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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짝퉁'으로 큰 화웨이, '진퉁' 삼성 상대 특허소송, 속셈은...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중국기업 화웨이가 세계최대 스마트폰업체인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권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 제조업체들은 다른 기업들의 기술을 모방해 성장한 만큼 특허분쟁에 있어서는 주로 소송대상이 돼 왔다. 이에 화웨이가 소송을 낸 배경과 의도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화웨이가 부진한 미국 시장에서는 소송 이슈로 기술력을 부각하고 마케팅효과를 얻으려는 계산이 포함돼있고, 안방인 중국에서는 삼성전자의 시장지배력 확장에 대한 견제구를 날리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24일(현지시간) 미국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자사 기술을 이용하는 제품을 판매해 막대한 이윤을 얻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화웨이는 소송 이유에 대해 “방대한 특허 포트폴리오에 대해 삼성전자와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건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화웨이가 제기한 소송 쟁점은 통신기술이다. 삼성이 4세대(G) 휴대전화 기술과 운영시스템, 사용자 인터페이스 소프트웨어를 허가받지 않고 사용했다는게 주된 주장이다.

중국 기업이 글로벌기업을 상대로한 법적 대응은 드물었다. 중국기업은 다른 기업들의 특허와 디자인을 모방해 ‘짝퉁’이란 오명을 달고 다녔던 만큼 주로 특허소송을 당하는 입장이다. 샤오미(小米)가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지 못한 것도 무분별한 특허 침해로 법적분쟁이 다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에는 기류가 달라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허 신청 건수와 연구개발 투자 등을 살펴 보면 중국 주요 기업들은 이미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 지적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화웨이는 재작년에 3442건, 작년에 3898건의 특허를 신청해 2년 연속으로 특허신청 1위를 차지했다.

작년 기준으로 특허신청 2∼5위는 미국의 퀄컴(2442건), 중국의 ZTE(2155건), 한국의 삼성(1683건), 일본의 미츠비시 전기(1593건)였다.

4G 모바일, 운영체제, 유저인터페이스 등 스마트폰 핵심 기술과 관련해 화웨이가 획득한 특허권은 5만개에 달한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은 화웨이와 특허 교차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연간 수억 달러 규모의 로열티를 지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지난해 연매출의 15%에 해당하는 569억위안(10조 800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애플, 구글, 삼성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중국의 작은 통신장비 회사였던 화웨이가 30년만에 글로벌기업에 필적할 만한 특허를 보유한 곳으로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화웨이의 도발에는 시장 장악을 위한 여러 포석이 깔려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최근 수년간 급성장했으나 해외시장에서는 지적재산권 이슈로 인해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 세계 3위 스마트폰제조업체인 화웨이는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에 화웨이는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을 고려해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분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부진한 미국 시장에서는 소송 이슈로 기술력을 부각하고 마케팅효과를 얻으려는 계산이 포함돼있고, 안방인 중국에서는 삼성전자의 시장지배력 확장에 대한 견제구를 날리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화웨이로서는 이번 소송은 손해볼 게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특허권기구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2분기 연속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소송을 제기한 기업이다.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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