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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고 ①] ‘출범 4개월’ 檢특별수사팀 …초조할까, 자신 있을까
-‘보고서 조작’ 서울대 교수 첫 기소 등은 성과
-옥시 본사ㆍ애경 등 수사 이뤄질지 등 숙제 많아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초유의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이 오는 27일로 출범 4개월째를 맞는다.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의 전직 외국인 대표를 소환 조사하고 옥시에 유리한 보고서를 써준 서울대 교수를 첫 사법처리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애경 등 다른 기업에 대한 수사 확대 여부와 옥시 영국 본사를 둘러싼 증거은폐 의혹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작지 않은 상황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출범 4개월을 맞이하면서 성과도 있지만, 숙제도 만만찮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사진=헤럴드경제DB]

첫 기소자 나와…롯데마트ㆍ홈플러스 수사도 진전=25일 검찰에 따르면 특별수사팀은 전날 옥시 의뢰를 받아 실험을 진행했던 서울대 조모(58) 교수를 수뢰 후 부정처사, 증거 위조, 사기 등 세 가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번 수사가 시작된 이후 첫 사법처리 대상자다.

조 교수는 연구용역비 외 1200만원을 3차례에 걸쳐 받은 뒤 허위 실험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연구용역과 무관하게 서울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물품대금 약 5600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월 27일 활동을 시작한 검찰 특별수사팀은 “수사가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비판 속에서 출범했다. 2012년 고소장을 접수했지만 당시 겨우 검사 한 명만을 배당했고, 2013년에는 정부의 최종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 같은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 특별수사팀 소속 검사와 수사관들은 주말도 모두 반납한 채 제조ㆍ유통업체를 압수수색했고, 살균제 유해성 분석과 폐 손상 사이의 인관관계 규명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올해 4월부터는 최대 가해업체로 지목된 옥시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했다. 신현우(68) 전 옥시 대표와 최모 옥시 전 연구소장, 또다른 가습기 살균제 ‘세퓨’ 제조사인 버터플라이이펙트 전 대표 오모 씨를 업무상 과실치사ㆍ상 혐의로 구속하는 등 성과가 이어졌다. 지난 23일에는 존 리(48) 전 옥시 대표를 외국인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최초로 소환해 강도높은 조사를 벌였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에 대한 수사도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특별수사팀은 25일 오전 롯데마트 상품기획자 허모 씨와 선임상품기획자 황모 씨, 홈플러스 품질관리팀 직원 최모 씨를 불러 가습기 살균제 PB상품 제조ㆍ판매 경위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당시 사업을 승인한 경영진에 대한 소환조사도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출범 4개월을 맞이하면서 성과도 있지만, 숙제도 만만찮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사진=헤럴드경제DB]

“애경도 수사해야” 목소리 커져…옥시 영국 본사 수사도 과제=수사가 반환점을 돌고 있지만 향후 풀어야 할 과제도 많아 보인다.

애경의 가습기 살균제를 썼다가 목에 구멍을 내 산소호흡기를 달아야 했던 박나원(5) 양의 어머니 김미향 씨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애경도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쌍둥이인 나원ㆍ다원양 자매는 2011년 겨울부터 3∼4개월간 애경 가습기 메이트만 쓰다가 지난해 정부 조사에서 관련성 확실(1등급)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가 2011년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ㆍ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원료로 한 애경 제품에서는 독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발표하면서 애경 제품은 검찰의 수사 대상에서 빠졌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시민단체 측은 “지금이라도 애경과 이마트 제품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직적인 증거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옥시 영국 본사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당시 옥시 한국지사의 경영을 책임였던 거라브 제인(47) 전 옥시 대표는 최근 자신의 변호사 선임 문제를 논의해 검찰측에 답변을 주겠다는 입장을 알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거라브 제인 전 대표에 대한 조사에서 옥시 본사 경영진이 증거조작에 가담한 사실을 확인하면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속기소된 서울대 조 교수의 변호인은 2011년 11월 서울대 연구팀에서 PHMG의 생식독성 실험 결과를 옥시 측에 중간 보고하는 자리에 영국 본사의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담당자 들이 참석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본사의 사건 당사자들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영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조사가 미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인 인도까지 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당사자를 설득할 방침”이라고 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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