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일본 이세시마에서 열리는 G7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을 찾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난다. 양국은 이 자리에서 동아시아 정세 및 경제 등에 대한 폭넓은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의 행보가 자신의 신념인 ‘핵 없는 세상’을 관철하는데 맞춰진 만큼 미일 정상회담과 G7정상회의에서 북한 핵문제가 주된 의제가 될 전망이다. 앞서 조니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북핵 문제가 G7정상회의 현안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G7정상회의 공동성명에도 북한의 핵 개발을 규탄하는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27일 예정된 양국 정상의 히로시마 방문은 ‘핵 없는 세상’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가장 뚜렷한 족적이 될 전망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지는 양국 정상의 만남은 서로에게 적지 않은 의미를 갖고 있다. 미일 양국은 남중국해 문제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중국과 갈등을 빚는 문제에 공동전선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히로시마를 방문함으로써 임기 내 강조한 자신의 신념을 천명할 수 있으며 아베 총리는 히로시마에 오바마 대통령과 동행함으로써 일본의 대외 이미지 개선을 꾀할 수 있다.
문제는 북핵, 동아시아 해상 패권 등 중요현안에 핵심 당사국인 한국이 끼어들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 평화공원 내 한국인 위령비를 방문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는 자칫 들러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발걸음을 나란히 하는 기간 박근혜 대통령은 아프리카 3국 및 프랑스 순방에 나선다. 특히 주(駐)일본대사 자리는 지난달 유흥수 대사가 사의를 표명한 뒤 24일 이준규 전 주인도대사를 내정하기까지 2개월여를 사실상 공석이었다. 북핵 문제, 역사 문제 등으로 복잡하게 얽힌 한미, 한일, 한미일 관계가 미묘한 기로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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