올리비에상(Olivier Awards)’을 무려 다섯번이나 수상하고, 영국 정부로부터 ‘OBE’ 훈장과 ‘기사작위’를 수여받기도 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와 함께 차이코프스키 3대 걸작 고전발레이자 매튜 본의 ‘차이코프스키 3부작’ 완결판이다. 2012년 영국에서 초연됐고, 북미 투어를 거쳐 서울로 오게 됐다.

러시아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마리우스 쁘띠빠(1819-1010) 원작으로 1890년 초연됐던 이 작품은 매튜 본의 손에서 파격적인 현대의 옷을 입었다. 차이코프스키 음악과 이야기 뼈대만 남기고 안무도 캐릭터도 완전히 새로워졌다. 먼 옛날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닌 21세기 오늘을 시공간으로, 수동적인 캐릭터였던 ‘오로라 공주’는 주체적이고 당돌한 말괄량이로 탈바꿈했다. 또 원작에 없던 마녀의 아들 ‘카라독’을 등장시켜 공주를 사랑하는 정원사 청년 ‘레오’와 삼각관계를 만들었다. 여기에 뱀파이어 스토리를 접목시켜 100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러브 스토리를 펼쳐냈다.

이번 내한공연에는 특히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 영국 오리지널 버전에서 최초의 ‘빌리’ 역을 맡아 2006년 올리비에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스타 무용수 리암 모어(Liam Mower)가 출연, 선한 요정 캐릭터인 ‘라일락’(Lilac) 을 연기할 예정이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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