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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현실이 된 대선주자 반기문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지난 25일 유엔 사무총장으로 방한한 반기문 총장은 26일 대권주자가 돼 주요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일본으로 떠났다.

이틀 간 무슨 일이 있었나. 당초 ‘얼굴만 비출 것’으로 알려졌던 관훈클럽 간담회는 흡사 대선 출마 선언장을 방불케했다. 반 총장은 이튿날 곧바로 “확대해석됐다”며 당황해하는 모습이지만 그렇다고 잘못됐다고 바로잡지도 않았다.

반 총장은 중견 언론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작심한 듯 줄줄 쏟아놓은 ‘국민으로서 역할’ ‘(유력 대선 후보 거론에) 자랑스럽다’ 등의 발언을 했다. 발언 시간은 다음 예정된 제주포럼 환영 만찬 시간을 훌쩍 넘겨서까지 계속됐다. 그는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 고촉통 전 싱가포르 총리 등이 기다리는 만찬장으로 향하는 대신 정치 관련 발언을 이어갔다. 그의 말대로 ‘확대해석됐다’는 간단한 설명으로 주워담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이전까지 반 총장의 대권 도전과 관련해서 무수히 많은 말들이 오갔지만 모두 주어는 없었다. 그저 반 총장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결심을 굳혔는지 ‘누군가’ 또는 ‘측근’이라는 확인할 수 없는 주체의 말로 시작됐다. 그러나 이제는 반 총장이 소문과 해석의 출발점이 됐다.

반 총장이 의도했든 안 했든 이제 그의 대권 도전은 국민들에게 현실이다. 지난 20대 총선 결과 여권 대선주자들이 초토화된 상황에서 줄곧 차기 대선 관련 여론조사 1위를 달려온 그의 말 한 마디, 발걸음 하나하나가 모두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해석의 영역은 그를 바라보는 지지자들의 열망일 수도 있고 건전한 비판일 수도 있다. 또 어쩌면 일부는 호사가들의 지나친 잡담에 그칠 수도 있다. 당장 ‘올해 말이면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니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와 ‘연말까지 사무총장 임기가 남았는데 국내 정치를 언급한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공존하지 않나. 중요한 건 그것이 무엇이든 반 총장 역시 맞닥뜨린 현실이란 사실이다.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27일 주요7개국(G7)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이날 저녁 다시 한국에 들어온다. 그리고 안동과 경주를 잇달아 찾는다. 일정이 알려졌을 당시만 해도 ‘가설’ 수준에 그쳤던 충청 출신 반 총장의 ‘TK연합론’은 이제는 진지한 정치 관전 포인트가 됐다. 반 총장은 또 다시 ‘확대해석’을 경계할 것인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칭찬처럼 들렸던 ‘기름장어’라는 별명은 정치 현실의 반기문에게 더이상 미덕이 되기 힘들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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