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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선진화법 권한쟁의 각하] 눈길 끈 소수의견…“선진화법, 소수독재 수단 변질 우려”
- 서기석ㆍ조용호 재판관, ‘헌법불합치 취지’ 소신 밝혀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일명 국회선진화법(국회법 85조 1항)에 규정된 ‘직권상정’은 국회의장의 고유 권한일 뿐 국회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과는 무관하다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결정이 나왔다.

26일 헌재는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정의화 국회의장 등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에서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란 소송 요건 등에 맞지 않아 본 재판을 하지 않고 소송을 끝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9명 재판관 중 다수의견인 5명이 각하, 2명이 기각, 2명이 인용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청구대상인 국회선진화법의 위헌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각하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눈길을 끄는 소수의견도 있었다.

[사진=헤럴드경제DB]

서기석ㆍ조용호 재판관은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취지로 소수 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국회에서 소수파에게 보장된 것은 의견 개진과 영향력 행사이지 무조건 거부권이 아니다"며 "국회에서도 헌법상 다수결 원리가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조 재판관은 “국회법 85조 1항은 여야의 대화와 타협만을 강조했지,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의 비상사태에 대비하지 않았다”며 “이른바 ‘소수독재’의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국회법 85조 1항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안건 심사 기간을 지정하고, 기간동안 심사가 끝나지 않으면 직권으로 안건을 본회의에 넘길 수 있다. 이른바 ‘직권상정’ 권한이다. 천재지변이나 전시·사변등 비상상황이 아닐 경우에는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들의 합의가 있어야만 심사기간을 지정할 수 있다는 제한 요건이 있다.

청구인인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같은 요건으로 인해 “국회의원의 입법권(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침해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헌재는 “국회법 제 85조 1항의 직권상정 권한은 국회의 수장이 비상적·헌법적 장애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가지는 권한으로 국회의장의 의사 정리권에 해당한다.”고 전제했다. 또 “지정 사유에 해당하더라도 국회의장이 권한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다”며 직권상정이 국회의장의 고유 권한임을 못박았다.

이어 “(같은 조항의) 심사기간 지정사유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제한하는 역할을 할 뿐, 국회의원의 법안에 대한 심의·표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입법권이 제한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법안 심의·표결권에 대한 침해 위험성은 해당 안건이 본 회의에 상정돼야만 현실화된다”며 “심사기간 지정을 거부한 행위로 법률안 심의 표결권이 직접 침해당할 가능성은 없다”고 반박했다.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가 요청할 경우 쟁점법안을 의무심사 해야 한다’는 조항이 국회선진화법에 없어 입법부작위(입법자가 법률상 해야할 의무를 다하지 않음)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근거규범도 아닌 입법부작위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사에까지 나아가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심사를 최대한 자제해 의사절차에 관한 국회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헌재는 이날 청구인들이 문제삼은 국회선진화법의 ‘신속사건 처리 조항’(패스트 트랙)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려면 국회 재적인원 과반수의 동의 서명이 필요한데, 새누리당이 이같은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안건 신청만 했다는 것이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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