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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저출산 덫에 갇힌 대한민국]⑦39세 대전 맞벌이 주부의 사연
집도 장만해야 하는데…
늦깎이 결혼에 출산 걱정
유산이후 어렵게 임신
이젠 둘째 생길까 겁나요^^



“아이요? 갖고 싶었죠. 그런데 그때는 겁이 났어요. 애가 생기지 않으면 어떡하지, 낳더라도 아이한테 문제라도 생기면, 정말이지 그때 그런 선택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대전의 한 출판사에서 편집 일을 하고 있는 이정아(가명ㆍ39) 씨. 결혼 4년차인 그녀에게 1년 전 최대 고민은 임신이었다. 친구들에 비해 늦게 결혼 생활을 시작한데다 지금 만난 남편도 늦깎이 직장인이어서 이 씨는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나이를 생각하면 아이를 빨리 가져야했지만 번듯한 집 한 채 없는 상황에서 출산과 양육은 시간, 비용 등의 부담이 너무 컸다. 더 늦게 시작했지만 신혼의 달콤함을 좀 더 누리고 싶었던 것.

그래서 아이는 조금만 미루기로 했다. 남편도 동의했다. 그런데 덜컥 아이가 들었다. 결혼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다.

“그 놈의 술이 문제였죠. 하필이면 그날 둘 다 회식자리가 있어서, 피임하는 것도 잊어버렸죠” 이 씨는 당시 상황이 괴로운 듯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가 임신테스트기의 두 줄을 확인한 후부터 남편과의 싸움이 잦아졌다. 남편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이를 낳자고 했다.

하지만 이 씨는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아이의 엄마가 될 준비도 안 돼 있었지만 아이를 봐 줄 사람도 없었다. 맞벌이는 계속해야했다. 남편의 말도 틀린 얘기는 아니었다. 만혼에 출산 적령기도 훌쩍 넘긴 상황에서 더 미룬다는 것은 그녀에게도 아이에게도 좋지 않았다. 문제는 출산 후 직장에 복귀할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었다. 몇 명이 채 되지 않는 편집국 인원에 휴가로 1년가량 자리를 비우는 것도 눈치 보이는데 설령 돌아온다고 한들 그 자리가 비어 있을지 여부도 장담할 수 없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이 씨는 결국 애를 지우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남편은 시어머니까지 동원해가며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놓인 이 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그러는 사이 유산이 됐다.

몸을 추스른 후 이 씨 부부는 당분간 아이를 갖지 않기로 했다.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 부부를 짓눌렀다. 무엇보다 남편은 이 씨의 몸과 마음을 걱정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났고, 이 씨는 아이 갖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초산이 너무 늦어지면 본인도 그렇지만 아이에게도 좋지 않다는 생각이 그녀를 힘들게 했다. 남편도 동의했다. 그런데 그 이후로 계획을 세워도 아이가 서지 않았다. 뜻대로 되지 않아 병원을 다녔지만 이 또한 소용없었다.

“아무래도 그때 유산한 게 큰 것 같았어요. 너무 스트레스가 심했거든요. 그때 몸에 이상이 생겨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괴로웠어요.” 이 씨는 말했다.

현재 이 씨는 돌이 갓 지난 딸이 있다. 그렇게 노력해도 생기지 않던 아이가 우연치 않게 한 번에 생겼다고 했다. 이 씨에게는 요즘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아이가 커서 중학생이 될 때면 그녀의 나이는 쉰을 훌쩍 넘기게 된다. 아이가 대학에 입학해 결혼을 할 때까지는 뒷바라지를 해 줘야 하는데 그때까지 직장은커녕 몸이 건강할지 여부도 알 수 없다. 둘째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돼 버렸다.

“시어머니는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지 자꾸 둘째 타령을 하는데 저는 지금 이 애 하나만으로도 벅찬 상황이에요.” 이렇게 말하는 이 씨의 얼굴에서 우리나라 맞벌이 부부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원승일 기자/w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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